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의 청출어람
<38사기동대>는 방영 전부터 ocn의 또 다른 장르 드라마였던 <나쁜 녀석들>의 한정훈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들이 다시금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나쁜 녀석들>은 강력 범죄를 저지른 나쁜 녀석들을 모아 악을 소탕하려는 강력계 형사 오구탁(김상중 분)과 나쁜 녀석들의 활약상을 그린 이야기로, 김상중을 비롯하여, 박해진, 마동석, 조동혁 등의 출연자의 면면에서 부터, '악을 악을 통해 징벌한다'는 신선한 발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더구나 범죄자들의 활약상답게 18세 등급의 거친 액션씬과 잔혹한 범죄 현장이 가감없이 방영되며, 드라마의 성격을 한껏 발휘한 드라마였다. 하지만, 바로 그 18세 등급의 거친 장면과 잔혹한 내용은 <나쁜 녀석들>의 양 날의 검이 되어, 거기에 방영 초반부터 구설수가 되었던 일부 연기자의 연기 논란과 함께, 화제성에 비해 낮은 시청률로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초반의화려한 출연진에 비해, 그 '나쁜 녀석들'의 활약상이 '용두사미'가 되었던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 병폐를 뛰어넘지 못했던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발목을 잡았다.
따라서 <나쁜 녀석들>의 제작진이 이번에 '사기'라는 역시나, 다른 버전의 '나쁜 녀석들'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과연 <나쁜 녀석들>과 얼마나 차별성을 둘 것인가 여부와, 과연 그 취지를 마지막까지 제대로 살려 낼 지 여부가 촛점이 되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ocn드라마로 방송 시간을 옮겨가며 방영하는 위험 부담을 안고서도, 거뜬히 심지어 최근 순항하고 있는 tvn을 제치며 동시간대 1위를 했다는 것은, 마지막 회에 가서야 겨우 4%를 넘었던 (11회 4.128%) <나쁜 녀석들>을 넘어섰음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18세라는 등급으로 장르물로서의 특징을 한껏 거칠게 돋보이려 했던 <나쁜 녀석들>과 달리, <나쁜 녀석들>에서 무지막지한 괴력으로 시선을 끌었던 마동석이 세금 징수 공무원으로서의 애환을 한껏 드러낸 1회로, 가장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38사기동대>는 차별성을 가지고 등장한다. <나쁜 녀석들>이 세상의 부조리에 절망하며 악을 악으로 징벌하겠다는 의도로 범죄자들을 소환하는 형식이었다면, <38사기동대>는 어수룩한 백성일 과장이 감옥에서 갓 출소한 사기범 양정도(서인국 분)에게 유일한 500만원을 사기를 당하며, 사기꾼과 공무원의 만남을 한껏 극적으로 흡인시킨다.
악이 악을 징벌한다는 취지는 같지만, 오구탁이라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인물이 주체가 된 <나쁜 녀석들>과 달리, 정의롭지만 권력과 결탁한 가진 자들 앞에서 무기력한 만년 공무원을 전면에 등장시키며, '갑질 논란'이 일상화된 사회적 공감대에 얹혀 무난하게 '사기'라는 특수한 장르를 공감시켜 나간다.
선과 악을 막론한 생생한 캐릭터
무엇보다, <나쁜 녀석들>이 화려한 출연진에 비해 용두사미가 되었던, 결국은 그간 ocn 장르 드라마에서 익숙했던 방식으로 풀어내어 결국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또 하나의 장르 드라마가 되었던 것과 달리, <38사기동대>는, 백성일 과장과 양정도의 만남은 물론, 그 이후 이들 '사기팀'의 일원이 되는 노방실 여사(송옥숙 분), 장학주(허재호 분), 정자왕(고규필 분), 조미주(이선빈 분), 그리고 끝판 왕 왕회장(이덕화 분) 까지 합류하는 과정과 그들의 활약상이 어느 누구하나 흠잡을 데 없이 '사기팀'의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다해 주었다. 때로는 꽃뱀을 마다하지 않고, 자동차에 뛰어들기도 하며, 시의적절하게 변신하며, 심지어 물주에서, 빌딩 위에서 돈다발을 뿌리는 심부름까지, 그 무엇도 가능한 '사기 어벤져스'로서의 팀 구성이 매력적이었다.
사기팀의 호흡 못지 않게, <38사기동대>를 흥미롭게 만든 것은, 마진석(오대환 분)-방필규(김홍파 분)-최철우(이호재 분)로 이어지는 50억, 500억, 1000억이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그들의 체납 세금만큼, 그 악의 점층성을 드라마는 실감나게 그려냈다. 초반 마진석의 탈세 수납이 한판 승이었다면, 방필규의 체납 세금 징수가 일진 일퇴, 그리고 마지막 최철우는 시청자들조차 마지막 회까지 그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의, 마치 거인 골리앗을 상대로 한 다윗의 돌팔매처럼, 천갑수 시장조차도 쉽게 어쩌지 못하는 거대 악 최철우를 상대로 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38사기동대>가 매력적인 것은, '사기'라는 범죄 수법으로 권력과 결탁한, 아니 권력 위의 권력으로 행사하는 검은 자본들을 처단하지만, 도덕의 경계선을 무너뜨리지 않고자 노력했다는 점에 있다. 마지막 회, 뜻밖에도 가장 큰 출연 분량을 보인 것은 두 주인공이 아니라, 그간 '검은 자본'에 휘둘려 왔던 서원시의 천갑수 시장이었다. 한때는 백성일 과장과 함께 시민을 위한 서원시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청렴한 공무원이었던 그가, 자신이 바라던 서원시를 만들기 위해 검은 돈과 결탁하여, 심지어 자신의 가장 친한 동료의 죽음조차 무마하며, 이제 자신조차도 그 '족쇄'에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음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돈과 결탁한 권력의 무상함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뿐만 아니라, 양정도가 감옥에 들어가 있는 2년동안 절치부심한 덕분에 '사기'조차 능통해진 백성일 과장이지만, 검사 앞에서 그를 설득할 만큼, 처음 그 소심하지만 심지곧은, 그래서 사기를 치지만 사기에 매료되지 않은 우직한 세금 징수 공무원 백성일의 캐릭터적 일관성을 마지막 회까지 한껏 살려낸다. 그 우람한 덩치로 한때 동네 일진이었다던 그가 한껏 주먹 자랑을 할만도 하련만, 그 덩치의 매력 대신에, 백성일이란 캐릭터에 전념함으로써 오히려 세금 징수라는 애초의 취지를 보존한다.
백성일 만이 아니다. 사기꾼 양정도가 최철우라는 거물을 상대로 '사기'를 성공시키기 위하여, 스스로가 비자금 배달원으로 자수함으로써 살신성인하여, 마치 홍길동이 스스로 임금 앞에 나서듯, 그 수단의 댓가를 스스로 짊어짐으로써, 수단이 목적을 전복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덕분에 드라마는 지난 16회 동안, 심지어 마지막 회 시청자까지 한껏 속아넘어가는 사기극을 펼쳤지만, 그 방법론의 논쟁을 남기지 않는다.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백성일 과장의 단돈 500만원 사기에서 부터 시작하여, 마진석으로, 방필규로, 그 과정에서 서로가 속고 속이는 굴곡을 겪으며, 마지막 최철우와 천갑수까지, 세금과 사기를 매개로 서원시의 부조리를 뿌리뽑는 일련의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된 것은 수미일관했던 한정훈 작가의 대본과 그걸 깔끔하게 재현해낸 제작진, 그리고 무엇보다 그 누구의 발연기는 커녕, 그 캐릭터로 찬사 받았던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은 바 크다. 마지막 회 까메오로 등장했던 박정철과 백성일의 1인 2역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소심한 만년 과장을 공감하게 연기한 2016년의 대세 마동석과, 매끄럽게 안정적으로 사기꾼 양정도를 표현해낸 서인국, 여주인공이 필요없을 정도의 두 배우의 호흡이 <38사기동대>의 성공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을 듯하다.
tvn의 <시그널>에 이은 ocn의 <38사기동대>의 화제성과 성공은 무엇보다 아직은 볼모지인 '장르 드라마'에 청신호다. 특히나 꾸준히 장르 드라마를 만들어 왔지만, 최근 <뱀파이어 탐정> 등의 부진으로 장르 드라마 제작 자체가 회의적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38사기동대>의 성공은 ocn, 나아가 장르 드라마 전체의 산소마스크가 되었다. 특히나 공중파의 <뷰티플 마인드>나 <원티드> 같은 장르 드라마들이 '사랑' 이야기를 상대로 고전하다 못해, 조기 종영까지 맞이하는 상황에서 더더욱 대중적으로 잘 만들면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38사기동대>의 성공은 고무적이다. 물론, <39사기동대>가 장르 드라마이지만, 최근 인기를 끌었던 영화 <내부자들>처럼 '권력과 유착된 악'을 징벌하는 '현대판 홍길동' 식의 트렌디한 흐름을 탄 드라마라는 점에서, 대중적 장르물의 한계의 문제 역시 간과할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모처럼 작품와 연기가 합을 이루어 작품성과 대중성의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38사기동대>의 성취는 박수받을 만하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