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100세 시대라는 것은 그저 100세 까지 오래 산다는 것을 우리 사회 전반에,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삶에 대해 사고의 전환을 요구한다. 즉, 오래 산다는 것은, 오래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고, 거기엔 오래 활동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또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위가 따라붙는다. 그래서, 100세 시대를 맞이한 나이들어가는 삶은 그래서 녹록치 않다. 중년을 넘긴, 혹은 초로의 나이들어 가는 이들에게 이 후의 삶은 안락한 노후가 아니라, 또 다른 선택과 고민의 시간이 된다. 바로 이런 나이들어 가는 삶에 대한 선택에 대해 공교롭게도 7월 10일 밤 두 다큐가 길을 제시한다. 바로 kbs1의 <다큐 공감>과 <sbs스페셜>이다.


하루는 혜화동 고갯마루에 앉아있는데 마을 버스가 그 고갯길을 힘겹게 올라오고 있는 거예요. 평생을 혜화 전철 역에서 대학로 거리만을 오가며 쳇바퀴처럼 살아왔던 은수나 저희나 황혼기에 접어들도록 삶의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았습니다. 충분히 뛸 수 있는데도 은퇴 위기에 놓인 마을 버스의 모습이 저희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마을 버스와 세 남자, 세계를 가다
7월 10일 <다큐 공감>은 '은수 교통' 출신의 마을 버스 '은수'를 타고 2014년부터 지난 2년간 페루에서 출발하여 중남미를 거쳐, 유럽을 지나, 이제 아시아 일주 중인 '중년'의 세 남자를 만난다. 

평생을 가장으로 '일벌레'임을 자임하며 살아왔던 임택(57세)씨, 그는 자신과 같은 운명이라 느껴진 마을 버스 은수와 함께 평생의 버킷리스트인 세계 일주를 계획한다. 그런 임택씨와 동행한 것은 IT회사에서 23년간 우직하게 일해왔던, 가정과 일밖에 몰랐던 정인수(47세), 하지만 그의 성실함에 아랑곳없이 2년 전 회사는 문을 닫았다. 하루 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된 그는 '여행 작가'라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고, 여행작가 모임에서 만난 임택씨와 함께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이제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하는 위태로운 아시아 지역을 일주하기 위해, 그들의 '페친'이자 팬인 호주에서 온 실업자 총각 임성택(40세)가 합류했다. 

꿈을 찾아 떠난 여행이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9년6개월을 대학로를 오가면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늙은 버스 은수는 종종 불협화음을 냈고, 이제는 여유롭게 빨래를 하지 않고 오래 옷을 입을 수 있는 노하우를 전파하기까지 여정은 험란했다. '쌀이 떨어졌다'던 아내의 말을 접어두고, 은수에서 자고, 밥을 해먹으로 한 달에 60여만으로 유럽을 일주하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할 수 없었다. 당장 가장으로 호구지책 대신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선택했다. 규정속도 60KM에 묶여있던 은수는 그 속도를 처음 넘어섰을 때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제 고속도로에서 유유히 화물트럭을 앞지를 정도로 능력자가 되었다. 사람으로 치면 70 정도의 은수가 해내었듯이, 세 사람의 여정도 그렇다. 돈을 벌어다 주는 가장 대신, 세계 곳곳에서 만난 우리의, 혹은 이방의 젊은이들이 그들을 '아부지'라 부르며, 그들을 통해자신의 꿈에 대한 의지를 얻는다. 이제 마지막 여정, 그들은 말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도전과 도전을 하려는 의지가 살아있고, 실행에만 옮긴다면 아직 청춘이다.'



젊음도 성형할 수 있나요?
이렇게 쳇바퀴같은 삶의 공간을 박차고, 새로운 도전을 한 '중년들이 있는가 하면, 7월 10일 방영한 <SBS스페셜>의 중, 노년들이 '젊음'을 추구하는 방법은 젊어지는 인위적 방식을 통해서이다. 

”젊었을 땐 사는 게 바빠서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는 게 돈 벌어야 되고 애들 길러야 되고, 나라는 존재가 나를 잊어버리고 살다가 딱 보니까 내가 너무 늙어가지고 이대로 가다간 정말 우울하고 마음이, 이거 아닌데. 나 10년만 좀 약간만 댕겨가지고 10년만 즐겁게 해피하게 (살고 싶어요)“ (석현자씨 대화 中)

다큐는 젊음을 되찾기 위해 수술대위에 눞는 '어르신'들을 찾는다. 2008년 서울시에서 4만8천 명의 가구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40대 이상의 가구원들 중 40%가 성형 수술에 대해 긍정했다. 33.4%, 24.1%의 2,30대에 비해 높은 수치이다. 과연 나이든 사람들에게 성형 수술은 어떤 의미일까?

위의 석현자씨(57세)처럼 가족을 위해 희생한 자신의 젊음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인 경우가 그 하나다. 이들에겐 '젊음' 자체가 인생의 목표요, 자신을 '사랑'하며, '존재감'을 회복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석현자씨의 말처럼 이제는 그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 자신을, 앨범 속 젊은 모습을 통해 보상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조금 더 절실한 욕구도 있다. '어르신'이란 소리가 싫었던 최홍선씨(70세)는 눈 성형을 비롯한 몇 번의 성형으로 자신의 평가론 해운대 백사장을 당당하게 활보할 젊음을 되찾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늙은 자신의 프로필만 보고 외면했던 직장이 성형 수술 이후에 생겼다는 것이다. 몇 번을 더 성형 수술을 해서라도 젊음을 유지하여, 80까지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이렇게 최홍선씨처럼, '젊음 예찬 사회'에서 나이 먹음은 곧, 사회적 퇴출로 여기며, 사회적 기회를 얻기 위한 절박한 선택으로 성형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무모한 도전' 역시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성형 수술 후 젊어진 자신의 모습에 거울을 놓칠세랴 만족을 표하는 석현자씨와 달리, 그녀의 남편은 주름을 당기기 위해 찢어진 눈매가 낯설다. 그나마 낯설기만 하면 다행, 조금 더 젊어지려는 도전들이 때로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흔으로 남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안면 리프팅과 코 수술을 함께 받았던 이윤정씨는 수술 후 차오르는 고름과 함께 '코'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젠 마스크가 없이는 외출조차 할 수 없는 장애인이 되어버렸다. 더구나 최근 범람하는 성형외과들로 인해, 이윤정씨 처럼, 애초 의도와 달리, 과도한 성형 권유가 빈번해지며 부작용의 위험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것보다는 젊어지고 싶은 욕구가 컸다는 석현자씨처럼, 2014년 12월 기준 성형 시장의 규모는 7조 5천억에 도달했다. 그 중 주름 제거, 필러, 보톡스 등은 2010년 31.6%에서, 2014년 48.6%로 4년 사이 17%나 증가 추세에 있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 하지만 100세 시대는 젊지 않음을 용인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명퇴를 해도, 살아갈 세월은 창창하고, 부양할 가족은 여전하다. 그 남은 세월을 어떤 삶으로 살 것인가, 우리 시대의 그 방식에 대해, <다큐 공감>과 <SBS 스페셜>은 서로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공통점은 늙음에 안주하지 않고, 청춘에의 욕망에 기꺼이 답한다는 것이다. 답은 쉽지 않다. 쌀이 떨어진 가족을 두고 떠나는 가장의 길도, 기꺼이 수술대에 올라 젊음을 되찾는 방식도. 그들의 꿈에 쉬이 박수를 쳐주기에 우리 사회의 현실은 각박하고, 성형 수술로 젊음을 되찾으려는 노년을 비웃기에 우리 사회는 너무나 '젊음'을 숭배한다. 노년의 바람직한 문화, 아니 사회 전체적으로 건강한 삶에 대한 공감이 없는 사회에서, 결국은 나이들어가는 각자가 선택할 몫이 된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에 따라, 우리 사회 중, 노년의 삶, 그리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삶의 질도 달라질 것이다. 

by meditator 2016. 7. 11.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