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필수적'인 교육 과정처럼 여겨진다. 그 '코스'에서 여성이나 남성의 차별은 거의 없다. 외려 '대학'이 인생 최대의 관문처럼 여겨져서 문제가 될 정도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은 어떨까? 모두에게는 아니겠지만 나름 선망하는 '트렌디'한 직업군이 아닐까? 만약에 결혼한 아내가 대학에 가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면 어떨까? 부부가 모두 직업을 가지는 것이 더는 이상하지 않을 뿐더러, 당연해지는 세상이다. 그런데 동시대에 살면서 '대학'에 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해야 하는 여성의 삶은 어떨까? 자피르 나자피 감독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이다. 

 

 ⓒ EBS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픈 주부
미나 살레히는 지금 일생일대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이란 고원 지대에서 농장과 가축을 기르며 제법 넉넉한 형편인 골 모하마드와 결혼하여 아장아장 걷는 아들을 둔 주부이다. 

그녀는 작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번 학기 등록금까지 냈음에도 그녀는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다. 집안의 반대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친척이 하던 미용실에서 일하던 그녀는 처음엔 영화 배우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오디션에서 만난 감독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때 그녀의 눈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들어왔다. 그 일을 배웠다. 어려서 부터 화장하는 걸 좋아하던 그녀의 적성에 딱 맞았다. 돈도 좀 벌었다. 본격적으로 그 일을 하고 싶었는데 남편이 청혼했다. 양을 팔아 화장품을 사주겠다던 남편, 대학에도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결혼 후 남편의 태도가 달라졌다. 

영화는 미나 살레히와 골 모하마드가 사는 이란 고원 지대를 배경으로 대학에 가기 위한 한 여인의 고군분투기를 담는다. 결혼 전에는 대학에 가라고 했던 남편은 이제 '이혼'을 하고 가라고 말한다. 아이의 양육권도 당연히 포기해야 하는 처지이다. 세상에 대학에 가고 싶다는데 이혼도 해야 하고, 아이도 키울 수가 없다. 부족의 전통이란다. 

 

 ⓒ EBS

 

아들이나 잘 키워 
남편과 시댁은 그 이유로 큰 집을 든다. 형님이 공부한다고 대학을 가고 아주버님은 중독자가 되었다고 한다. '엄청 건방져졌어'라는 게 그 형님에 대한 집안의 평이다. '차 한 잔 가져와'로 시작한 남편의 말은 '여자는 아무데나 갈 수 없다'며 우유도 짜고, 카펫도 뜨고, 빨래도 하고, 애나 키우라고 말한다. 여전히 미나는 손빨래를 한다. 심지어 미나가 양떼를 잘 돌보지 못해 10마리나 도망갔다며 그 금액을 들먹인다. 

미나는 분노한다. 자신을 속였다는 것이다. 분명 대학에 보내주겠다며 청혼을 하고서는 이제 와서 안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다그치지만 남편은 '전통'을 들먹인다. 외려 하루 종일 대학이랑 화장 생각만 한다며 우리 어머닌 가정부가 아니라고 따진다. 그렇다고 꺽일 미나가 아니다. ' 하지만 아직은 겨우 소심하게 양말을 벗어 빨라는 남편에게 스스로 좀 빨라고 하는 식이다.

내가 정작 어머니 밑에서 가정부 일을 하고 있잖아요.


혹시나 싶어 시어머니께 하소연을 해보지만 씨알도 안먹힌다. 연신 양털로 실을 뽑아내고 카펫을 짜며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신다. 아내가 됐으니 대학은 안된다는 것이다. 화장은 무슨 화장이냐며, 구리 그릇에 물을 채워 거울 처럼 썼다며 옛날 일을 들먹인다. 

아내를 구스르기 위해 대학과 화장만 포기하면 옷이든 차든, 심지어 자신의 인생도 주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남편, 의사나 선생님도 아니고 화장을 배우러 대학에 가고 싶다는 게 말이 되냐는 식이다. 그러면 '새 아내'를 구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 EBS

 

대학에 가면 새 아내를 들이겠다는 남편, 미나는 친한 친구를 찾는다. '니가 할래?', 니가 가라 하와이도 아니고, 대학에 가는 자기 대신 남편의 새 아내가 되어 달란다. 하지만 미나의 속내는 복잡하다. 남편의 새 아내를 직접 골라주고 싶은 것이다. 결국 그녀가 대학에 간다는 건, 남편과 시어머니의 확고한 태도로 볼때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그녀는 그럼에도 대학에 가고 싶다. 그런데 아이가 걸린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자구지책이 아이를 잘 키워줄 여자를 스스로 고르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결혼 전 남편에게는 집안 끼리 정한 약혼자가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그녀를 선택했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이전의 정혼자와 그녀는 사이가 좋지 않다. 그러기에 자신이 떠나고 홀로 남은 아이를 혹시나 그녀가 구박을 할까봐 걱정스럽다. 그러니 직접 얌전하고 고부고분한 그래서 자신의 아이도 잘 키워줄 남편의 새 아내를 직접 고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친구가 소개해준 그녀의 친척을 직접 가서 만나기 까지 한다. 

남편의 새 아내는 우리 아이를 잘 돌봐줄 수 있는 사람으로 내가 직접 고를 거예요.


그런데 남편은 또 그녀가 고른 여자가 아이를 못낳을 거 같다고 싫단다. 자신은 농장도 있고, 양떼 등 물려받을 유산이 많으니 아들을 더 낳아야 한다고 당당히 말한다. 대를 이를 자식이 필요하단다. 그런데 남편과 함께 양떼를 몰던 이들은 한 술 더 뜬다. 아내가 둘이라는 남자, 넷 이라는 남자, 심지어 본처와 후처가 자매보다 낫단다. 

끝나지 않는 평행선, 미나와 남편은 어떻게든 상황을 풀어보려 결혼 서약을 했던 우물에도 가보고, 미나는 남편의 맘을 돌리기 위해 양떼를 몰러 함께 길을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을 사랑한 게 아니라 자신의 재산이 좋았던 게 아니냐며 미나를 의심하기까지하는 남편은 급기야 제작진이 나서 말려야 할 정도로 분노를 폭발하고야 만다. 웃지못할 남편의 새 아내 찾기 프로젝트는 미나가 언덕으로 향하는 길을 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녀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녀가 원하는 대학을 가게 될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될 수 있을까?

형수나 미나 모두 '대학''을 선망하고 전문 직업인을 소망하듯이 여타 이슬람권 국가에 비해 그래도 이란은 여성 고등교육 진학률과 취업률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9세가 되면 외출할 때 반드시 히잡(머리싸개)을 착용해야 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른 복장 규정처럼 여성의 능력에 대한 현실적 이해 부족으로 대외활동 비중이 높은 직종에 여성이 종사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낮다.  다큐에서 남편이 당당하게 대를 이을 자식이 필요하기에 새 아내를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던가, 서너 명의 아내를 두는 걸 자연스레 이야기하듯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 여전히 일부 농촌지역에서 '명예살인'이 존재한다는 보고도 있는 게 현실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대학에 가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남편의 새 아내를 직접 찾아나선 주부 미나의 쉽지 않은 여정을 통해 다큐는 이란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한다. 
 

by meditator 2022. 8. 28. 14:33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