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다신 그렇게 살지 않겠다' 혹은 '지금과는 다르게 살겠다'라고. 나이가 들어가며 사람들이 대부분 아쉬워하는 것 중 대부분이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가 아닐까. 그렇듯이 시간은 늘 우리에게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회한으로 점철되어 남는다.
그래서 <백투더 퓨처(1985)>이래 수많은 타임 슬립 영화들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인생을 바로 잡기에 애쓴다. 하지만 그것이 부질없는 짓이라면? <어바웃 타임>은 지금까지 많은 영화들이 뒤꼬인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가의 보도'로 쓰였던 타임 슬립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다룬다.
시간을 거스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나무]를 보면 타임 슬립에 관한 짦은 이야기가 나온다. 때는 바야흐로 미래의 어느 시점 휴가로 타임 슬립을 즐길 수 있을 만큼 과학 문명이 발전된 시기이다. 글의 주인공은 여름 휴가을 이용해 중세 시절로 타임 슬립한다. 그런데 낭만적으로만 생각되었던 중세의 유럽 거리에서 주인공을 '멘붕'에 빠뜨린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냄새'였다. 20세기의 사람들과 다르게 자주 목욕을 하지 못한 중세인들의 쪄들은 몸에서 나는 냄새, 하수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거리를 흐르는 오물들에게서 나는 냄새, 그리고 '냉장'이나 '냉동'따위는 당연히 없어 죽임을 당함과 동시에 썩어들어가는 저잣거리 고기들에게서 나는 냄새 등 전혀 생각지도 못한 '냄새'의 공격에 주인공은 휘청거린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환타지적으로 받아들이는 어떤 장치가 실제화 되었을 때 현실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가장 예민한 감각을 통해 비판한다.
뿐만 아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나인>은 또 어떤가. 주인공은 사라진 형을 되찾고자, 그리고 의문으로 남은 아버지의 죽음을 밝히고자 과거로 향하지만 그때마다 주인공의 삶은 달라진다. 심지어 가장 사랑했던 여인이 조카가 되는 운명의 아이러니를 겪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작품에서 타임 슬립은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소기의 성과를 얻은 채 작품을 종료시킨다.
하지만 그런 일회성의 타임 슬립이 아니라, 타임 슬립이 전 생애 걸친 운명이라면? 당신이 원한다면 언제나 과거를 돌려놓을 수 있다면? 어떤 결과에 도달할까?
<어바웃 타임>은 바로 그 운명에 대한 철학적 답을 논하고 있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바라는 그 문제, 삶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이란 문제에 대해 담담하게 설득하고 있다.
아버지(빌 나이 분)가 우리 집안의 내력이 시간을 거스르는 것이다 라는 운명을 받아들인 아들(돔놀 글리슨 분)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젊은 그에게 지상 최대의 과제인 '여자'를 만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거스른다고 여자가 쉽게 만나지는 게 아니다. 자신의 집에 찾아온 첫사랑 샬롯(마고로비 분)의 방에 마지막 날 들어갔건 중간에 뛰어들었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섣부른 호의로 인해, 운명이 될 여자 메리(레이첼 맥아담스 분)를 놓칠 뻔하기 까지 할 뿐이다.
뻔질나게 어두운 곳을 찾아들며 청춘 사업에 골몰하던 팀이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이가 들면서 그의 남다른 운명을 활용하는 회수가 적어진다. 시간에 순응해 가는 것이다. 아니 여동생을 구하기 위한 그의 호의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이후, 그는 자신의 장기를 그저 인생의 잔재미 정도로만 쓸 뿐 덮어두게 된다. '전가의 보도'같았던 타임 슬립이 창고 속에 처박히게 되는 인생의 묘미를 영화를 통해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인생은 한 순간의 운명의 장난으로는 되돌이킬 수 없는 긴 항해라는 것을 영화는 설득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 초반 한때 교수였다던 아버지는 영화 내내 한량도 이런 한량이 없다 싶게 등장한다. 그저 열을 내는 것은 아들과의 탁구 시합이요, 한가롭게 영화를 보거나, 차를 마시고 바닷가로 나들이 가는 것이 그의 삶에 전부다. 속도의 시대를 사는 요즘 사람들에게 그의 모습은 한가롭고 여유롭다 못해 무기력해 보일 만큼. 하지만 영화 후반, 그 아버지의 비밀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비밀은 여유없이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던 아들에게 전수된다. 굳이 비밀이라 할 것도 없이 우리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도 감동하지만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지상 난제다. 'Carpe Diem'
아들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대단한 능력자인데도 아들의 삶 별거 아니다. 그저 아이들을 키우고 아내랑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이다. 별거 아닌 이 삶이 어렵다. 이게 진짜 어려운 거다. 인생 별 거 아니다 가 아니라, 진짜 소중한 것이 지금 바로 당신이 사는 삶이라는 걸 쉽게 받아들일 인간이 어디 흔한가 말이다. 하지만 그 평범함에 비범한 진실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알려준다. 한 해를 무겁게 마무리 하는 우리들 등을 마치 팀에게 아버지가 그러했듯 툭툭 두드려 다독여주는 듯하다.
언제나 그렇듯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영화는 행복을 상기시켜주는 크리스마스 선물같다. 올해도 변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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