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의 뒤를 잇는 <트라이앵글>의 서막이 열렸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트라이앵글>은 형제이지만, 함께 하지 못하는 장동수(이범수 분), 장동철(김재중 분), 장동우(임시완 분) 형제의 비극을 다룬다. 그들은 한 부모님 아래서 태어난 형제이지만, 서로를 알지 못한 채, 형만 장동수란 이름을 유지할 뿐, 두 동생은, 허영달과 윤양하 란 이름을 가지고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단지 형사인 형이, 2전 2패의 실패를 거듭하고도 건설 재벌 고복태를 잡기 위해 물불을 안가리는 걸로 봐서, 이 형제의 비극사에 그가 개입하고 있음이 짐작된다.
어린 시절 헤어진 형제의 비극을 다룬 드라마는 우리 드라마에서는 익숙한 이야기이다. 전작 <기황후>의 장영철 작가의 히트작이, 바로 <트라이앵글>의 형 이범수가 출연한 <자이언트>(2010년)였으며, 최완규라는 이름을 알린 계기가 그 유명한 <야망의 전설>(1998년)에서부터, 2008년 <에덴의 동쪽>까지 우리 드라마에서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서로 운명을 달리한 형제들의 이야기였다. 아니 형제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도, <빛과 그림자>(2011년), <태양을 삼켜라>(2009년) 등 남자들의 뒤바뀐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 최완규의 전매 특허와도 같은 이야기 장르이다.
지금까지 우리 드라마 속에서 그렇게 운명의 장난으로 서로의 인생 행보가 달라진 형제들은 누구는 재벌로, 누군가는 그 정반대의 조폭으로 살아가는 처지가 되어 나타난다. <트라이앵글>도 역시 다르지 않다. 장씨 가문의 세 형제 중 막내인 장동우는 재벌집 아드님이 되었다. 그에 반해 둘째인 허영달로 살아가는 장동철은 도박의 도시 사북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양아치 중의 상양아치로 살아간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라마들이 운명의 비극에 몸을 맡긴 슬픈 운명을 한껏 극단적 삶의 행태로 비교하는 것과 달리, <트라이앵글> 첫 회는, 전혀 다른 삶을 살지만, 그들을 덮친 비극에 희생물이 된 세 형제의 모습을 병렬시킴으로써, 그들이 형제라는 걸, 그리고 그들이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라는 걸 설명한다.
맏형 장동수는 광역수사대의 형제 반장이지만, 검찰반의 조사 대상이 될 정도로 위험한 지경에 이른다. 수사 도중 피의자를 마구 패는 건 다반사, 출동 현장에서 폭력을 과도하게 행사하여 물의를 일으키는 등 그의 폭력적 성향으로 인해 충동 조절장애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게 된다.
그에 반해 둘째 허영달이 되어 살아가는 장동철은 양아치 그 자체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옷을 벗고, 깽판을 치는 건 예사, 겨우 그렇게 해서 돈이 생긴다 치면, 그 돈을 들고 당장 카지노로, 그게 안되면 불법 도박장이라도 가야 직성이 풀리는 막장 인생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그 목적이 이루어 지면 그것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매진하는 듯한 그의 아슬아슬한 행보는 그의 형의 충동조절 장애와 묘하게 닮았다.
막내라고 상황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경치가 좋은 레스토랑에서 그가 만나는 사람은 정신과 의사다. 양도 먹지 않으려면 정신과 의사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힐문이나 당하는 처지이다.
개발과 발전과 경쟁의 논리를 내재화 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정신병리학적 각종 장애와, 정신적 질병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현상을 발빠르게 포착하고, <트라이앵글>은 비극적 운명에 쌓인 형제의 모습을 정신병리학적 장애를 가진 인물로 설명해 낸다. 신선한 접근 방식이자, 비극의 현대적 설명 방식이다. 누가 더 부를 많이 가지고, 가지지 못한 가 이상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현재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로, 형제의 불행을 단적으로 그려낸다.
(사진; tv리포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인해 비극적 운명을 겪는 개인의 운명에 촛점을 맞추는, 그리고 그 비극적 정서를 낭만주의적으로 극대화 하고, 거기서 빚어지는 인간 관계의 파열음으로 드라마를 추동시키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전형적인 스토리, 가족사의 슬픈 운명에 기대어 가고 있는 방식이 달라진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런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를 시대에 맞게 달리 포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첫 회, 양아치의 극단적 캐릭터를 보여준 허영달의 모습은, 곧 그가 세 형제 중 가장 낮은 사회적 위치를 점한 만큼, 세 형제 중 가장 비극적 운명을 담당할 것이라는 복선처럼 보인다. 더구나 예고편을 보니, 양아치 형과 재벌 동생은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얽힐 운명인 듯하니, 이 정도면 벌써 형제애와 사랑의 복잡한 그림이 그려진다.
첫 회 시작부터 장동수의 충동 조절 장애를 빌미로 화끈하게 벌어진 클럽에서의 격투씬, 허영달의 도박장씬은, 신선한 캐릭터로 승부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트라이앵글>의 정체성을 보여준 방식이다. 여전히 그런 도박과 폭력과, 가족애라는 구태의연한 정서가, 우리나라 드라마계에서 시청률 보증 수표라 믿는 최완규, 유철용 콤비의 도박 한 판이 벌어졌다. 그 도박에 뒷돈을 대줄 것인가는 이 시대 시청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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