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는 '고래'를 좋아한다. 그녀가 줄줄이 나열하는 세상의 많은 고래들, 왜 고래였을까? 거대한 덩치를 지닌 고래, 조금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고래는 '포유동물'이다. 고래와 함께 '바다'에 사는 다른 동물들처럼 '물고기'가 아니다.

4화에 등장한 우리나라 서해안에 서식하는 '상괭이'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폐호흡을 해야 하는 상쾡이, 물고기의 그물에 걸린 상괭이는 '호흡'을 제 때 하지 못해 결국 '질식'해 숨지게 된다는 이야기는 '바다'에 사는 '고래'의 숙명을 떠올리게 한다. 물고기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포유동물, 바다에 살면서도 숨을 쉬기 위해 거대한 몸으로 물을 뿜으며 용솟음치는 '고래'는 '평범'이라는 잣대의 세상 속을 살아가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의 모습을 상징한 것은 아닐까. 

 

 

우영우가 설명하듯 처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발견'한 사람은 독일의 의사 한스 아스페르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이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 자신이 내성적이었고 외톨이었던 한스 아스페르거는 장애와 정신질환자들이 '나치'에 의해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자신의 환자들을 구하고자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한 범주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정의'내렸다. 

심지어 일부 학자들의 경우,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이들의 '과잉 지적 능력'이 네안데르탈인과 경쟁 상태의 호모 사피엔스를 '우세종'으로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다고도 주장하기도 한다. 

세상의 깍두기 우영우? 
이제는 '자폐'라고 하지 않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말을 사용하듯이 일론 머스크 등이 앓고 있다는  '아스퍼거 증후군'에서부터 시작하여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말 그대로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그러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의 우영우가 말하듯이 세상 사람들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져도 '자폐'로 먼저 '규정'을 하며 바라본다.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획일적이고 편협한 시선'에 대해 짚는다. 

3화, 중증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청년이 형을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서게된다. 그의 형은 서울대 의대를 수석 입학했다는 수재, 부모를 비롯하여 모두는 6살 정도의 지능 밖에 가지지 않은 청년의 '살인 혐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장애'가 그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능력'마저 의심하게 만든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청년은 '심신 미약'이 주장된다. 재판 과정, 법정에 선 검사는 그런데 정작 청년 대신 우영우를 주목한다. 그녀가 가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청년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같은 '심신 미약'이 아니냐며 '심신 미약'을 가진 변호사가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시청자들조차 그 순간 '헷갈렸을 것이다. 우영우의 '장애'는 심신 미약일까? 

물론 우영우는 예의 법적인 집중력으로 청년이 '살해'가 아니라, 외려 형의 목숨을 구하려 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낸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장애'로 인해 재판 과정에서 '배제'되고 만다. '변호사'로서의 능력과 상관없이 그녀가 가진 '장애'가 먼저 그녀를 '규정'하고, 그래서 그녀를 '능력'으로서가 아니라, '깍두기'로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에 그녀는 '절망'한다. 

더구나 그녀에게 호의적인 이준호 조사원(강태오 분)과 함께 길을 가던 중 그의 후배가 우영우를 당연히 이준호가 봉사하는 장애인으로 생각한 장면은 더욱 그런 우영우의 생각을 확고하게 했고, 결국 우영우는 '사직서'를 쓴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지만 타고난 '지적 능력'으로 인해 서울대 법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우영우라는 인물로 문을 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지만 월등한 능력을 지닌 환타지적인 주인공으로 통해 우리가 가진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편견의 장막을 거둔다. 

하지만 드라마는 '환타지'에 머물지 않는다. 중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져 스스로의 생각과 의견을 말할 수 없는 청년의 억울한 사연을 통해, 여전히 '변호사'로 활약을 하지만 '장애'라는 시선으로만 재단되는 우영우의 처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딸과 아빠로 세상에 단 두 사람 밖에 없는 가족이지만, '감정적 소통'이 어려운 딸을 키우는 아버지의 애환도 놓치지 않는다. 똑같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지만 자신의 아들이 여전히 어린 애 수준에 머문 것과 달리 변호사가 된 우영우를 보는 또 다른 부모의 '양가적 감정'도 놓치지 않는다. 

 

 

무작정 찬사나 환타지에 머물지 않은 드라마는 우영우 변호사의 유일한 친구 동그라미 집안에 닥친 어려운 '송사'를 통해 변호사 우영우를 부활시킨다. 하지만 그의 '부활'에 앞서 동료 변호사인 권민우(주종혁 분)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우영우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이유가 '장애'에 대한 '배려'때문이냐고. 

권민우의 질문에 정명석은 '우문현답'을 준다. 사직서 수리는 절차상의 문제였으며, 우영우의 사표를 받아들이지 않는 건, 그녀의 '장애'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가진 변호사로서의 '창의성과 적극성'  때문이었다고. '편견'에 대한 우문에 '다름'의 현답이 주어진 것이다. 

선배 변호사의 그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이 세상에 깍두기같다고 느낀 우영우는 동그라미 아버지의 재판을 통해 비로소 스스로 '변호사'로서 '자기 확신'에 이른다. 

아인슈타인, 아이작 뉴턴, 모짜르트 등의 위인들이 뒤늦게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들이 아니었을까라고 조명되고 있다. 그들이 가진 극단적인 '우뇌적 경향'이 그들이 인류사에 남긴 거대한 족적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 '추측'되고 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대단하다고 여기면서도 현실에서 조우하는 다양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해서 우리는 '깍두기'처럼 그들을 대하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런 우리들이 가진 '편협한 시야'에 대해 말한다. 

<정상인 척하기;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산다는 것>의 저자 리안 홀리데이 윌리의 '자기 긍정 선언문'이야말로 우영우를 통해 드라마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나는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또래들과 어울리기 위해 나의 존엄성을 희생하지는 않겠다.
나는 재미있고 좋은 사람이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나는 혼자 힘으로 사회생활을 해 나갈 수 있다.
필요하다면 도움을 청할 수 있다.
나는 남들에게 존중받고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다.
나의 흥미와 적성에 잘 맞는 직업을 찾을 것이다.
나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한 사람들을 기다려 줄 수 있다.
결코 나의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겠다.
나 자신을 내 모습 이대로 받아들이겠다.


by meditator 2022. 7. 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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