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라디오 스타> '늙지 않는 언니들' 특집에서 규현은 출현한 김성령에게 함께 연기했던 배우들에 대해 물어보며, 노골적으로 권상우의 흉내를 냈다. 물론 언제나 <라디오 스타>가 그랬듯이 좋은 흉내가 아니었다. 권상우하면 세간에 회자되는, 그 예의 입짧은 소리를 규현은, 백지영에게 '욕먹겠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실실 웃으면서 되풀이 했던 것이다. 그리고 백지영의 걱정스런 반응에, <라디오 스타> 4MC들의 반응은, '억울하면 나오든가'였다. 하지만, '억울하면 나오든가'란 <라디오 스타>식 출연 요청과 상관없이 최근들어 그 무례함이나 무신경함이 빈번히 비난의 대상이 되는 규현 등 MC들의 태도는 역시나그날도  구설수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6월 19일 <라디오 스타>는 '자다가 날벼락 특집'으로 그간 <라디오 스타>를 통해 11일 권상우처럼, 본의 아니게 <라디오 스타>에서 자신의 실명이 오르내린 스타들을 게스트로 초청했다.


<자다가 날벼락 특집>이 시작되자 마자, 윤종신은 이 특집의 발원지가 바로 김구라임을 밝힌다. 그런 윤종신의 지적에 김구라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이경규가 처음으로 예능 프로에서 돈을 운운한 개그의 시초를 열었다면, 자신은 실명을 언급하는 개그의 새 장을 열었다고, 자랑스레 자신의 개그 스타일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런 그의 개그에, 혹은 그가 판을 깔아 주어 게스트가 언급하여 졸지에 화제가 되었던 그래서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심현섭, 이정, 김지훈, 박현빈이 게스트로 등장했다. 

즉, <라디오 스타>는 자신들이 프로그램에서 본의 아니게 언급하여,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을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초빙함으로써, 그간 계속 다짐했던, '억울하면 나오라'는 방침을 확고히 했을 뿐만 아니라, 나와서 해명하는 것만이, 실명 토크로 인한 희생의 이른바 '회생 절차'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결국 그 말은, 프로그램의 서두에 김구라가 자랑스럽게 자신의 실명 토크를 언급하듯이, <라디오 스타>식의 뒷담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란 다짐을 하는 것이요, 이는 자신의 프로그램으로 인한 개인의 프라이버시의 피해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과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항변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런 <라디오 스타>의 당당함은, 시청률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의 예능 프로그램이 가지는 '권력'에서 기인한다. 그래도 우리가 언급이라도 해줬으니 '화제'라도 되지 않았어? 라는 대중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스타의 생리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자신의 권위에 마음껏 이른바 '부심'을 부리는 자세다.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시청률이 소폭 하락했다. ⓒ MBC 방송화면
(사진; 엑스포츠 뉴스)

그리고 자다가 날벼락' 특집 답게, <라디오 스타>는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언급되었던 그 내용을 중심으로 게스트를 물고 늘어진다. 심현섭에게는 개그 강박 관념을, 김지훈에게는 연예인 여자 친구를, 이정에게는 제주도의 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하다는 등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결과적으로, 한 시간 여의 <라디오 스타>를 보면서 느낀 감정은, 도대체 요즘 <라디오 스타>는 왜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이다. 정말 술자리 뒷담화용으로도 별 재미가 없는 토크들을 듣고 있노라니 드는 반문이다. 

이제는 품평자의 위치가 너무나 당연한 4명의 MC들은 개그 강박 관념을 가졌다는 심현섭을 비롯하여 네 명의 출연자들에게 대놓고, 웃겨 보라고 요구를 하고, 그 웃김의 정도에 대해 표정에서 부터 대놓고 평가를 들어간다. 
자신들이 특집으로 내걸은, <라디오 스타>를 통해 언급되었던 내용과 관련해서,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되, 절대 그 이상의 깊이있는 토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정의 정치와 관련된 질문이나, 돈에 대한 생각도, 이정이, 4 MC들의 우문에, 진지한 현답을 했기에 그나마 그 정도의 이야기가 나온 것이지, 그저 4MC들은, 이정과 심현섭의 정치적 견해 차이를 놓고 어떻게든 재미로 쌈이라도 붙여보려고 혈안이 되었을 뿐이다. 그가 정치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바라보는 자세의 건강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정의 돈벌이나, 박현빈의 통장 등 지극히 속물적인 관심을 넘어서는 이상에 대해서는 무료하게 대할 뿐이다. 정작 고품격 음악 방송이라면서, 게스트의 노래에 대해서는 '잘 부르네', '가수잖아' 이상의 품평을 넘어서지 못한다. 

지금의 <라디오 스타>는 그저 김구라의 실명 토크 수준을 넘어서지도 않고, 넘어서려고 하지도 않는다.
김구라와 동갑인 심현섭이 오랫만에 TV에 얼굴을 비추었지만, 정작 진짜 그의 근황은 알 길이 없이, 흘러간 혹은 지금 그가 다니는 행사용 개그만 소비했을 뿐이다. 제주도에 사는 이정의 집 소유주가 누군가는 알게 되었지만, 정작 이정이 제주도에서 살게 되었던 결심의 속내용은 알 길이 없다. 김지훈의 연애관은 알게 되었지만, 삼십대 중반의 배우 김지훈은 도통 알 수 없다. 박현빈으로 가면, 한 술 더 뜬다. 김구라도 아는 박현빈의 술친구 조세호와 있었던 술자리 해프닝만 고백하고 간 셈이 되었을 뿐, 행사로 인해 술로 세월을 보내던 시간의 속내는 알 수 없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너스레를 떨며 결코 속사정은 털어놓지 않고 농담 따먹기나 하다, 반가웠어 하고 악수를 하고 헤어지지만 , 하지만 결코 다음에 만나길 기약하지 않는 그런 만남과도 같다. 게스트가 나와서, 웃고 떠들었지만, 그런 와중에 진솔하게 자신의 속내를 밝힐 수 있어서 좋았다던 <라디오 스타>는 이제 옛 추억의 그림자일 뿐이다. 
김구라는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자신의 실명 토크를 자랑스레 내세우고, 규현은 거기에 편승하여 대부분 선배들인 출연자들이나, 언급된 스타들을 비아냥거리기에 재미를 붙일 뿐이다. 김구라를 제재해야 할 윤종신이나, 김국진도 어느 틈에 거기에 편승하여 웃기는 데만 재미를 붙인다. 웃고 떠들긴 하는데, 그러고 있노라면,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 그게 지금의 <라디오 스타>다. 


by meditator 2014. 6. 19. 0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