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서 역사 문제 하나 내보자.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 치만 낮았다면 세계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과연 이 정의는 타당한 것일까?
흔히 역사는 마치 DNA 의 나선구조처럼 우연과 필연이 어우러져 이루어 내는 결과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클레파트라의 코는 그 중 우연에 속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건 우연도, 필연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역사적 결과를 놓고 클레오파트라라는 역사적 인물을 '폄하'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들이댄 잣대에 불과하다. 저녁 무렵 술 자리에서 술 한 잔에 끼얹은 농지꺼리처럼. 왜냐하면, 그것은 실질적으로 역사적 결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줄 우연적 사건도 아니요, 필연적 귀결도 아니니까. 하지만, 증권가 정보지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런 '따지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해석에 귀를 기울인다.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그리고 <썰전>의 강용석이, 그가 주장하는 해석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일베'와 "강용석'은 지난 번 강용석의 'NLL문건'과 관련한 여당 인물의 사퇴 무리수 운운 이후, '일베'나 혹은 그와 입장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실망했다', 심지어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에서 보이는 것처럼 동일한 궤적을 지닌다. 
친척 중학생이 재미있어서 들여다 보게 된다는 '일베'가 그 돌출적인 입장(?)으로 인해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끌게 되는 것도 우려할 만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들과 동일한 입장을 취하지만, 전혀 다른 포지션으로 그것을 교묘하게 위장하는 강용석이다. 

(사진;tv리포트)

처음, 강용석이 텔레비젼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아나운서'와 관련된 말도 안되는 언급과 그와 관련하여 '개그맨'을 고소하겠다는 등, 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켜 그가 소속된 집단에서 조차 방출된 '또라이' 정도로만 보였었다. 더구나, 그가 처음 'TVN'에서 진행한 '고소한 19'는 그의 캐릭터에 맞게, 제작진에 의해 자의적으로 편집된 요지경 세상사로, 그가 보여준 캐릭터와는 유사성을 지니되, 탈정치적 프로이기에 큰 무리없이 방송계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변호사 출신에, 서울대에, 유학까지 화려한 스펙에 걸맞는 화려한 입담과 박학다식함은 곧 그를 돋보이게 했고, 결국 그를 JTBC의 시사 프로<썰전>에 까지 등장하게 만들었다. 
처음 <썰전>에서 그가 안철수를 물어 뜯고, 박원순을 발목 걸을 때만 해도 '팽'당한 주제에 이른바 여당 저격수로 활동하던 시절을 잊지 못한 채 '지 버릇 개 못준다'는 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썰전>의 회가 거듭될 수록, 강용석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촌철살인의 한 마디를 즐기는 이철희 소장과 달리, 강용석은 허겁지겁 그가 가진 지식을, 그가 준비한 정보들을 즐비하게 나열했고, 시청자들은 부지불식간에, 그를 '전문가'로 받아들이기에, 그가 제시하는 의견들을 전문가적 견지의 식견으로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호시탐탐 정치인으로 '리바이벌'을 꿈꾸는 강용석은 <썰전>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수복'하기를 노렸고, <썰쩐> 앙케이트에서 '이미지 세탁'이란 평가조차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큼,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 전환을 야곰야곰 진행해 왔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 <썰전>에서의 강용석의 발언들은 이미 얼마간 이루어진 대중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막무가내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에 이르른다. 물론, 그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일관되게 편향된 정치적 시각을 보인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보이는 입장이, 과연 그가 지향하는 '건강한 보수'의 이미지와는 거기가 멀 뿐만 아니라, 이제 <썰전> 등을 통해 인기를 얻은 그의 입장은 더 이상, <썰전>의 자막처럼 '상상의 나래' 정도의 파급력을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주 <썰전>에서, 강용석은 국정원을 규탄하기 위해 시청 앞에 모인 촛불 시위자들을 '동원'이라고 했다. 자기가 여당을 해보았는데, 동원을 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모일 수가 없다고 장담을 얹었다. 어디서 들어봤던 언어의 스타일 아닌가? '내가 해봤는데.....' 이 더위를 무릎쓰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인 진심들을, 관광버스를 타고 돈을 받아 동원된 알바 수준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 이번 주 <썰전>에서는 안철수의 멘토로 나섰던 최장집 교수의 <내일> 포럼 이사장직 사퇴를 두고, 내 돈 내고 하기 싫어서, 잘못하면 내가 뒤집어 쓰게 될 것 같아서, 라는 식으로 몰아갔다. 이철희 소장 표현대로, 재야 학계의 거두를 '돈'을 중심으로 행보를 달리하는 속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딱 증권가 찌라시에나 실릴 법한 해석이다. 그걸 보수라고? 보수는 정치적 입장이지, '클레오파트라 코가 높아서 세계가 바뀌었다'는 식의 루머는 아닌 것이다. 이철희 소장이 화를 낸 것은 강용석의 입장이 자기와 달라서가 아니라,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이유를 들어 상대방을 낮잡아 보거나, 폄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와 동등한 사람으로, 나와 다른 입장으로 자신의 의견을 중심으로 사안을 바라보는게 아니라, 상대방을 '속물'이나 '찌질이'를 만들어 버림으로써, 은연 중에 그 사람이 제대로 된 인물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가장 비열한 수법을 번번히 강용석은 유지해 간다. 
예전같으면 '찌질한' 강용석이 하는 말이기에 우스개로 넘어갈 수 있지만, 이제 야금야금 이미지 세탁을 통해, 어느덧 '전문가'의 견지에 오른 강용석이 하는 말은, 그저 웃고 넘어가기엔 불쾌하고, 불편하며, 위험하다. 

(사진; tv리포트)

처음 <썰전>이 시작되었을 때, 종편의 여당 위주의 편파적 입장 전달과 달리, 여, 야 각 정파의 입장에서 여러가지 정치, 사회적 현안을 다룬 기획이었기에 반가웠다. 하지만 이제 24회차에 이르른 <썰전>이 과연 공정한 정치 비평 토크쇼가 되고 있는지 제작진은 준엄하게 점검해 보아야 할 듯하다. 
아마도 지금쯤 강용석은 재야에서도 '야당 저격수'로 불철주야 헌신하는 그를 어느 분인가 알아주어 정치에 복귀할 날을 꿈꾸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강용석의 비평이라는 명목을 내세운 야당, 혹은 야당 인물의 루머성 흠집 내기를 '상상의 나래'라는 표현으로 눈 감아주기에는 도를 넘었다


by meditator 2013. 8. 16.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