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밤 11시 30분 mbc를 통해 방영되는 <나 혼자 산다>는 이제는 번연히 우리 사회 가족 형태(?)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아 가는 1인 가구, 그 중에서도 남자 들의 싱글 라이프를 지켜보는 '관찰'예능이다.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드러나는 혼자 사는 삶은 홀로 살지만, 그런 삶이 누군가에게 측은함의 대상이 될 특수한 형태가 아니라, 당당하게 이 사회 삶의 유형으로 인정받아야 할 이미 존재하는 삶의 형태라는 암묵적 명제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기혼이더라도 기러기 아빠이거나, 혹은 일찌감치 이혼을 하고, 이제 아이들조차 다 커서 독립하여 혼자 살고, 미혼인 남자들은 홀로 사는 자신의 삶을 만끽하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그러니 당연히 <나 혼자 산다>의 대부분은 그들이 보내는 '충만한' 시간들로 채워진다. 맛있는 걸 찾아가 먹고, 가고픈 곳을 찾아가 보며, 해보고자 했던 것을 즐기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는 여유를 즐기는 것이다. 

자, 이제 sbs스페셜은 그렇게 예능 속에서 만개해가는 싱글 라이프를 좀 더 현실적으로 들여다 본다. 현재 대한민국 네 가구중 한 가구, 그리고 2030년이 되면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될 싱글턴(singleton, 1인가구), 예능의 환타지가 거둬진 싱글 라이프가 조명된다. 

▲ SBS <SBS 스페셜> ⓒSBS

방송 초반 등장한 용이 씨나, 염정필 씨는 mbc예능 <나 혼자 산다>에 나와도 좋을 만한, 예능의 캐릭터들과 유사한 삶을 살아간다. cf감독, 요리사 라는 이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경제적으로 혜택을 누릴만한 전문직을 가지고, 바이크를 타고, 자신의 집을 꾸미며 여유로운 싱글턴을 누리며 산다.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인 김경미씨나, 건축설계사 이길현씨 역시 혼자 사는 삶을 외로워하지 않는다. 이길현씨는 혼자 사는 삶은 '비루'할 것이란 선입관을 깨고자 날마다 산해진미를 만들어 블로그에 올림으로써 홀로도 여유로운 삶을 증명해 내기에 바쁘고, 몸 한번 제대로 뻗을 수 없는 좁은 소파이지만 홀로 남겨진 시간이 편하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김경미 씨는 자신의 삶을 만끽한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 예능의 캐릭터가 될 만큼 여유로운 싱글턴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자녀들을 유학을 보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홀로 남아 기러기 아빠가 된 여유있는 가장들과 달리, 다가구 반 지하 주택에서 살고 있는 박경수씨는 사업이 망해서 가족이 해체되어 홀로 남게 된 경우다. 70의 나이에 지하철 퀵 서비스를 하는 이희애자 할머니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홀로 사는 삶은 지옥에서 받을 벌을 미리 받는 것과도 같다. 살면서 홀로 남겨질 것을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당연히 혼자 사는 삶의 미덕을 찾을 길이 없다. 경제적 위기로 인해 붕괴된 가족을 만날 수 없고,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여유로운 싱글 라이프 든, 불가피한 싱글턴이든, 그들이 모두 공감하는 것은 '고독사'이다. 이제는 잊을만 하면 뉴스를 통해 등장하는 홀로 남겨진 죽음,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삶에서 다가올 '병(病)'과 '사(死)'는 해결할 길이 없는 버거운 숙제요, 공포다. 뿐만 아니라, 공공임대 주택 등 싱글 라이프를 위한 사회적 기반이 매우 부족한 대한민국에서 웬만큼 경제적 기반을 누리고 사는 싱글턴이 아니고서는, 늘상 삶은 집값의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기에 헉헉거린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싱글턴들은 주거, 의료, 장례 등 그 모든 것들을 홀로 고스란히 짊어져야만 한다. 

sbs 스페셜은 그런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 한 발 더 나아간 시각을 제시한다. 싱글턴, 즉 1인 가구란 지금까지 인류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실험이라는 시각이다. 즉, 부족등의 공동체적 형태의 삶에서, 대가족, 핵가족에 이어, 이제 1인가구까지 인간은 자꾸 분자화된 삶으로 진행되어가는 그 변화된 역사의 현장에 바로 우리가 놓여져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싱글턴이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려니 하지만, 젊은 세대는 젊은 세대대로 직장 등의 이유로 인해, 나이든 세대는 함께 사는 가족의 분가와 사별로 인해, 생애 주기 중 싱글턴이 불가피해지는 삶의 현장에 우리가 처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특수한 사정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불가피한 1인 가구의 현실을 고스란히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그것을 마련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sbs 스페셜<싱글턴, 혼자 살아서 좋다?>의 입장이다. 

그리고 그걸 입증하기 위해 카메라는 복지의 천국이라 하는 스웨던으로 시선을 옮긴다. 정부에서 지어 싸게 공급하며 관리하는 공동 주택에서, 다수의 싱글턴들이 함께 중년 이후의 삶을 누리는 것을 보여준다. 홀로 사는 삶의 독자성은 충분히 보장하되, 함께 먹고, 함께 공동 주택을 유지해 가며, 개인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싱글턴의 부담을 줄이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삶을 제도적으로 사회가, 국가가 마련하는 것이다. 스웨덴의 싱글턴들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추레해 지지 않고,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지도 않는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보장하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없는 늙음을 걱정할 필요 없이 당당하게 나이듦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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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나이듦 이후의 삶의 문제만이 아니다. 어제 다시 일요일 밤으로 시간을 옮긴 <kbs드라마 스페셜- 나에게로 와서 별이 되었다>는 공교롭게도 고시원에서 삶을 이어가는 젊은 싱글턴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오래도록 병상에 누워있는 엄마때문에, 불안한 직장 때문에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그들의 현재적 조건때문에 사랑에 있어서도 솔직해질 수 없고, 심지어 솔직한 자신의 모습이 드러났을 때, 상대방을 위해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경제적 조건 때문에 사랑도 마음대로 못하는 이른바 88만원 세대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다룬다. 창문 있는 방을 얻으려면 10만원이 더 필요한 고시원의 삶 때문에, 사랑을 위해서는 엄마가 빨리 죽기를 바래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 때문에 젊은이들은 사랑을 포기하려고 한다. 바로 <sbs 스페셜- 싱글턴, 혼자 살아서 좋다?>의 가장 현실적 예이다. 왜 사회가, 국가가, 그 곳에 속해있는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주거와 의료 복지를 좀 더 확충해야 하는 가를 감정적으로 호소한다. 

홀로 사는 삶이 특수한 것이 아니라면, 그들이 당당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는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1인 가구가 엄연한 현실이 된 사회와 국가의 몫이다.


by meditator 2013. 11. 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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