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든, 동네 할아버지이든 '왕년에'~ 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만큼 참고 들어주기 힘든 이야기도 없다. 하물며 그것이 70년대도 아니고, '주먹' 자랑임에랴. 우리 시대의 주먹이란, 이제 영화 '친구'처럼 한 때의 잔인한 하지만 찬란했던 영광이라기 보다는, 영화 '바람'같은 폼잡아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찌질한' 상처에 가까운 그것이다. 중학교 시절 '짱'이랍시고 학교 복도를 휘젓던 아이들도, 고등학교 쯤되면, 조용히 교실 구석에서 잠이나 자거나, 자기 '나와바리'를 찾아 일찌감치 사회로 진출(?)해 버리는 시절에, <라디오 스타>는 무려 두 번째, 전설의 주먹 시리즈를 방영한다. 


그나마 첫 번째 전설의 주먹 시리즈는 애교라도 있었다. 타칭 전설의 주먹이라 불리워 진다는 박남현, 홍기훈, 유태웅은 스스로 '평화주의자'라거나, '이렇게 라도 2년 3개월만에 방송 출연하는게 어디'냐거나, 그냥 평범한 가장이라고 자신을 낮춘다. 
물론,  전설의 주먹 시리즈 두 번 째 출연한 출연자 중 래퍼 스윙스나, 배우 이재윤, 요리사 레이먼 킴 등은 그저 이제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임을 역시나 강조한다. 하지만, 대놓고 한 때 한 주먹했으며, 여전히 과거의 영광의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고 자부하는 배우 이동준이 자신만의 자부심으로 분위기를 휘몰아 가면서 전설의 주먹 시리즈는, 말 그대로 '주먹' 자랑이 되고 말았다. 

물론 첫 번째 전설의 주먹 시리즈 때도 그랬다. 가로수와 눈이 마주쳤다며 가로수를 뽑아야 한다던 홍기훈이나, 젓가락만으로 파리를 잡고, 손가락만으로 상대를 제압한다던 박남현 등의 회자되던  '풍문'의 전설로 토크를 시작할 때만도, '주먹 부심'이었다. 하지만, 병 안의 파리가 이젠 보이지 않는 노안이 오는 나이의 출연자들에게, 한 때의 주먹이란 마치 영화 '바람'의 그것처럼, 찌질했던 추억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찌질했던 추억 덕분에, <라디오 스타>다운 웃음이 발생될 수 있었다. 

라디오스타 시청률
(사진; tv데일리)

하지만, 이른바 '재야의 고수'라는 '전설의 주먹' 두번 째 시간은 양상이 조금 달랐다. 태권도로 부터 시작하여, '주먹'으로 한 가락했던 이동준은, 여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주먹'에 건 듯했다. 심지어, 여전히 '주먹'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이제는 주먹 대신 요리를 하거나, 랩을 하는 다른 출연자들의 현재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야기가 깊어질라 치면 대놓고 오늘의 주제가 '주먹'이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mc들보다 나이가 많은, 그리고 나이 뿐만 아니라 '기'까지 센 이동준의 전횡(?)에, mc들은 통제을 거의 하지 못한 채, 아니 통제할 의도조차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게도, 이제는 '주먹'과 별 상관없이 살고픈 나머지 세 사람은 한 시간 내내, 주먹 세계에 발목이 잡혀 버렸다. 

그 과정에서, 한때는 전설의 주먹이었으나, 이제는 전설의 래퍼가 된 스윙스의 '랩부심'도, 어떻게든 예능에서 자신의 지분을 찾기 위해 애썼던 이재윤도, 도대체 내가 왜 여기에 나와야 하는지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 채, 김구라에게 조차 팔씨름도 지는 레이먼 킴까지, 자신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다 말고, 철시한 셈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안타까웠는지, mc 중 윤종신이 스윙스의 그 유명한 '컨트롤 비트 다운' 사건을 들먹였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한때 내가 이랬던' 주먹 부심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덕분에, 배우 이재윤도, 랩퍼 스윙스도 그의 현재 모습 대신 한때 주먹께나 날렸던 연예인으로만 기억에 남게 되었다. 

<라디오 스타>의 자중지란에 대해 프로그램은 스스로 고백한다. 첫 머리에, '전설의 주먹' 시리즈가 거의 1년여 된 2013년 8월 방송분이었는데, 이제 와 다시 '전설의 주먹' 시리즈 두 번 째를 방영한다는 것은, '전설의 주먹' 시리즈가 흥해서라기 보다는 이제 와 '딱히 할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원래도 <라디오 스타>의 특징이 뜬금없는 공통점을 가진 출연자들의 조합이지만, 최근에 들어 더더욱 그 뜬금없음은 도를 넘어서는 듯하다. 그래도, 예전엔 뜬금없어도, 어느 정도 흐름도 있고 추세도 있었다면, 이제는 '전설의 주먹'이나, 'sm'특집처럼 지금 왜 이걸 방영해야 하는지, 이유도 목적도 불분명한 게스트들의 조합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7월 16일 방영분처럼, 레이먼 킴처럼 내가 왜 여길 앉아 있는지 모르겠는 게스트부터, '주먹 부심'이 넘쳐 흐르는 이동준까지, 출연자들의 면면이 부조화스럽다. 그러다 보니, 이동준을 열을 내며 '주먹 부심'을 내세우는데, 그에 대해 이제는 '손을 씼은' 다른 출연자들이, 그런 이동준을 소닭보듯 멀뚱하게 바라보며 앉아있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말았다. 즉, 뜬금없는 주제라도 그걸 통해, 서로 다른 성격의 출연자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모으고, 거기서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는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하다못해 <해피 투게더>라면, 그리고 유재석이라면, 어떻게든 출연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외되지 않게, 그리고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갖은 애를 쓸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자신들이 전설이 된 듯한, 그래서 의자에 기대어 앉아 어디 한번 해봐라는 식의  mc들은 별로 그럴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언제나 그렇듯, 예능감이 좋은 승자 독식 체제인 <라디오 스타>는 대놓고 주먹 부심으로 좌중을 휘저은 이동준의 원맨 쇼와, 결국은 출연의 존재 이유를 찾지 못한 듯한 이재윤의 섭섭함으로 마무리 되고 말았다. 

최근 들어 이렇게 뜬금없는 주제와, 그 주제에 마저도 함께 흐름을 타지 못하는 이질적 출연자들의 조합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은, 이재윤처럼 그나마 방송 출연이 갈급한 처지가 아니라면, 더 이상 <라디오 스타>의 출연이 전처럼 화제를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프로그램의 노쇄를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공중파에서 두번 째나 '전설의 주먹' 시리즈를 방영하는 이유를 지금의 <라디오 스타>는 스스로 증명해 내지 못하고 있다. 덕분에 출연자의 면면에 따라 시청률은 요동친다. 시청률에서는 1위를 회복하지 않았냐고? 입은 삐뚤어 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 <라디오 스타>가 재밌었던 것이 아니라, 다른 예능들이 재미없었던 것이다. 


by meditator 2014. 7. 17. 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