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tvn의 <인현왕후의 남자>나, <나인>을 재밌게 봤던 독자들은, 이제 7회를 방영한 <삼총사>가, 송재정 작가와 김병수 연출의 작품이란 이유만으로, 이른바 '닥본사'를 해왔다. 하지만, 7회에 이르기까지, <삼총사>는 <인현왕후의 남자>의 절묘한 러브스토리나, <나인>의 운명론적 스토리의 매력을 맛보기 힘들었다. 액션 활극을 내세웠지만, 액션은 둔감했고, 활극에 걸맞는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맥을 못추는 시청률만큼이나, 애청자들의 인내도 한계에 도달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7회에 이르러, <삼총사>는 비로소, 이 드라마의 숨겨진 매력을 드러냈다. 7회를 견뎌온 호청자들에게 선물이라도 주듯이.
무엇보다 <삼총사>가 드라마로서의 매력이 한껏 드러나게 된 데는 명청 교체기의 조선에서 각 권력들의 자기 입장이 분명해지면서, 그 대립각이 드러나고, 그 과정에서, 이른바 '삼총사'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진; tv리포트)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를 왕으로 등극했던 중심 세력인 김자점(박영규 분)은 소현 세자(이진욱 분)를 만난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소현세자의 아버지, 인조가 왕이 될 깜냥이 아니라는 자기 의견을 드러낸다. '광해을 몰아내고, 임금을 만들었더니, 광해만도 못하다'는 김자점의 생각은, 비록 그의 사저에라도, 한 나라의 세자 앞에서 드러낼 사견이 아니라, 신하로서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정의 주역이었던 그는, 지금의 왕조가, 자기 손으로 만든 것이라는 자부심과, 그래서 다시 언제라도, 아니 언제까지나 권력의 '뒷배'가 되겠다는 야심을 마구 드러낸다. 세자전의 상궁을 포섭하여, 용골대가 머무는 방의 자물쇠를 바꿔 버리는 노골적인 행동을 보인 김자점은 청에 대한 세자와 자신의 생각이 다르지 않음을 밝히고, 자신과 손을 잡을 것을 세자에게 종용하고, 그 결과를 만 하루 안에 줄 것을 요구한다.
김자점을 야심을 알게 된 세자는 결코 김자점이 함께 할 수 없지만, 용골대를 세자전에 숨겨둔 처지에서 뾰족한 묘책이 없어 고민한다. 그때, 세자와 칼을 겨누며 맞섰던 박달향(정용화 분)이 찾아와, 미령 혹은 향선(유인영 분)의 소재를 알려주고, 세자는 한 달음에 그녀를 찾아간다.
6회에서, 7회 초반의 내용은, 마치 세자가 스파이가 되어 나타난 첫사랑을 못잊어 다시 찾아가는 듯한 스토리의 전개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줄곧 그 존재가 의문이었던, 세자빈에 간택되었으나, 세자에게 스스로 목을 매달 것을 명령받은 여인 미령, 아니 사실은 향선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녀와 세자의 애증어린 독대를 넘어선, 김자점과 소현 세자, 그리고 그의 측근인 주화파 최명길과 익위사 허승포(양동근 분), 안민서(정해인 분) 그리고 박달향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드라마 <삼총사>의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용골대를 자신의 처소에 숨긴 세자는 김자점의 손아귀에 놓인 처지이고, 그의 고변에 따라 의심이 병적인 왕의 눈밖에 나는 건 시간 문제인 상황을 과연 세자와, 그의 측근들이 어떻게 역전시키는가가 '포인트'였다.
그 지점에서, <삼총사>는 소설<삼총사>의 속고 속이는 파워 게임 못지 않은 흥미진진한 반전을 선보인다.
안그래도 의심병이 강한 인조는 드디어 세자를 의심하기에 이르렀고, 궁에 머물지 않은 세자를 의심해 세자빈을 찾아 닥달한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등장한 박달향은 세자가 그간 투전판에 몰두해 있으며, 투전판에서 의문의 양반에게 칼을 맞아 피을 흘린 채 정신을 잃었다고 고한다. 그리고 그 시간, 세자의 전갈을 받고 향선의 처소를 찾은 김자점은 거기에서 정신을 잃은 채 누워있는 세자를 발견하고 그를 찌른 칼을 발견해 아연실색한다. 그러나, 그곳에 궁의 군사들이 들이닥치고, 절묘하게도, 김자점은, 세자와 함께, 투전판에서 셈을 논하다 세자를 찌른 높으신 양반네의 혐의를 받게 된다. 또한 그런 김자점의 혐의를 더하기 위해, 허승포와 안민서는 잃은 돈을 찾아내라며 김자점의 집을 뒤집고.
이런 기막힌 삼총사와 박달향의 활약에 힘입어, 위기에 처한 소현 세자는 무사히 궁으로 돌아와 치료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김자점의 농간에서 놓여나, 오히려 그의 집 병풍 뒤의 벽장 안에 숨겨놓은 서신으로 그의 목을 죄는 역전된 처지를 회복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삼총사>는 이런 극적인 스토리의 재미를 넘어서, 고지식한 애송이 무사 박달향을 통해, '애국'의 의미를 되짚고자 한다. 신하로서 임금의 명을 받들어 수행하는 것이 나라를 생각하는 전부라 생각했던 그는, 적국의 장수를 숨기면서까지 전쟁을 막고자 하는 소현 세자와, 나라의 위기와 상관없이 권력이 중심을 놓치고자 하지 않는 김자점을 보면서, 생각이 복잡해 진다.
(사진; osen)
물론, 여전히 아쉬운 점은 남는다. 박달향과 최명길의 대화를 통해 드러난 소현 세자의 애국론은, 막상 그와 향선의 만남에선 죽음을 각오한 채 다시 돌아온 첫사랑의 그녀와 그녀를 잊지 못한 세자만이 드러났을 뿐, 나라를 생각하는 세자로서의 그의 면모는 드러나지 않은 채 박달향의 후일담으로만 전해진다는 것이다. 즉, 역시나 죽음을 각오하고 첫사랑을 다시 찾아가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세자의 '애국관'이 좀 더 구체적으로 과정에서 드러났으면 하는 '사족'으로서의 아쉬움이다. 거기에 또 하나의 '사족'을 덧붙인다면, 아직도 양념으로만 쓰이는, 양승포, 양동근의 존재이다. 모처런 연기로 돌아온, 양동근, 그는 계속, 극의 긴장에서 추임새를 넣으며 긴장을 풀어주는 조연으로만 쓰여질 것인지하는 아쉬운 의문이 남는다. 허긴, 어디 양동근 뿐이랴. <정도전>에서, '이인임'으로 인생 연기를 보여준 박영규나, 공민왕으로 뚜렷한 궤적을 남긴 김명수가, 전작 캐릭터의 복제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 채 머물고 있는 점도 아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연기는, <삼총사>의 화룡점정이다.
하지만, 7회 정도만의 박진감넘치는 스토리와, 재미를 이어간다면, 침체된 <삼총사>는 제작비를 다 어디에 썼느냐는 오명을 벗은 채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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