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해가 바뀌면 신년이랍시고 여러가지 특집을 한다. 올해가 말의 해라니, 아니나 다를까, 방송사 마다 말들이 단골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것이 말의 해인들, 혹은 닭의 해인들, 그 프로그램들이 무수히 늘어놓는 정보들이 한 해를 맞이하는 입장에서 무에 그리 다를게 있으랴, 뉴스도 마찬가지다. 겨우 하루 차이로 해가 바뀌었다고, 뉴스마다 신년 특집이라고, 지난 한 해를 총괄하고, 새해를 예견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그런 들, 매일 하는 뉴스와 그 내용이 크게 다를 것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1월 2일,<jtbc뉴스>는 돋보이는 신년 특집을 선보였다. 한 시간 일찍 시작한 8시부터, 신년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조몀하더니, 이어 2부에서는 '2014, 한국 사회, 4인의 논객이 말한다'를 통해 여야의 내로라 하는 논객을 불러 모았다. 


무엇보다 '2014, 한국 사회, 4인의 논객이 말한다'가 반가운 이유는 오랫동안 mbc에서 날선 공방 속에서도 꼿꼿이 사안의 중심을 잡고 시원한 토론 프로그램을 이끌던 토론의 좌장 손석희의 귀환이다. 비록 그간 <jtbc 뉴스9>을 통해 짤막한 토론을 이끌기도 했지만, 그런 찰라의 의견 조율과는 다르게, 이른바 대표적 논객을 이끌고, 온전히 한 시간 여의 토론 프로그램을 이끄는 손석희를 만나는 반가움이다. 이것은 곧, 손석희 개인에 대한 반가움이 아니라, 토론 프로그램 다운 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의 소산이라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손석희와 함께, 4인의 논객으로 나선, 유시민과 노회찬의 존재도 반갑다. 정치에 은퇴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이제는 컬이 들어간 자연인스러운 머리를 하고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속시원한 질문을 하는 유시민과, 코레일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대기업 다니는 맏이는 분가 시키고, 비정규직 둘째에게 나머지 부채를 안기는 꼴이라는, 말 그대로, '쾌도난마'의 정의를 명쾌하게 내리는 노회찬의 단호한 발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속이 뚫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토론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JTBC뉴스>가 사전 여론 조사를 통해 조사한 국정 현안 중, 가장 다수의 의견이 나온, '국가 기관 선거 개입', 이어,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 논란', 그리고, 복지 공약 후퇴와 증세 논란이 다루어 졌다. 시간은 충분치 않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네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피력되었다. 

방송의 말미, 시청자 의견을 들었다. 
사당동에 사는 60대의 시청자는 그까짓 누구도 들여다 보지 않는 댓글 따위로 날선 정치 공방으로 1년을 보낸 허송세월이 아깝단다, 그에 반해 LA에 사는 70대 시청자는 결국 이명박 정권의 과를 박근혜 정부가 털어내지 못하고 덮어주려다 보니, 결국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는 의견을 낸다. 
결국 두 시청자의 의견처럼, 4인의 논객의 의견은 서로 다른 입장의 궤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그 서로 다른 의견을 적나라하게 쏟아놓을 수 있는 시간만으로도, <JTBC뉴스>의 성과는 충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중년층들이 즐겨 본다는 종편의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은, 4인 중 1인인 전원책과 같은 의견을 하루 종일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조금 낫다는, YTN 역시 최근 들어, 매 뉴스의 사안마다, 전문가들을 동원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YTN이 출연시키고 있는 그 전문가들의 입장이 무에 그리 다른지 그것 또한 불명확할 뿐이다. 이렇게, 종편과 뉴스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은 무방비하게 이른바 전문 논객들의 세 치 혀에 좌우되는 시점에, JTBC뉴스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논객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그 의견을 전달하려고 한 것만으로 제 몫을 이미 일정 정도 해낸 것이다. 

1월2일의 토론에서도, 전원책은, 말끝마다, 그것은 좌파의 생각이라는 말을 잊지 않고 덧붙인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누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냐는 유시민의 질문에 조차, 그건, 좌파의 프레임이라고 덮어 씌운다. 모든 길을 서울로 통한다더니, 그에게, 모든 비판은 오로지, 좌파들의 책동일 뿐이라는 식이다. 행복하냐는 질문조차, 어느새 좌파의 아이템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물론, 그런 전원책의 동문서답에, 유시민은 복지부 장관을 했던 혜안으로, 복지의 의미를 되새긴다. 가장 많은 의료 보험을 내도, 병원에 한번 가지 않아서 행복한 사람들, 내 돈이 많이 나가도 아깝지 않은 공감대가 바로 복지의 출발이라는 그 지점이다. 

(사진; 아시아 투데이)

뿐만 아니다. 파업에 참여한 기관사들을 귀족이라 매도한다. 코레일의 재정 적자에서 직원들의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간, 노조의 파업 동안, 줄기차게 들려오던 소리이다. 그러자, 유시민이 모처럼 속시원하게 한 마디 한다. 19년 근속이 보통인, 가장의 연봉이 6000만원이래봤자, 우리나라 국민 소득에 반도 안된다고, 그런 사람들을 귀족이라 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토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 수치상의 이익과 손실 사이에, 사업의 합리화란 이름 하에 숨죽인 노동자들의 삶의 문제의 본질을 짚는다. 

전원책이 일관되게 좌파의 프레임으로 모든 비판을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는 것에 반해, 여당의 중진인 이혜훈 의원과, 한때 복지부 장관을 했던 유시민 논객 사이이 토론은 평행선만은 아니었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던 공감대를 지닌 사람들로써, 코레일의 처사가, 조금 더 사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최소한의 결론에 이르렀다. 차이는 분명했지만, 의논하다보면, 양자 사이의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보였다. 토론을 위한, 토론, 차이를 위한 입장 표명이 아닌,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한 이해의 가능성의 실마리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이런 과정을 거쳐도 여전히 자기 논에 물대기 식으로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불통'이다. 하지만, 상식이 있다면, 이성적 판단을 제대로 내리는 사람이라면, 때로는 누가 이기거나, 누가 지지 않더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명확해 지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의견을 충분히 피력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종편을 중심으로 한 대다수의 프로그램들은 그런 과정조차 생략한다. 또 하나의 프로파간다로서의 역할만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4인의 논객들의 의견이 제시된 신년 특집은 모처럼 특집 다운 특집이었다. 


by meditator 2014. 1. 2.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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