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 첫 선을 보인 tvn의 드라마 <방법>, 그 제목부터 생소한 악령이나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물인 오컬트 스릴러이다. 인류가 존재한 이래 '저주'는 인류의 그늘에서 그 역사를 함께 해왔다고 소개하는 드라마는 '저주'의 한 방식으로 '누군가의 마음'에서 비롯된 증오를 길어올려, 그 마음을 무기로 대상이 되는 사람의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공포스런 주술을 소재로 한다. 

 

 

방법하다. 
여기서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건,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는 그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무안한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1화 마지막, 중진일보 사회부 기자 임진희(엄지원 분)는 자신이 취재하던 포레스트 내부 고발자에 대해 억울한 누명을 씌운 기사를 씌워 죽음에 이르게 만든 같은 신문사 김주환 부장을 찾아가 항의한다. 하지만 임기자의 항의는 외려 강압적이고도 폭력적인 김부장의 겁박으로 인해 좌절되고, 억울하고 분한 임기자는  스스로 방법사라 자처했던 백소진(정지소 분)를 찾아간다. 

앞서 백소진은 임기자를 찾아와 '스스로 방법사라 소개하며 그녀가 취재하던 포레스트 기업 진종현 회장에 대해 악귀가 씌었으니 '방법'만이 그를 대항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당연히 임기자는 그런 그녀의 의견을 철없는 고등학생의 헛소리로 취급했다. 하지만, 이제 김주환 부장과 그가 결탁한 포레스트에 대한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맞부닥친, 특히 자신을 폭력적으로 다룬 김주환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임기자는 백소진을 시험해 볼 겸, 김주환에 대한 '방법'을 허락한다. 그의 한자 이름과, 그의 물건만으로 '방법'을 한다는, 했다는 백소진의 말에 임기자는 반신반의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음날 김주환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원인 불명의 이유로 스스로 손이 돌아가고 그 손이 자신의 목을 조른, 그리고 다리와 허리가 꺾여 피를 흘리며 죽은 모습은 도저히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모습이다. 말 그대로 '손발이 오그라들어' 죽어간 것이다. 

이렇게 드라마 <방법>은 '저주'의 마음을 지펴서 이뤄내는 주술 '방법'을 소재로 한다. 방법사인 여주인공이 첫 회에 누군가를 사지가 꺽이게 만들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것으로 서막을 연 드라마, 흔히 오컬트 장르에서 우리가 보아왔듯 악귀가 들린 누군가와 싸우는 방식으로는 매우 극단적이다. 

 

 


방법할 수 밖에 없는 사회악
드라마는 그 '극단'의 이유를 설득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식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한다. 우선 스스로 방법사라 자처한 백소진은 어린 시절 그녀의 눈 앞에서 지금은 포레스트의 회장이 된 진종현(성동일 분)이 사람들을 끌고 와 외딴 산속에서 신당을 꾸리고 살던 백소진의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집을 불태운다. 겨우 홀로 도망친 소진은 당연히 어머니를 그렇게 만든 진종현 회장에 대해 복수를 노린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저 백소진의 개인적 복수에 머물지 않는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IT 기업으로 성장한 포레스트, 하지만 최첨단의 기술적 발전을 이룬 기업이 사실은 무속에 의존하여 회사 일을 처리하고 그에 의문을 품은 직원에게 폭력을 가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포레스트에 대해 '정의감'이 넘치는 기자 임진희는 기자다운 방식으로 진실을 파헤치고자 애쓴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시도는 내부 고발자의 죽음에, 이제 그녀 자신이 겁박을 당하는 처지에 놓이며 불가항력의 상황에 빠져든다.

그때 등장한 백소진은 진실을 알리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는 임진희에게 진종현은 그런 정상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못을 박는다.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내림굿을 받고 그때부터 승승장구하게 된 진종현 회장에게는 악귀가 씌였다는 것. 결국 인간의 몸으로 악귀를 받아들인 진종현 회장에 대항할 수 있는 건 바로 '방법'밖에 없다며 '주술'의 불가피함을 설득한다. 

그렇게 드라마는 사회적으로 부패한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이 언론 등을 마음껏 좌지우지하는 전횡, 거기에 내부 고발자를 죽음에 이르도록 만드는 불법적인 도발 등의 부도덕한 자본과 그 자본의 모태가 되는 개인적 원한을 엮으며 '극단적 주술'의 방식인 '방법'의 개연성을 설득하고자 한다.  기자는 진실을 알리고자 하지만 기업의 커넥션으로 막히고, 형사는 사건을 수사하려 하지만 역시나 그 길은 봉쇄되고 만다. 심지어 그들이 마주선 '부도덕한 자본'은 부도덕을 넘어선 악귀라는 '인간의 경계'를 넘어선 상황, 결국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원보원(以怨報怨 원한은 원한으로 갚는다)의 방식으로 '방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방법>은 <부산행>, <사이비>, <염력> 등으로 오컬트적인 장르에서 독보적인 연상호 감독이 작가로 나선 작품이다. 기업의 회장이 알고보니 악귀에 씌였고, 그 초자연적인 악에 맞서는 주술 '방법'이란 이야기는 이미 그 소재만으로도 신선한 시도이다. <손 THE GUEST>처럼 OCN으로 가야 어울리는 작품이 아닌가 싶은 작품을 편성한 TVN의 장르적 도전 역시 실험적이다. 

 

 

그럼에도 남는 방법의 딜레마 
물론 그럼에도 딜레마는 남는다. 12부작으로 간결하고 명쾌하게 풀어가겠다는 포부에도 불구하고, 1부에서 펼쳐진 장황한 전사에 이은 늘어진 사건 전개는 과연 오컬트적인 장르에 걸맞는 전개 방식인가에 의문 부호를 붙이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2부에서 김주환 부장 죽음에 이은 본격적인 사건 전개로 기대로 돌아서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려가 되는 것은 제 아무리 '악한 존재'에 대항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저주'를 걸어 싸우는 방식에 대해 쉽게 고개라 끄덕여 지지 않는다. 김주환 부장이 제 아무리 부도덕하고 폭력적인 태도를 가진 인간이라 하더라도 그가 '온 몸이 오그라들고 온몸에서 피를 쏟으며 죽어가야 할' 사람인가에 대해서는, 그리고 그에게 겁박을 당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방법'을 부탁한 임기자가 과연 미필적 고의의 살인 교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리고 미성년이라 하더라도 온몸이 오그라들게 만들어 죽이는 주술을 거는 주인공에 대해 과연 얼마나 '포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방법론', 아니 그 이전의 도덕적 딜레마를 과연 이 드라마가 결국 설득해 낼 수 있을까가 2회에 이른 드라마의 무거운 숙제로 남는다. 

by meditator 2020. 2. 12. 0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