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4월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의 수목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는 만취 작가의 웹툰 <냄새를 보는 소녀>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이다.
'냄새를 입자로 보는 소녀. 한 사건으로 만난 애송이 순경과 함께 일상의 소소한 사건에서 부터 강력 사건까지 함께 추리해서 해결해 가는 추리+로맨스 물'
위의 설명은 올레 마켓 웹툰에 게재된 <냄새를 보는 소녀>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다.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는
'초감각(超感覺) 여자와 무감각(無感覺) 남자가 벌이는 본격 냄새 추리극'을 내세운다.
이 같은 듯 다른,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웹툰과 드라마의 설정, 두 둘의 간극은 첫 선을 보인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어떻게 드러났을까?
웹툰의 윤새아와 드라마의 오초림, 그 차이점은?
<냄새를 보는 제목>에서 부터 알 수 있듯이 웹툰의 이야기는 '냄새를 볼 수 있게 된 소녀 윤새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화학자였던 부모님을 둔 윤새아, 하지만 사고로 홀홀단신 살아남은 그녀는 원근감을 잃은 대신, 냄새 입자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 물론 웹툰의 첫 회, 극장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을 계기로 순경인 김평안과 윤새아는 만나게 되고,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지만 웹툰의 주 내용은 냄새를 보는 능력을 가진 윤새아가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부모의 화재 사고 휴유증과도 같던 자신의 능력을 수용하고, 그것을 적극적인 능력으로 활용하는 '자기 성장' 드라마이자, 부모님을 죽게만든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 스릴러에 치중된다. 특히나, 첫 장면 극장에 가득 찬 냄새 입자에 '다 죽어버려!'라고 속으로 비명을 지르듯, 코로 냄새를 맡지 못하고, 원근감을 상실한 대신, 냄새를 보게 된 소녀는 부모를 잃은 채 혼자 살아남은 상실감과 남들과 다르다는 소외감에 상당히 어둡고, 거기에 사춘기 소녀의 신경질적이면서도 충동적인 분위기를 유지한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물을 내세운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의 소녀는 웹툰의 소녀와 천양지차다. 똑같이 부모를 잃고, 한 쪽 눈 색깔이 바뀐 후 냄새를 보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지만, 웹툰의 소녀가 부모의 죽음에 짖눌려진 대신, 드라마 속 소녀는 과거의 기억을 잃는다. 덕분에 과거의 상처를 잃고 자신을 보호한 형사를 아버지로 알고, 개그우먼을 지망하는 밝고 쾌활한 소녀로 성장한다. 처음 의식이 돌아왔을 때 그녀를 공격하듯 몰아닦친 냄새 입자에 기겁을 하지만, 그런 장애조차도 의학적 도움으로 완화시킨 채, 남들과 다른 '초감각'의 능력을 탑재한 능력자로 거듭난다. 그렇게 최은설이었던 과거의 트라우마를 벗어던진 능력만 가진 소녀 오초림의 분위기는 어떤 상황에서도 밝고 긍정적인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발랄함으로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로코가 된 냄새를 보는 소녀
무엇보다 드라마가 웹툰과 달라진 점은 웹툰이 냄새를 보는 소녀 윤새아를 중심으로 등장하는 이웃집 오빠 노원을 비롯하여 의문의 여러 남자들 중, 남자 주인공인 김평안 순경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에, 드라마로 온 <냄새를 보는 소녀>는 잠시 <감각남녀>라는 제목을 채택하려 했던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냄새를 보는 소녀 오초림과, 동생을 잃고 무감각해진 남자 최무각의 활약과 러브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조증'처럼 시종일관 새처럼 지저귀듯 높고 밝은 톤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오초림의 한 편에서, 범인이건 동료 경찰이건 그 누구에게 맞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뜨거운 커피도 단번에 마셔버리는 무감각한 최무각의 존재가 극의 중심을 잡는다. 또한 웹툰이 부모를 잃은 기억에 사로 잡혀 그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사건을 일으키는 계기를 만든다면, 드라마에서는 동생 최은설을 잃고 그 범인을 찾기 위해 강력계 형사가 되려는 최무각의 좌충우돌 모험이 사건의 현장에 두 사람을 불러 들인다.
또한 웹툰에서 윤새아의 보호자로 등장하여 김평안 순경과 삼각 관계를 형성하던 노원은 이제 드라마에서는 늙수그레한 형사가 되어 오초림의 양아버지가 된다. 대신, 애인을 잃은 인기 쉐프로서 권재희(남궁민 분)가 등장하여 갈등의 한 축을 형성한다. 거기에 다크 호스처럼 첫 회에 피묻은 손으로 등장한 의사 송종호의 존재 또한 드라마적 흥미의 한 요소이다.
또한 웹툰에서 휠체어를 탄채, 얼굴의 반을 긴 머리로 가리며 등장한 걸진 전라도 사투리의 프로파일러 염미는, '로코'에 걸맞게 젊고 아름다운 윤진서가 대신하여, 애정 전선의 한 축을 이룬다.
부모를 잃는 사건의 와중에서 얻은 장애라고만 여겨졌던 냄새를 보는 능력을 김평안 순경을 만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발견하고, 스스로 벽을 쳐버린 세상으로 그 능력을 이용하여 한 발, 한 발 나서는 윤새아의 이야기, 그리고 거기에 엇물려 들어가면서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사건들, 그리고 내내 그림자를 드리운 부모님을 죽인 범인의 존재, 웹툰은 이렇게 세상과 벽을 쌓은 히키코모리 같은 여주인공이 세상에 맞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를 통해 부모님을 죽인 범인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에 반해, 역시나 부모님을 사건으로 잃었지만 부모님이 죽었는지 조차 모르는 꾀꼬리 같은 여주인공의 드라마는, 앞으로 그녀의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증폭될 이야기의 운명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동생 바보로 살아가다, 감각조차 잃을 정도의 비극을겪은 그리고 그 비극의 실마리가 오초림에게 얽혀져 있는 최무각의 존재는 더더욱 드라마틱하다. 드라마는 웹툰의 '냄새를 보는 설정'과 친족을 잃은 사건을 도입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전혀 다른 각도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제작 발표회에서 로맨스 8에, 추리 2의 비중을 강조했던 백수찬 pd의 발언처럼, 첫 선을 보인 <냄새를 보는 소녀>는 시작은 최은설 부모의 살해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곧 개그우면 지망생이 된 오초림의 이야기에 우연한 사건으로 함께 미용실 강도 사건을 해결해 가는 최무각와 오초림의 해프닝을 맛깔나게 풀어낸다. 원작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다크했던' 원작의 분위기를 찾을 길없는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가 생소할 지경이다. 하지만, 이 봄 어쩐지 봄날에 어울리는 상큼한 드라마 한 편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남들과 다른 처지임에도 결코 주저앉지 않은 밝고 쾌활한 오초림에, 그가 들이키는 커피 한 잔마저 안쓰러운 무감각하기에 보호본능을 일게 만드는 최무각이 벌이는 로맨스 냄새 추리극이 더 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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