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꽃보다 할배>(tvn)가 인기를 끌자 나이든 여자 배우들을 주축으로 하는 <마마도>(kbs2)를 만들고, <아빠 어디가?>(mbc)와 비슷한 <아빠의 자격>(kbs2), <나는 가수다>(mbc)의 포맷을 이어받은 <불후의 명곡>(kbs2)에, 이제 다시 그것을 비스무리하게 본딴 <슈퍼매치>(sbs) 그리고, <진짜 사나이>(mbc)가 없었으면 결코 만들어 지지 않을 <심장이 뛴다>(sbs)까지, 시청률 지상주의가 되어버린 지상파 방송국에서 이제 케이블이든, 공중파 타 방송국이 되었든 남이 만든 포맷을 베끼는 건 특별하지 않은 사건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맨발의 친구들>은 지난 번에는 강호동 본인이 진행하는 <우리동네 예체능>의 포맷을 거의 그대로 베낀 듯한 다이빙 대회 미션을 하더니, 이번에는 무한도전이 거의 해마다 진행해 왔던 가요제가 연상되는 'my story, my song'미션을 진행중이다.
마치 베끼기라도 좋다. 뭐 하나만 터져다오! 이런 심정인 것처럼. 매주 보는 시청자조차도 <맨발의 친구들>이 무슨 프로그램인가 헷깔려 할 정도로 다이빙을 하더니, 이젠 랩을 만들고 무대를 꾸린단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일찌기 <남자의 자격>이 저물녁까지 그래도 울궈먹었던 것이 합창 대회였던 것처럼, 흥이 좋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그래도 관심을 끌수 있는 음악을 한다는데, 검색어에서 <맨발의 친구들>과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 없다. 강호동의 랩은 훌륭했고, 그의 랩이 얹힌 음악은 완성도가 높았으며, 심지어 요즘 대세라는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피처링을 하기 까지 했는데.
(사진; tv리포트)
정말 안쓰러운 것은 <맨발의 친구들>의 멤버들이 참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강호동을 비롯하여 꾀부리기로 유명한 은지원에, 아이돌 김현중에, 유이에, 은혁에, 배우 윤시윤은 물론, 윤종신의 노익장까지, 모두가 미션이 주어지면, 그것이 돌멩이를 지고 바다로 뛰어드는 거라 하더라도 다 해낼 것 같을 정도로 우직하게 열심히 한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다이빙을 하고, 다이빙을 한지 몇 달 되지도 않아, 수십미터 상공에서 뛰어내린다. 2주도 남지 않은 촉박한 시간 앞에 가사를 만들고 무대를 준비한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시선은 쉽게 그들을 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르팍 도사>보다 <맨발의 친구들>이 먼저 없어져야 하는 거 아니냐는 반문이 돌아온다.
심지어 모두가 다 열심히 하는 건 알겠는데도, <맨발의 친구들>을 보다보면 안타깝게도 왜 이 프로그램이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형국인지 느껴지니 어쩌랴.
8월 11일자 <맨발의 친구들>은 'my song'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런데, 첫사랑의 추억을 그리겠다던 강호동은 마라톤을 하고, 슈퍼맨이 되고 싶다던 은지원은 워터 제트팩을 체험했다.
은지원이 'my song'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슈퍼맨같은 상황이 있지 않느냐는, 그러니 기운을 내라 뭐 그런 취지였다. 그런데, 그 가사를 쓰기 위해 워터 제트팩? 마치 시험공부를 하겠다고 방 청소부터 하거나, 맛난 걸 잔뜩 찾아먹는 모양새 아닌가?
더구나, 은지원이 가사를 쓰기도 전에, 그와 함께 하는 타블로는 피처링을 구한다며 대뜸 일면식도 없는 수지에게 전화를 걸다, 그도 여의치 않자 수지 어머님께 부탁을 한다. 아무리 수지가 대세라지만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서 그렇지, <꽃보다 할배>에서 미리 스케줄을 알아보지 않은 채 역으로 한지민에게 마중나오라고 했던 해프닝이랑 무엇이 다른가.
오히려, 섭외 가능성이 낮은 수지에게 전화 거는 걸로 시간을 때우는 시간에, 강호동의 피처링을 맡은 정은지와 강호동이 함께 연습하는 장면을 내보내는 것이 더 충실한 내용을 채우는 길이 아니었을까? 정작 가사를 수첩 한 가득 써온 윤시윤의 성의와,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열의가 넘치는 그의 시도는, 과도한 행동으로 제껴버린다.
(사진; 엑스포츠 뉴스)
무엇보다 <맨발의 친구들> 'my story, mysong'에서 멤버들이 공연한 작품은 그들의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무한도전>으로 돌아가서, 싸이와 함께 곡을 만든 노홍철은, 그의 컴플렉스인 'th' 발음이 되지 않아 애을 먹는다. 박치인 노홍철이 완벽주의자 싸이와 만나 몇 마디 되지도 않는 랩 구절의 리듬을 따라하지 못해 반복을 거듭한다. 박명수는 나이든 그가 추구하는 음악 세계와 전혀 다른 지드래곤을 만나, 음악적 혼란을 겪는다. 유재석도 다르지 않다. 흥겨운 댄스곡을 하고 싶은 유재석과 진지한 음악을 추구하는 이적은 서로가 어찌할 바를 모른다.
곡에 다가가기 까지의 과정도 중요하지만, 정작 음악을 만든다는 것, 그리고 음악으로 무대에 서기 까지의 과정이, <무한도전>을 통해서는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래서 박자를 못맞추던 노홍철이 무대에서 그것을 무사히 완수했을 때, 박명수가 다른 장르의 음악을 거슬리지 않고 따라할 때 시청자들은 일심동체가 되어 참았던 숨을 토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맨발의 친구들>에는 그게 없다. 은지원은 곡을 쓰지도 않았는데, 다음 장면에서 녹음을 하고, 랩을 자신없어 하던 강호동은 녹음실에 들어가 너끈히 해낸다. 수많은 가사를 적어놓았던 윤시윤은 정해진 가사를 읊는다. 음악을 한다면서, 정작 음악을 만드는 고통의 시간은 보여지지 않는다. 가사를 못외우는 거, 주어진 시간이 촉박한 걸로 채워지지 않는 창작의 고통이 <맨발의 친구들>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를 찾아간 것과, 아버지에 대한 가사를 쓰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다시 랩으로 탄생시키는 행간이 비어있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멤버들이 고생한 건 알겠지만, 그의 무대에 공감할 수는 없는 것이다.
8월 10일자 <무한도전>은 새로울 것도 없는, 늘상 가끔은 하던 예능 기대주들을 모아놓고,여름 캠프를 벌였다. 거기서 한 게임도 하나도 새로운 것이 없었다. 그런데 2회에 걸친 프로그램으로, 출연했던 8명의 멤버들은 모두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맨발의 친구들>의 my song에 합류한 게스트들은 그런 게 없다. 이단 옆차기는 그저 여전히 이단 옆차기이고, 타블로는 타블로다. 심지어, 정은지는 잠깐 나타나 노래만 부르고 사라진다. 어디 게스트 뿐이랴. 강호동이 살아야 <맨발의 친구들>이 살아나는 건 맞지만, 강호동과 그와 잘 맞는 은지원이 철지난 호흡을 보여주는 동안, 신선한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는 사장되는데, 게스트 챙길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잘 나가는 남의 포맷을 베끼고, 궁여지책 mc가 하는 타 방송의 포맷을 가져와서 잘 하기라도 하면, 그런데 어쩌랴, <맨발의 친구들>을 보다보면, <무한도전>이 대단하구나 라고 느껴지니. 포맷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닌가 보다. 이러다 정말 조만간 강호동 <맨발의 친구들> 폐지 소식이 들려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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