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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년간 비만 인구가 6.6%나 증가했다. 고도 비만은 물론, 초고도 비만도 3.3%나 증가했다. 어느새 다이어트는 산업이 되었다. 365일 다이어트를 한다는 사람들, 과연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라, 이 다이어트 보편의 법칙이 모두에게 통용될까? 다이어트라는 말만큼 '요요현상'이라는 용어 역시 일상이 되어간다. 무엇보다 마르고 날씬한 몸이 사회적 몸의 기준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살이 찐다는 건 게으르거나 자기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살찐 사람들은 자책하고 우울해 한다. 11월 21일에서 23일 방영된 3부작 <다이어트 혁명 0.5%의 비밀은 통용되고 있는 다이어트 방식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통해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자 한다.
비만은 유전적 질환이다
117kg의 도주원 씨는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식단도 운동도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배고픔과 식욕과의 싸움은 끝이 없었다. 운동이라도 할라치면 다음 날 발목 등 관절이 아파 움직일 수가 없었다. body mass index, 체질량 지수(BMI), 자신의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세계 보건기구(WHO)에서는 체질량 지수 25~29까지를 과체중, 30 이상을 비만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체질량 지수 25~30 정도까지는 식단과 운동을 통해 체중의 감소가 가능하다고 보는 반면, 30이 넘으면 이른바 통상적인 다이어트로는 체중조절이 쉽지 않은 상태로 보고 있다.
0.5%, 다이어트를 해서 성공할 확률이다. 21일 방영된 <요요와의 전쟁>은 이런 속설을 검증한다. 무려 일년의 기록, 참여한 이들은 다이어트를 할 수록 살이 찌는 '요요'에 시달린다. 다이어트를 꾸준히 열심히 하지 않아서일까? 그렇다면 그 반대는 어떨까? 22일 방영된 <내 몸 사용 설명서>는 극단적 마름을 추구하는 프로아나를 주목한다. 최근 우리 사회 10대에서 10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극단적 마름이다.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Anorexia)'에서 딴 Ana를 합성한 단어 프로아나, 체중 감량 성공! 이라는 자랑스러운 용어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자기 학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체중이 정말 바람직할까?
요요 현상과 프로아나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 사회의 다이어트 열풍, 그런데 캠브리지 대학 분자유전학자이자 <왜 칼로리는 계산되지 않는가>의 저자 자일스 여 교수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유전자'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즉 비만은 '유전적 질환'이라는 것이다.
다큐는 구석기 시대인들이 만든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소환한다. 풍요, 다산, 생산력의 상징, 늘 먹을 것이 부족했고 그래서 극하느이 굶주림을 견뎌야 했던 인류에게 살찜은 축복이었다. 굷주림을 견뎌야 했던 인류에게는 기회가 있을 때 가능하면 많이 먹고, 그 먹은 걸 축적시키는 비만 유전자가 발현되었다. 즉 더 많이 먹게끔하는 비만의 유전자는 인류가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든 축복의 상징이었다.
문제는 그 구석기 시대의 유전자를 가지고 풍요를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인류에게서 발생한다. 풍족한 먹거리의 시대, 하지만 비만 유전자를 가진 인류는 여전히 계속 먹고 다이어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가 가진 비만 유전자는 얼마나 될까? 연구진에 따르면 인류에게는 천 개가 넘는 비만 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한국형 비만 유전자 게놈 지도를 만들어 보니 20개 정도가 등장한다.
'비만'에 대한 시각을 제고하자
모두에게 존재하는 비만 유전자, 하지만 주요한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는가에 따라 개개인 비만도에 차이를 낳는다. 161kg에서 무려 80kg을 감량했지만 박민석 씨는 요요에 시달렸다고 한다. 초등학교 졸업 무렵부터 비만이 되기 시작해서 중학교 졸업할 때에는 초고도 비만이 된 민석 씨, 그런데 민석 씨네 집은 어머니를 비롯해 3형제가 모두 비만이다.
민석 씨의 유전자를 검사해 보니 지방을 더 많이 빠르게 축적하는 FTO 유전자와 , 지방을 좋아하고, 식욕이 폭발하는 MC4R 유전자가 나타났다. 즉 더 많이 먹고, 쉽게 찌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전자만이 문제는 아니다. 타고난 유전자와 식품 환경이 만나 비만이 형성된다고 다큐는 말한다. 함께 요가 학원을 운영하는 쌍둥이 자매, 일란성 쌍둥이로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전혀 다른 몸매를 가지고 있다. 요가 강사를 하는 동생이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언니는 비만과 전쟁 중이다. 무엇이 다를까.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한 동생과, 탄수화물 위주이 식사를 한 언니, 오랜 시간 서로의 다른 식습관이 장내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를 낳고 이것이 비만을 초래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고 다큐는 말한다.
즉 내가 먹는 음식에 따라 좋은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기도 하고, 나쁜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요요현상에 시달리는 박보영 씨, 이른바 저탄고지 식사를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유전자 검사 결과, 보영 씨는 지방만 제한하는 식사가 어울린다는 처방을 받았다. 김용철 씨는 지방 분해를 위해 근력 운동이 필요했다. 박형제 씨는 2000 칼로리 이하의 식사와 유산소 운동이 권장됐다. 즉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각자에 맞는 방식을 찾아가야 되풀이되는 요요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질환으로서의 비만을 접근하자는 다큐의 주장은 우리 사회에서 비만을 보는 '시각'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비만을 개인의 의지로 보는 사회적 시각, 게으르거나 자기 관리를 못해서 그렇다는 편견에 대해 시야를 터준다. 대부분 오랜 기간 비만과 반복된 다이어트와 요요 현상에 시달린 사람들은 낮아진 자존감과 우울감에 시달린다. 다큐는 '나의 잘못'이라는 족쇄를 풀어주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획일적인 다이어트 신화 역시 또 다른 이데올로기일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내 몸을 인정하고 사랑하자 말한다. 프로아나가 젊은 층에 열풍처럼 번질 정도로 마른 몸에 대한 갈증, 날씬하고 마른 몸이 가져온 사회적 허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장상균 씨는 121kg의 체중을 20kg 감량하여 100kg대가 되었다. 의사는 지금 그의 상태가 좋다고 말한다. 표준 체중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내가 가장 편안한 자기 몸의 상태를 찾아가라 다큐는 권한다. 바디포지티브, 자기 몸 긍정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사이즈가 아니라, 내 자신에 맞는 몸을 찾아갈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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