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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부터 <드라마 스페셜>은 2013 극본 공모 당선작 4편이 연달아 방영된다. 그 중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유정희 극본, 이응복 연출의 <꿈꾸는 남자>이다.
'인물들의 치열한 부딪침 속에서 인간의 본성의 처절함을 이야기하겠다'는 취지를 내보인 <꿈꾸는 남자>는 그 치열함의 가운데 서있는 주인공으로 준길(양진우 분)을 내세운다. 준길을 결혼을 앞둔 평범한 제과 회사의 회사원이다. 하지만 평범한 그를 비범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그가 꾸는 꿈이다. 그는 일어나지 않은, 하지만 반드시 일어나게 될 '죽음'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꿈을 꾼다고 준길이 어떤 행동을 취하지는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남들과 다르지 않은 척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수퍼마켓 여사장 순애(윤세아 분)를 만난 순간 준길은 놀란다. 바로 그녀가 그의 꿈속에서 살해를 당하던 여자였기 때문이다. 잔인하게 살해 당하고 손가락의 반지를 뺏기 위해 손가락마저 잘리는 그녀를 외면하려 했지만 준길은 자꾸만 그녀의 삶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도박하는 남편에게 돈을 빼앗기는 그녀를 돕고, 아이를 보고 싶어하는 그녀를 위해 직접 차를 몰아 시골에 데려다 준다. 꿈 속에 그녀가 살해 당하는 것을 막겠다는 막연한 의도에서 시작된 그의 행동은, 점점 더 순애에게 집착하고, 결국 그녀를 사랑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녀와의 사랑을 위해 청첩장을 돌리는 것만 앞둔 결혼도 깨고, 자신의 전세금을 빼서 그녀의 남편에게 주고 순애를 자유롭게 해주려 한다.
하지만 그의 전 재산을 그녀 남편에게 주어도 그의 꿈은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흙구덩이 속에서 정신이 든 그녀를 꿈 속의 살인범은 잔인하게 목을 조를 뿐.
악몽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그녀을 구하기 위해, 그는 마지막 수단을 강구한다. 꿈속의 살인범이라 생각한 그녀의 남편을 그 스스로 먼저 처단하는 것.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경마장에서 실의에 빠져있는 순애의 남편은 순순히 준길의 꾀임에 빠져 약을 먹고, 결국 준길의 손에 생을 마감한다. 남편을 죽이고 그 물기가 채 마르기도 전에 순애로 부터 남편의 핸드폰으로 걸려 온 전화. 순애는 말한다. 준길과의 사이는 신경쓸 정도가 아니었다고, 다시 함께 시작하자고. 그녀의 다시 시작하자는 목소리에 준길은 분노가 솟구쳐 소리치고 얼떨결에 집어 던진 자신의 짐 속에서 꿈 속의 살인범이 쓴 모자를 확인한다. 꿈 속에서 순애를 죽인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바로 지금처럼 배신감에 치를 떨다 못해 순애를 죽인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다.
준길은 경찰서로 달려간다. 그리고 자신을 가둬달라 애원한다. 자신이 꿈을 실행할 수 없도록.
준길의 행동을 규정하는 건 두 가지이다. 사랑이라 생각한 그의 집착, 그는 순애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걸고, 남편을 죽이기 까지 한다.
또 하나 그를 지배하는 건 그의 꿈이다. 그로 하여금 잠 못이루게 만드는, 그를 현실과 꿈의 세계에서 헤매게 만든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서로 얽혀있다. 그는 꿈을 꾸고, 꿈을 꿈에도 꾸지 않은 듯 살아가려 하지만, 꿈 속에 만난 그녀를 만나며, 꿈 속의 결과에 얽매여 자신의 삶을 버린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가 꿈을 꾸는 이유를 설명치 않는다. 그저 그는 꿈을 꿀 뿐이다. 드라마 내내 그의 행위의 추동 원인은 헷갈린다. 그를 괴롭힌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인지,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인지, 마치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헷갈리는 것처럼, 준길은 꿈 속에서 본 그녀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이 드라마가 내건 반전 역시 그런 선상에서 이어진다. 꿈에서 자유로워 지는 선택 대신, 그는 자신을 영원히 꿈 속에 가두고자 한다. 그것은 동시에 현실에서 허무하게 깨져버린 사랑의 환상 대신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꿈꾸는 남자>에서 사실은 그의 사랑도, 그의 꿈도 그 어느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가장 평범했던 남자 준길은, 비정상적인 꿈과 사랑에 매료(?)되어 자신을 버린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인간이기에 가장 쉽게 빠져드는 욕망과 본성의 지름길처럼 보이기도 한다.
같은 연출가의 작품이라서 일까, 작가가 다름에도, <꿈꾸는 남자>에서서는 어딘가 드라마<비밀>의 향기가 난다.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에서 시작되어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던 <비밀>처럼, <꿈꾸는 남자>도 자신의 꿈을 쫓아가는 스릴러로 시작하여 유부녀 순애와의 치명적 사랑으로 마무리되었다. 사실 <비밀>도 재벌집 아들과 가난한 여주인공의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드라마의 흔한 요소는, 여주인공의 약혼자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라는 신선한 포장을 거쳐, 매력적인 스토리의 이야기로 변신하였다. <꿈꾸는 남자>도 마찬가지다.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유부녀에 대한 측은지심에서 시작된 중독적 사랑에, 남자의 운명론적인 꿈이 포장지로 사용되었다. 거기에 남자의 마지막 선택이란 반전 데코레이션까지. 하지만 <비밀>도 막상 보고나니 결국은 사랑 이야기였어 하는 싱거움을 버리지 못했듯이, <꿈꾸는 남자>도 약간은 과대포장이 된 듯한 싱거움을 숨길 수는 없다. 그것이 단막극으로서의 앞뒤 뭉턱 자르고 대뜸 꿈부터 꾸고 보는 설정때문이었는지, 그도 아니면 여운의 미인지, 그도 아니면 결국은 뻔한 스토리에, 반전이라기엔 황당한 결론이었는지, 막상 다보고 나면, 신선한 시도이긴 한데, 극본 공모작이라기엔 어쩐지 새로운 이야기같지는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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