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12월 4일 방영된 <라디오 스타>는 김구라의 속죄부와도 같은 방송이 되었다.
최민수는 말한다. 김구라는 불량식품이라고, 그렇다고 우리가 불량식품을 안먹는게 아니지 않느냐고, 내내 먹어왔으면서, 이제 와 새삼스레, 불량 식품이 불량하다고 토를 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못박는다. 거기에 덧붙여 그저 불량식품인 줄로만 알았던 김구라가 아주 진행을 잘 한다고 칭찬을 얹는다.
물론 이 말은 4일 방영된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최민수의 수많은 어록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 많은 어록 중에서 유독 김구라와 관련된 말들에 여운이 남는 건, 방송 시작과 함께 김구라 스스로 반성한 그간의 '오만방자'했던 진행 태도때문이다.
그 전 주, 김구라는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케이 윌등을 향해 무신경한 태도로 일관하여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중독 특집이란 명목으로 케이윌 등은 평소 자신이 즐겨하는 피규어를 가지고 출연했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의 취미에 대핸 무지했던 김구라는, 케이윌 등이 아껴하는, 심지어 한정판인 피규어를 그저 아이들 장난감으로 취급하였다. 심지어, 만지지 말라는 케이윌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마구 만져대다가 부숴뜨리고, 그에 화를 내는 케이윌에 뭐 그까짓 걸 가지고 그러냐고 다르치기까지 했었다.
4일 방송에서 규현이 밝혀듯이, 그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의 거의 대부분이 김구라와 관련된 시청자들의 불만이었던 것처럼, 김구라의 그런 행동은 숱한 원성을 불러왔다. 그리고 문제는 그저 케이윌의 경우만이 아니라, 마치 '자숙'이후의 복귀를 개선장군의 금의환양이라도 된 양, 나날이 독선적이 되어가는 김구라에게는 결국 사필귀정이었던 결과였다.
(사진 ; 마이데일리)
4일 방송에서 김구라는 그간 자신의 발언 수위가 정도를 넘었음을 사과한다. 좀 더 겸허한 자세로 방송에 임할 것을 각오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케이윌에 대한 다그침은 자신이 피규어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도, 케이윌을 폄하하려고 한 것도 아니라, 그저 예능의 한 작법이었다고 사과 끝에 해명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 그가 핑계로 제시한 예능의 작법은 4일 방송 중에 종종 그 용례를 들어 등장했다.
여전히 내가 다 잘못한 것은 아니다, 혹은 사실 당신들이 오해한 면도 있다는 식의 반성은 남자 어른들이 비겁하게 자신의 잘못에서 도망가려 할 때 종종 사용하는 수법이라 뒷맛이 쓰기는 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김구라를 비롯한 제작진이 독선적으로 흘러가던 <라디오 스타>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반성한 것은, 또한 <라디오 스타>이기에 가능한 프레임이라 생각되어 다음을 기대해 보게 된다.
반성 덕분인지, 4일 방송은 한결 출연자들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물론, 그 어느 mc도 감히 거스리기 힘든 최민수라는 절대 포스의 출연자 덕분이기도 했지만, 그가 아니라도, 효린이나, 그외에 대놓고 '약'이라 했던 b1a4의 산들, 언터쳐블의 슬리피에 대한 배려가 다른 때에 비해 돋보였다. 물론 여전히 종종 김구라는 출연자들의 발언을 평가하려 들었지만, 그 빈도 수가 한결 덜해 보였으며, 그에 비해 좀 더 성의있게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매력을 끌어내려 애썼던 한 회 였었다. 덕분에 가장 큰 수혜를 얻은 것은, 이번에 나와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안절부절하던 서른 살이 넘은 예능 초짜 슬리피였다.
최민수는 수많은 어록 중에 <라디오 스타>를 시궁창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러자, 김구라는 그 말을 받어 유재석에 비하면 나는 시궁창이라고 말한다. 김구라의 이 언급을 통해 보건대, 김구라는 여전히 자신이 1인자가 되지 못한 b급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김구라를 포함한 다른 mc들과 제작진의 생각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건 <무르팍 도사> 뒤꽁무니에 붙어 10분을 채 방영되지 못한 채 '제발~'을 외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이제 <라디오 스타>는 어엿한 수요일 공중파 예능 시청률 1위의 대표주자이다. 프로그램 뿐인가, 새로운 방송이 만들어 질 때마다 가장 유력한 mc로 언급되는 김구라는 어떻고. 이제 <라디오 스타>는 A급의 MC들이 진행하는 A급 방송이 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 스타>는 여전히 B급이다. 그건 최민수가 말한 시궁창에서 해학을 길어올렸다는 표현과도 통한다. 여전히 <라디오 스타>는 슬리피나 산들처럼 사람들이 누구야? 하는 연예인들이 나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에 가장 적절한 프로그램이다. 십 수년을 무명에서 구르던 많은 연예인들이 <라디오 스타>에 나와 인지도를 높이고 다른 프로그램에서의 기회를 얻어갔었다.
이제 <라디오 스타>의 과제는 더 이상 B급이지 않은 제작진과 MC들이 진행하는, 하지만 B급을 지향하는, 그리하여, B급도 되지 못한 모래알 중에서 보석을 길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바로 지난 번 케이윌 출연과 관련된 홍역은 바로 그 궤도 수정에 대한 시청자들의 강한 요구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렇담 A급이 시궁창에서 해학을 길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모범 사례는 바로 4일 출연한 최민수가 보여주었다. 방송이 시자되자 마자 김구라를 싫어한다고 대번에 직설을 날리더니, 결국, 마지막에 진행이 좋다는 칭찬으로 김구라를 구제해 준 이가 바로 최민수였다. 구설 속의 <라디오 스타>에 대해 시궁창 론을 내세우며 새삼 면죄부를 던져 준 것도 역시 최민수이다.
하지만 이런 언급 외에, 방송 과정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MC가 아닌 후배들을 향한 최민수의 태도였다. 자신의 말을 자르는 규현에게는 거침없이 찌르는 듯한 눈빛을 쏘던 최민수였지만 옆 자리에 함께 한, 그저 그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몸이 덜덜 떨린다는 후배들을 향해서는 한없이 인자한 미소로 일관했다.
겨우 타 방송에서 한번 마주쳤을 뿐인 산들을 불러들인 것도 최민수요, 장황한 자신의 발언에 조는 슬리피에게 눈쌀을 지푸리지 않고 괜찮다고 자라고 한 것도 최민수다. 자신의 반지를 내보이며 협찬하고 싶다고 하자 성의있게 그걸 받아들여주고, 후배들이 어설픈 행동이나 말에도 한결같이 미소를 지으며 바라봐주는 최민수의 모습은 그간 그의 어떤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 보다도 멋있었다. 그리고 이런 대인배 최민수의 모습이야 말로 이제는 A급이 된 <라디오 스타>가 가져가야 할 자세가 아닐까 싶다. 최민수만큼 연륜으로 넉넉해진 <라디오 스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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