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텔레비젼 속의 허지웅이란 캐릭터는 언제나 '방관자'에 가깝다. 평론가라는 직업 때문일까 흥분을 해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는 제시되는 사안이나, 연애 사건에 대해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고자 한 발 물러나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마녀 사냥>에서 등장한 성적 본능에 초월하다는 '사마천'이라는 별명이 낯설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학창 시절이래 가장 좋았다는 자신의 짝꿍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언제나 객관을 유지하던 그가, 자신이 유지하던 틀을 깨고, 쓰윽 우리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놀라웁다. 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나? 하면서, 동시에, <학교 다녀왔습니다>가 뭐길래?
처음 연예인들이 고등학교로 간다고 했을 때만 해도, 지금의 고등학교 현실에서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회의가 앞섰다.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번씩은 손을 봐야 하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그러나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이 사회의 경쟁 이데올로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그 누가 손을 대도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는 끔찍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공감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찌보면 군대보다도 더 끔찍한 곳이 고등학교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에서, 고등학교로 간 예능이라니?
<학교 다녀왔습니다>가 시작했을 때만 해도, 과중한 수업을 허겁지겁 따라가는 연예인들의 모습,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 되어, 혹은 외국에서 생활하여 낯선 연예인들의 당혹스러운 모습에 초점이 맞추어 졌었다. 그러던 것이, 회를 거듭하면서, '학교'와 '연예인'들의 시너지가 만들어 지기 시작했다. 중구난방이었던 다수의 연예인의 조합도, 회를 거듭하면서 이제는 거의 고정이 된 출연자와, 거기에 맞추어 신선한 피를 수혈하며, 학교별로 색다른 구성을 만들어 낸다.
또한 획일적일 거 같았던 고등학교 생활도, 인천 외국어 고등학교처럼 기숙사 생활을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함으로써, 일률적인 연예인 학교 가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10월 11일로 마무리 된 인천 외국어 고등학교에 간 연예인은 성동일, 윤도현, 남주혁, 오상진, 허지웅, 강남이었다. 그 중, 성동일, 윤도현, 남주혁은 이미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해왔던 출연자이고, 거기에 새로운 피로 오상진, 허지웅, 강남이 합류하게 되었다.
처음 시선을 끈 것은 1987년생 일본 출신의 강남이었다. 현재 고등학생들보다는 한참 형이지만, 아직 신인 아이돌 그룹 멤버로 연예계의 능란함이 덜 묻어나는 그는, 동료 학생들에게 물량 공세를 펴며 호의를 얻던 동료 연예인들과 달리 혼자만 매점행을 강행하는 예외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그였기에, 그가 같은 반 학우들과 마음을 열고, 제작진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매점의 군것질을 나누고, 그들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이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백미가 되었다.
기숙사라는 함께 지내는 공간이 있었기에, 인천 외고 편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새로운 예능의 재미를 찾아낼 수 있었다. 선생님 몰래 함께 컵라면을 나누어 먹다 걸리는 모습은 학창 시절이 아니고서는 경험해 보지 못하는 해프닝인 것이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강남이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어설프게 나누어 먹다 걸려서 톡톡히 혼을 나는 것과 달리, 성동일은 거의 스파이 작전을 불사하며 같은 반 아이들에게 '치킨'을 먹인다. 물론 그런 행동은 학칙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아이들을 둔 아빠 성동일이 밤늦게 까지 공부하는 같은 반 친구들을 안쓰러워 하며 준비한 작전에 눈쌀이 찌푸려지기보다는, 흐뭇한 미소가 먼저 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지막, 치킨을 다 먹고 교장 선생님께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옵션의 애교다.
같은 반 아이들을 수족처럼 부리는 형님이지만, 아빠같이 푸근한 모습을 보이는 성동일, 여전히 모범생의 포스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마흔이 넘는 나이에도 같은 반 학우의 연애가 신기해 한 달음에 달려가는 순진함을 잃지 않는 윤도현, 19금 방송을 주로 해와, 그런 그가 고등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 말이 안되는, 하지만, 가장 자유로울 것 같던 그가, 낮져 밤이의 당혹스런 질문을 넘어 고등학생의 연애에 대해,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뜻밖의 답을 보여, 오히려 진솔해 보였던 허지웅, '이게 뭐라고' 하면서도, 한국사 퀴즈건, 학급티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오상진 등이, 새로운 학교에 걸맞는 새로운 재미 이상을 준다.
(사진; tv리포트)
하지만 무엇보다 회를 거듭하면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가 회를 거듭하면서 재미의 깊이를 더하는 것은, 그저 연예인의 학교 체험기, 적응기가 아니라, 연예인과 학생, 학교간의 교감이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인천 외고 마지막 회, 겨우 일주일 남짓 연예인들과 함께 생활했던 아이들이 하나같이 운다. 심지어 코피까지 흘리며 엉엉 운다. 이제는 한달 동안 교생 선생님이 실습을 다녀가도 덤덤한 아이들이, 겨우 일주일 만에,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학교 방송에 게스트로 나간 허지웅은 그에게 전달된 학생의 편지 서두만 보고도 그 학생이 바로 자기 반 학생 누구라는 걸 알아챈다. 그 이야긴, 겨우 일주일이지만 그의 속사정까지 알아챌 정도로 서로가 깊은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날, 학생들도 연예인들을 보내기 위해, 이벤트와 선물을 준비하지만, 허지웅 등은 자신의 짝꿍을 위해, 자신이 쓰는 것과 똑같은 수첩에 자신의 글을 담아 선물로 남긴다. 학창 시절 이래 가장 좋은 짝꿍이었다는 말을 남기며.
강남 역시 학생들에게 말한다. 자신이 학교에서 짤렸다며, 너희같은 친구들을 만났다면 자신의 학창 시절과 그 이후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그런 강남은 자기 반의 반장까지 하면서, 그러면서도 샤워하는 동료 학생의 욕실을 도발할 정도로 개구진 모습도 보이며 열심히 잃어버린 학창 시절을 다시 열심히 해보고자 한다. 함께 공부하던 정자에서 친구의 무릎을 베고 누은 강남의 모습이 어느덧 어색하지 않게 될 정도로.
하지만 한편에서 단 일주일을 함께 생활하는 연예인들에게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역설적으로 사람이 그리운 학생들이 보여져 안쓰럽기도 하였다. 친구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부모님까지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지만, 단 일주일 동안이지만, 공부와, 경쟁과, 규칙이란 것을 벗어나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생활하는 그런 여유를 가지게 해준 연예인들의 방문이 준 일탈이 그들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만들지 않았나 해서 안쓰러운 것이다. 자신들을 성적이 아니라, 그저 같은 반 친구로 다가온 그들에게 눈물 흘리는 아이들에게서 순수함과 함께 고립감을 느꼈다면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한참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질 나이에, 낮져밤이가 궁금해, 19금 프로에 등장하는 허지웅이 인기인이 되는 나이의 그들에게, 연애도 좋지만, 유한한 학창 시절이 아쉬우니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진심어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그들에게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통해 드는 생각이다.
뻔할 것 같다는 예측과 달리, 회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예능적 재미를 만들어 가고 있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다음 회는 한국 학교로 간 외국인들이다. 과연 이들은 또 우리에게 몰랐던 학교의 어떤 모습을 알게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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