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검 형사 3부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과 용산서 강력계 한여진 경위(배두나 분)는 검찰에게 뇌물을 주던 혐의로 수사받던 박무성의 집에서 조우하게 된 두 사람, 감정을 느끼지 못해 법전에 의거하여 일을 처리하는 검사가 천직이라 여겼지만 정작 검찰 내부에서 왕따가 되었던 황시목,  반면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한여진 경위,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지만 '사건'을 대함에 있어 '원칙'을 중시하는데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동질적이다. <비밀의 숲> 시즌 1에서 그런 두 사람이 검찰 스폰서 살인 사건을 위한 특임 팀에서 만나 '공조' 수사의 팀웍을 자랑했다. 

검사 스폰서 사건에서 부터 시작하여 결국 거대한 검찰 내부 비리 사건이 된 사건, 그 끝에서 상사이자 그를 이끌어 주었던 이창준 검사장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 사건에서 흔들리지 않고 사건의 진실을 밝혔지만 그 대가로 황시목은 통영지청으로 발령을 받고 거기서 한 술 더 떠서 검찰 내부 봐주기 수사를 운운하는 기사에 오르내리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 그가 대검찰청 형사법제단에 발탁되었다. 모양새는 검찰청 발탁이지만 내용상 경찰 측에서 그를 원했다는 것이었다. 

 

 

검찰과 경찰, 서로 다른 입장이 되어 만난 두 사람
대검찰청 형사법 제단 소속이 된 황시목은 검경 수사권 조정 위원회에서 경찰청 구조혁신단 주임으로 일하고 있던 경감으로 승진한 한여진을 조우하게 된다. 검찰과 경찰, 서로 자신들의 보다 많은 권익을 얻어내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의 장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 한때는 '공조 파트너'였지만 이젠 '견원지만'의 '말'노릇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법사위원장 아들과 관련된 사건, 이어 세곡 지구대 자살 사건을 통해 검경은 수사권 조정, 그 중에서도 특히 영장 청구권을 둘러싸고 '장군 멍군'의 파워 게임의 양상을 보인다. 

<비밀의 숲> 시즌 1이 검찰 스폰서였던 박무성의 죽음이 검찰 내부 비리의 도화선이 되었듯이, <비밀의 숲> 시즌2는 통영 바닷가에서 젊은이들의 애꿏은 죽음으로 막을 열었다. 박무성의 죽음에서 황시목과 한여진이 현장에서 조우했듯이, 통영 사건에서 두 사람은 여전히 투철한 진실을 향한 사명감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저 우발적인 사고일 수 있었던 사건은 황시목과 한여진의 자발적 공조로 인해 그저 스쳐지나갈 사건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장난과도 같은 고의가 발생시킨 억울한 죽음이었음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통영 사건을 통해 드라마는 황시목과 한여진의 '진정성'을 다시 한번 밝힌다. 그리고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서로의 이권을 향해 장기판의 말이 될 듯했던 이 두 사람은 그 과정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뜻밖의 '진실'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한다. 

우리가 남이가 식으로 '검찰'이라는 울타리 안에 황시목을 가두려는 검찰 측 우태하(최무성 분)와 김사현(김영재 분)의 '패거리 문화'에 엄격하게 선을 그은 황시목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법사위원장 아들 사건에 있어 우태하가 맡은 역할에 의심을 가진다. 

마찬가지로 상관인 최빛(전혜진 분) 구조혁신단장이 자신의 뒤를 이을 재목감으로 한여진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곡 지구대와 관련하여 경찰 내부의 부정한 뒷거래에 한여진은 두 눈을 질끈 감을 수 없다. 

 

 

다시 손잡은 황시목과 한여진
그렇게 서로 반대편에 섰지만 자신의 편에서 '몽니'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던 두 사람, 바로 그 때 서동재(이준혁 분) 검사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얄밉도록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 하지만 그만큼 시즌 1에 걸쳐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서동재의 실종에 두 사람은 통영 사건에 이어 다시 한번 현장에서 만난다. 

거기에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우태하에게 접근했던 서동재, 반면 그 서동재가 조사하려고 했던 의정부 세곡 지구대 사건과 관련된 최빛, 그런 연관성으로 인해 검찰도, 경찰도 이 사건에서 자신들이 불리한 입장에 처하기를 원치 않고 그런 '이해 관계'는 이제 황시목과 한여진의 공조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윗선의 이해관계와 달리, 황시목과 한여진의 방향은 분명하다. 시즌 1에서 그렇듯이 '진실'일 뿐이다. 그럼에도 황시목을 아끼고 안타까워하는 강원철 동부지검장은 황시목을 불러 나이도 들었는데 왜 그리 피곤하게 사느냐고 핀잔섞인 훈수를 두었지만 황시목은 요동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수사를 맡긴 최빛에게 이제 더는 수사권 조정이라는 대의에 진실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 두 사람의 공조가 결국 시즌 1에서 이창준의 죽음에 이르렀듯이 이제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명목을 두고 만난 경찰과 검찰, 우태하와 최빛, 그 누구에게도 황시목과 한여진의 공조가 '자비'를 베풀 여지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황시목과 한여진이 집단의 이해와 상관없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진실을 향해 거침없에 내지를  때 비로소 <비밀의 숲>은 그 본류의 재미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더구나 서동재는 마치 부비트랩처럼 통영 사건 생존자에서부터, 세곡 지구대 관련자, 그리고 한조 그룹에 이르기까지 연관되지 않은 곳이 없다. <비밀의 숲> 시즌 2는 이제 서동재의 실종을 통해 본격적으로 '숲'을 향한 걸음을 본격적으로 내딛은 듯하다. 시청자들을 숨도 못쉬게 집중시켰던 스릴러로서의 매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과연 황시목과 한여진이 드러낼 숲, 그 곳의 진실은 무엇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by meditator 2020. 9. 6.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