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의 합류로 화제가 된 <프로듀사>, kbs의 작품답게, 프로그램의 시작은 야무지게 kbs의 <다큐3일>로 시작된다. 신입 피디들의 첫 출근 72시간을 다룬 <다큐 3일>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그 카메라 안으로 신입 피디 김수현 아니 백승찬이 들어온다. kbs 예능국의 신입 피디로서의 첫 출근이다. 그리고 이후의 상황은, 그가 예능국를 선택하게된 사연, 그리고 신입 피디로서의 OJT를 받는 과정이, 실제 KBS방송 프로그램 <1박2일>, <뮤직 뱅크>를 배경으로 그려진다. 물론, 실제 방송 프로그램은 <1박2일>이지만 그 피디는 차태현이 분하는 라준모요, <뮤뱅>의 피디 역시 공효진이 분한 탁예진이다. 이렇게 다큐의 시선으로 시작된 <프로듀사>는 현실이 아닌 배우들이,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피디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그려냄으로써, 그간 보여지지 않았던 신선한 영역에 대한 도전장을 내민다. 



<삼시세끼>의 방어전은 스테디 셀러인 생명의 탄생

그런데 그 시각, 또 하나의 도전장이 들이밀어진다. <프로듀사>의 도전에 '프로듀사는 어벤져스급'이라며 상당히 쫄아있고, 부딛치면 망한다고 엄살을 부리던 나영석이 던진 새로운 도전장은 뜻밖에도 새로운 생명이다. 김수현이 신입 피디로서 문자 수신조차 받지 못한 채 쩔쩔 매는 그 시각, 정선의 옥순봉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탄생되었다. 서진바라기였던 잭슨이 몸을 풀어, 하얀, 그리고 까만 염소를 두 마리나 나았던 것이다. 이 별거 아닌 염소의 탄생, 하지만, 그저 아이들만 나오면 시청률이 오르는 최근 예능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삼시세끼>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낳자 마자 엄마 젖을 향대 달려드는 막무가내 염소 새끼들이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 염소 새끼들로 시작된 별 것도 없는 옥순봉의 뻔한 일상이 여전히 또 재밌다는 것이다. 여전히 우직한 옥택연이나, 여전히 툴툴 거리는 이서진, 그리고 다짜고짜 '좀 누워있을게'라는 대놓고 민폐 신참 김광규까지, 진짜 별거 없는데, 그저 보는 재미가 또 생긴다. 심지어, 역변한 밍키가 보여주는 야생발랄함까지. 달라지지 않아서 재밌고, 새로운 식구가 등장해서 재밌고, 그 귀엽던 아이가 '너구리'가 된 상황이 재밌다. <삼시세끼>가 그래왔듯, 그저 하릴없이 삼시 세끼 밥만 줄창 해먹고, 그 밥을 위해 재료를 마련하고, 준비하느라 아웅다웅하고, 심지어 이서진이 <밍키와 잭슨네 집>이라 제목을 바꾸자고 하듯, 인간들보다도 동물들 노는 거 보는 재미가 더한 '심심한' 프로그램인데도, 그게 또 봄을 맞이하여 기지개를 켜니 재밌는 것이다. 심지어, 김수현보다도. 


별거 아닌 <삼시 세끼>가 여전히 재밌는데 반해, 신선한 시도로 야심차게 '어벤져스'급 출연진으로 출발한 <프로듀사>는 뜻밖에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다큐 3일>이라는 다큐적 시선으로 풀어가서 그런 것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다큐 3일> 얕볼 거 아니다. 평균 시청률 5%를 넘나드는 '다큐계의 스테디 셀러'가 바로 <다큐 3일>이다. 가장 대중적이고 친근한 소재로 공감을 얻어가는 <다큐 3일>인데, 문득, 첫 방 <프로듀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과연 <다큐 3일>이라면 저렇게 찍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차라리 <다큐 3일>이 진짜 카메라를 들이댄 신참 피디들의 진짜 모습이 더 흥미진진하지 않았을까? 하는.



신선하려 했지만 진부해져버린 <프로듀사>

무엇보다 <다큐 3일>이라는 설정을 도입하면서 <프로듀사>의 첫 회를 시작한 이유는, 프로듀서라는 직업 세계을 엿보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려내겠다는 야심찬 포부였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첫 회에서 보여준 <프로듀사> 내 피디들의 모습이 전혀 신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한 명의 김태호(박혁권 분)피디를 등장시켜 풀어낸 시청률표에 연연하는 예능국 피디의 모습, 음악만 들을 거 같지만 사실은 게임에 열중하는 예상 외의 음악 프로그램 피디의 모습, 거기에 방송 심의위원회를 들락거리고, 시청률이 낮아서 피디를 제외한 출연진들이 물갈이 되는 파리 목숨보다 못한 프로그램의 운명, 무엇보다, 첫 회의 관전 포인트였던 유명 여가수 신디(아이유 분)와 탁예진 피디의 힘겨루기는 이미 <그들이 사는 세상>, <온에어> 등의 드라마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익숙한 상황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탁예진이 후배 신입 피디들 앞에서 한껏 '가오'를 잡을 때, 이미 이후의 상황이 그려진다. 이미 각종 미디어의 정보를 통해 가수들의 소속사의 권한이 늘어나고, 더 이상 피디들이 '갑'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정보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프로듀사>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양 선보인 첫 회의 각종 설정들이 '리얼'하게도 신선하게도 느껴지지 않는다는데 무엇보다 첫 선을 보인 프로듀사의 안타까운 점이다. 오히려, 첫 회의 익숙한 장치들보다, 마지막 장면, 따로 들어와 한 식탁에 앉아 버린 라준모와 탁예진의 조우에서, 드라마 <프로듀사>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시작된다. 


거기에 대해 핸드폰 문자 하나 확인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는 순간 찍히고 마는 신참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리는 김수현의 백승찬에게선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새로운 직장, 신참, 바로 얼마전 케이블에서 화재를 불러 일으킨 <미생>의 장그래의 모습이 그것이다. 고졸 출신에 낙하산으로 무역회사에 이질적으로 섞여들어가지 못해 쩔절매던 장그래의 모습에서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을'의 전형을 읽어내며 열광했다. 그리고 이제 새로이 시작하는 <프로듀사>에서 김수현은 프로듀서가 되었지만, 그저 학교 선배가 좋아 프로듀서가 된 순진무구한 모습으로 또 한 사람의 미생으로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끌고자 한다. 


하지만 방송 말미 에필로그에서 보여지듯이, 백승찬의 아버지는 프로듀서를 프로듀사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말씀이 틀린 게 아닌게 현직 프로듀서의 시험은 이른바 sky 출신들만이 붙는다는, 언론 고시라 지칭된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에선 그런 직업의 현실적 환경은 배제된 채 막연한 학교 선배가 좋아서 프로듀서가 되었다는 '낭만적인' 설정만이 등장한다. 바로 이 지점이, 정작 '프로듀사'라고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가장 환타지적인 설정으로 첫 발을 뗀 이 지점이, 바로 <프로듀사>를 공감하기 어렵게 만드는 지점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이, <프로듀사>가 <미생>의 아류가 아닌 그저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서의 <프로듀사>의 차별성을 만들어 가는 지점일 도 있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5. 5. 16. 09:51
  • 2015.05.16 10:42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meditator 2015.05.18 14:58 신고 EDIT/DEL

      그러게요, ㅠㅠ, 배우들 연기도 몬가 스테레오화 된듯 하고 , 여러모로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