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솔직히 고백한다.
<땡큐>같은 프로그램을 없애고, 그 자리를 얼마나 대단한 프로그램이 차지할려나? 이런 고까운 심정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의 첫 방송을 지켜보았다. 게다가, 이미 <나는 가수다>의 명멸을 지켜보았고, <불후의 명곡>의 선전을 박수치는 입장에서, 또 하나의 서바이벌의 존재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었다. 선후배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할 때, 이젠 하다하다 별 걸 다 궁리해 낸다고 궁시렁거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슈퍼매치>의 첫 방송을 본 느낌은, 어라, 이 프로그램,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하는 거다.
무엇보다 <슈퍼 매치>란 프로그램이 새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날 것의 생경한 느낌 대신마치 여태껏 꽤나 해왔던 프로그램인 듯 익숙한 느낌을 주는 건(물론, 이 문장엔 상대적으로 신선하지 않단 의미도 내포할 것이다) 이휘재, 김구라 두 MC에 기인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김구라가 원치않던 구설수로 인해 모든 방송을 그만두기 이전까지 두 사람은 MBC의 <세바퀴>를 통해 호흡을 맞춰왔던 사이이다. 그러기에 다른 방송사, 다른 프로그램임에도 두 사람의 호흡은 자연스러웠다. 거기에, 이휘재는 2008년 이래 붙박이로 <도전 1000곡>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어 오고 있고, 김구라 역시 칩거 이전에 KBS2의 또 다른 서바이벌 <불후의 명곡>의 MC였었다.
이미 호흡을 맞춰 본 경험에, 음악과 관련된, 그것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해본 경험을 지닌, 게다가 나이에 맞게 폭넓은 연예계 인맥을 자랑하는 두 MC는, 아마도 양희은을 모시라고 나를 MC를 시켰을 거라는 이휘재의 너스레에서, 이제 막 데뷔 2개월차의 김예림이 첫 인상 투표에서 그 누구의 선택을 받지 않자, 자신도 어려운 인생을 살아왔다며 솔직하게 토닥이는 김구라까지, 그 어떤 게스트의 등장도 낯설지 않게 프로그램에 어우러내는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사진; 리뷰스타)
결국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지만 <슈퍼매치>는 가수들의 경연이란 본질을 내세우기 보다는, 선후배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들간의 콜라보레이션을 하기 위한 과정을 부각시킴으로써 또 하나의 서바이벌이란 진부한 컨셉을 피해간다.
마치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첫 인상 투표에서부터, 목소리 궁합에, 후배에 대한 선배들의 인기투표와 후배의 선택, 그에 이은 선배의 답 멘트의 선택까지, '콜라보레이션'이란 틀을 살리기 위한 제작진의 묘수가 도드라진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살려냈다.
그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프로그램에 몰입하여 이 선배와 저 후배의 조합을 예상해 보고, 마지막에 선택된 조합의 콜라보레이션에 기대를 가지게 된다. 분명 또 하나의 가수들의 경연임에도 <슈퍼매치>의 첫방을 보다보면, 그런 선입관을 사라지고,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낼 시너지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불후의 명곡>이 <나는 가수다>의 아류를 운영의 묘를 통해 살렸듯, <슈퍼 매치> 역시 잘만 운영해 나간다면, 꽤나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될 것이란 기대가 생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파일럿 첫 방송의 성적은 저조하다. 이미 공중파에서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나 혼자 산다>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슈퍼 매치>가 낯설기도 하거니와, 이제 막 시작한 신인들의 감동 신화 <슈퍼스타K5>의 신선한 기적을 넘을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프로들의 콜라보레이션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듯하다. 파일럿을 넘은 <슈퍼매치>의 존속도 기대해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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