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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삼일절 특집극으로 mbc의 <절정>과 kbs의 <눈길>처럼 걸출한 드라마가 방영되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이렇다 할 삼일절 특집 작품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mbc와 kbs는 각각 삼일절 특집으로 몇 편의 다큐를 준비하여, 삼일절의 의의를 살리고자 하였다. 그 중, <mbc스페셜-일본의 다른 얼굴, 카운터스 행동대>와 kbs의 <발굴 추적, 조선 정예 부대 '타이거 헌터'>는 주목할 만한 새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다.
<mbc 스페셜- 일본의 다른 얼굴, 카운터스 행동대>
삼일절 특집으로 <mbc스페셜>이 다루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이야기이다. 온라인 상에서 움직임이 시작된 재특회(재일 한국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는 급격하게 진전된 일본 정치의 우경화를 빌미로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류'가 붐을 이루어 활성화된 신주쿠를 중심으로 일본 전역의 코리안 타운에서 혐한 발언과 인종 차별적 내용이 담긴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를 무차별적으로 퍼부으며 거리를 점령했다.
'한국인은 모두 죽여라. 남경 대학살이 아닌 코리안 대학살을 실행하자'라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서슴치 않는 재특회의 도발에 반기를 든 양심적인 일본인들의 대응은 있었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경찰의 비호를 받는 재특회의 득세에, 이들 양심적인 일본인들의 소리는 쉬이 반향을 얻기 힘들었다. 더구나 '내 손을 더럽히지 않고 고고해야 한다'는 일본 시민 운동의 정서는 '막말'을 일삼는 재특회에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2013년 그런 상황을 역전시킨 조직이 등장한다. 바로 카운터스 행동대-오토코구미(남자 조직)이 그것이다. 야쿠자 출신의 다카하시가 조직한, 야쿠자에서, 재일 조선인, 대학 교수까지 다양한 분야의 남자들이 결성한 이 조직은 지금까지 일본 시민 운동의 관행을 깨고, 적극적으로 제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확성기'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소리를 높여 재특회의 헤이트 스피치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막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행렬을 막기 위해 도로를 점거하는 탈법적 행동도 불사함으로써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의 주장은 극명하다. 이미 일본 사회 내에 1만 5천명 이상의 회원을 규합하고 있으며, 유투부 채널까지 보유하며, 암묵적으로 경찰의 비호까지 받고 있는 재특회의 행동들은 바로 그것 자체가 '폭력'이며, 그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서 '폭력'을 쓰는 것은 '정당방위'라는 것이다. 그리고 <mbc스페셜>은 '폭력'도 불사하며 재특회에 도전한 카운터스 행동대의 결성과 활동, 해체, 그리고 그 이후의 재결성까지의 일련의 움직임과 정당성, 그리고 이들이 일본 시민 운동에 가져온 영향을 담아내고자 한다.
대표 다카하시의 말처럼 경찰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종종 '폭력'도 불사했다는 이들의 단호한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재특회의 활동을 저지하는데 효과적이었다는 보여준다. 재특회는 이들의 등장에 헤이트 스피치의 방향을 종종 잃어버리거나, 카운터스 행동대의 과격한 저격으로 함부로 헤이트 스피치를 내뱉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우려와 달리, 이들의 단호한 움직임에 소극적이었던 시민 단체는 물론, 시민들의 반응도 달라졌으며, 그 결과 재특회에 대한 사회적 대응에 대한 여론을 이끌어내는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음을 다큐는 주목한다.
<발굴 추적, 조선의 정예 부대 '타이거 헌터'>
<타이거 헌터>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얼마전 개봉했던 영화 <대호>의 그 호랑이 사냥꾼이다. 흥행을 하지 못해 여러 사람에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우리 역사 속에 사라져갔던 일제 시대 호랑이 사냥의 사회사를, '독립운동'이라는 각도에서 새롭게 조명했다.
그 시작은 영화 <대호>에서 처럼 일제 시대 무차별적으로 벌어진 일제의 호랑이 사냥이다. 1910년 한일 한방을 전후하여 한반도에서 무차별적으로 벌어진 호랑이 사냥, 그 사건의 결과는 그저 영화 속 호랑이 사냥꾼 부자의 슬픈 사연을 넘어 우리 독립 운동사의 궤적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즉 일본은 한일 합방을 전후하여 자신들이 무차별적으로 호랑이를 잡아들인 것과 달리, 총기를 소지한 포수들이 혹시나 무장 독립군으로 돌변할까, 포수들의 총기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 결과 일본에 의한 무차별적 호랑이 사냥과, 토착 포수들의 총기 압수로 인해 늑대 등에 의한 인명 살상이 늘어났고, 총기를 반납하지 않은 포수들의 만주 탈출과 독립군화가 가속화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홍범도 장군의 부대의 주요 인원이 한반도에서 총기 압수에 저항하여 건너간 '산포수'라는 것이다. 즉 1919년을 전후하여 홍범도 장군을 중심으로 한반도 북쪽, 그리고 만주에서 벌어진 무장 독립 투쟁은 바로 한반도의 산포수들이 주축을 이루었다는 것을 다큐는 밝힌다. 그 자신이 산포수 출신이었던 홍범도 장군, 그리고 역시나 산포수 출신인 차도선 의병장, 그리고 그들의 수하에 50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산을 펄펄 날아다녔던 산포수 출신의 독립군들이 호랑이를 유인하여 잡던 그 전술을 고스란히 활용하여 일본군을 섬멸한 것이 바로 무장 독립 투쟁의 숨겨진 역사라는 것을 다큐는 밝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큐는 이런 일제 시대 무장 독립 투쟁 이전, 우리도 알고 있는 신돌석등이 산포수 출신이었음을 필두로 구한말 의병 운동, 그리고 그 이전 신미양요, 병인양요의 외세 에 대항한 각종 전투에서 산포수, 타이거 헌터들이 발군의 활약을 보였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행동을 앞세운 카운터스 행동대의 돌출적인 운동에 주목하다 보니, 과연 이들이 재특회에 대항하게 된 의식의 기저를 살펴보는데는 미흡하다. 왜 하필이면 재일 한국인을 보호하는 행동에 나서게 되었는가에 대한 개연성은 아쉽다. 역시나, 부족한 사료를 바탕으로 타이거 헌터를 역사의 수면 위로 부상시키고자 애쓴 '발굴 추적' 역시 타이거 헌터의 사료를 나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조국을 위해 무기를 든 호랑이 사냥꾼의 다음 행보는또 다른 편을 기대해야 할 듯하다. 하지만, 2016년의 삼일절을 기념하여, 독립 만세라는 상징적인 행위를 넘어, 행동으로 실천하는 한, 일 양국의 역사를 드러낸 mbc와 kbs의 다큐는 묘하게 시의적이다. 마치, 2016년의 우리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거리로 나가 온몸으로 저지하는 카운터스 행동대의 그것이나, 총기를 빼앗기는 대신, 총구를 겨냥한 산포수의 그것이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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