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편의 신선한 tvn의 예능이 등장했다.

2015년 4월 29일 방영을 시작한 고교생들의 토크 프로그램 <고교 10대천왕>이 바로 그것이다. 수요일 밤 11시를 지켜왔던 <수요 미식회>를 밀어내며 야심차게 시작된 <고교 10대천왕>. 그 취지는 이른바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되는 10대들의 나라 걱정'이다.

 

'재미'는 보장하는 'mc'

그리고 그 취지에 걸맞게, <고교 10대천황>은 첫 회 우리나라의 젊은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s대를 나와도 취업을 못하면 도대체 취업은 누가 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취업 문제를 다루었다. 이어진 2회, '대한민국은 지금, 나홀로 집에'에서는 나날이 늘어가는 싱글족 문제를 다루었다.

 

그런데, 이미 미국 유수한 명문대에 입학 허가를 받은 엘리트에서 부터, 외고생, 그리고 토론 대회 수상자에, 다양한 분야와 성향을 가진 10명의 학생들을 모아 놓은 10대 천왕과 함께 하는 mc진들에 대해, 프로그램의 소개란에서는 '모자란 어른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모자란 어른들이란 다름아닌,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환상의 콤비로 탄생한 김성주, 정형돈 두 mc에, 서장훈의 합류이다. 이제는 발군의 조합이 된 김성주, 정형돈 두 mc의 예능감이야 바야흐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이며, 거기에 합류한 서장훈은 단 2회만에 이른 평가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간 그가 출연했던 그 어떤 예능보다, 서장훈이 가진 잠재력을 가장 월등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장훈이란 캐릭터는 그의 남다른 체격, 혹은 우월한 신장을 통해 보여지는 '몸개그'보다는, 단 2회만에, 두 mc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10명의 고교생들과 입담을 겨루는 '두뇌 플레이 형'의 예능인으로서 더 제격이기 때문이다. 한번 갔다온 자신의 경험을 내세우며 허심탄회하게 자신을 희화화시키면서도 거침없이 상대방의 의중을 꿰뚫는 언변은 이런 토크 프로그램에서 서장훈이 남다른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 내고 있다.

 

 


 

 

'재미'는 있지만, 폭넓은 토론은요?

하지만, 이렇게 예능적으로 신선하고 재미있는  조합이, '나라 걱정'을 하는 토론 프로그램으로서 <고교 10대 천왕>에 있어서는 양날의 검이 된다.

 

우선 장점이라면, 토론 프로그램을 내세웠음에도 <고교 10대천왕>은 재밌다. 김성주와 정형돈이라는 '소박한' 웃음의 포인트를 아는 두 mc에, 이제는 어느 정도 '예능'의 내공이 생긴 서장훈의 합류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학생들의 소개에서 부터, 웃음의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다. 잘 나면 잘 난대로, 평범하면 평범한대로, 각각 학생들의 개성을 찾아내는데, 이미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평범한 쉐프들을 예능인으로 탄생시킨 그 저력이 발휘된다.

 

하지만 그 점이 아쉽기도 하다. 예능으로서 재밌기는 하지만, '나라 걱정'이라는 거창한 취지로 보자면 제한적인 것이다. '싱글들의 증가'로 시작된 문제 의식이, 그렇게 싱글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원인을 짚어보고 고민해 보는 것이 아니라, '싱글이 늘어나면 문제다'라는 문제 제기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거나, 논술 문제 푸는 식의 풀이를 내세우거나, 생뚱맞게, 혼전 순결로 이어지는 토론의 연결 구조에서는 여러모로 토론을 이끌어 가는 mc들의 의식 수준의 한계가 드러난다. 이제는 종영된 <속사정 쌀롱> 정도의 폭넓은 의식의 개진은 아니더라도, '싱글이 늘어나서 아이를 낳지 않아 나라가 어려워진다'는 접근은 사회문제를 대하는 일면적인 태도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웃음은 기발했지만, 상투적 인식을 넘어서지 못하는 <고교 10대천왕>은 '나라걱정'이라는 거창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럴 듯한 사회 문제 토론을 빙자한 '고교생 예능'이 되는 것이다.

 

남의 다리 긁기식의 '나라 걱정'보다는 내 몸에 맞는 '내 걱정'이 제격

그래서 <고교 10대천왕>이 빛을 발하는 지점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나라 걱정'이 아니라, 또래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 나눠보는 '내 걱정'시간이다.

고 3의 연애 상담으로 시작된 고민은 2회에 이르러, 이혼한 엄마에게 온 문자로 봇물 터지듯 털어놓은 각자의 사연과, mc, 출연 학생 할 것없이 감정을 이입해 버리고 만, 내 엄마의 이야기, 내 아이의 마음에서 진솔한 공감을 낳는다.

 

3년 후의 내 이야기가 될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어딘가 '문제집'의 답을 컨닝한 듯 하거나, 생뚱맞은 남의 다리 긁는 식의 이야기로 '웃픈' 상황이었던 것들이, 부모의 이혼과 재혼, 그런 상홍에 맞닿은 내 처지가 되니, '내 이야기'들을 풀어놓게 되는 것이고, 그들의 해법도 '공감'의 온도를 높인다.

 

처음 소개를 받을 때만 해도 외국 유학 인증을 받은 학생에, 외고 학생, 언론 동아리 연합회장 등 쟁쟁한 학생들로 시작된 10대 천황의 출연진에, 역시나 여기도 성적순인가, 학교 서열순인가 하고 입맛이 써졌지만, 막상 한 회가 마무리될 즈음, 가장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한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사람사는 세상은 '성적순'이나, '학교 서열순'은 아니구나 란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그들이 살아왔던 10여년의 짧은 세월의 '공부'만이 아닌 내공이, '시험'이 아닌 '예능'인 <고교 10대천왕>의 묘미가 된다.

by meditator 2015. 5. 7.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