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의 스핀 오프? 혹은 속편으로서의 <아는 형님>, <마리와 나>
두 편의 프로그램 <아는 형님>, <마리와 나>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전에 앞서, 우선 언급되어야 할 한 편의 예능이 있다. 그건 바로 23부작으로 10월2일 종영된, '1박2일 동창회'라 칭해졌던 나영석 피디와 함께 했던 <신서유기>이다. 10월 27일 기준으로 20개 영상으로 나뉘어 공개된 <신서유기>는 국내 포탈 사이트에선 5183만 4318뷰를 기록했고, 독점 공개한 중국 사이트에서도 5000만 조회수를 기록, 콘텐츠의 신세계를 여는 한편, 그간 무얼 해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었던 예능 제왕 강호동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jtbc에서 새롭게 선보인 두 예능 <아는 형님>과 <마리와 나>는 바로 그런 2015년 하반기 <신서유기>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로 거듭난 강호동이란 예능인을 앞세운다. 즉 신서유기의 폭발적인 선풍이 없어다면 강호동의 jtbc 예능을 통한 화려한 복귀 또한 가능했을까란 의문 부호가 찍어지는 것이다. 이는 곧 jtbc의 두 편의 예능이 그 이전 <우리 동네> 등을 통해서 보여진 호령하는 카리스마 큰 형님으로서의 강호동 대신, 이젠 막내 이승기에게조차 쩔쩔 매는 나이만 많은 '무서움이 많은' 형님으로 돌아왔다. 강호동만이 아니다. <신서유기>를 통해 그와 함께 부활한 물의를 빚은 채 3년간 자숙했던 이수근도 <아는 형님>으로, 은지원은 <마리와 나>로 한 배를 타게 되었다.
그렇다면 <신서유기>를 통해 다시 한번 각광받게 된, 아니 새로운 면모를 보인 강호동의 새 예능 두 편은 어땠을까?
12월 23일 언론사들이 너도 나도 마치 복사기에서 찍듯이 뽑아낸 기사에서도 보여지듯이, <마리와 나>는 아기 고양이 토토와 강호동의 언밸러스한 캐리에 대한 호평 일색이다. 고양이를 싫어했지만, 아기 고양이 토토를 위탁 보호하게된 강호동은 혹여나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아기 고양이 토토를 보살피며, 고양이 역시 인간의 아기와 같은 소중한 생명체임을 자각하고 정이 든 모습을 보였다.
기내식으로 비빔밥 세 그릇 정도는 너끈히 해치운다는 여전한 강호동을 예전 같았으면 아기 고양이 토토 대신, 서인국이 맡았을 에너자이너 라쿤 두 마리를 맡겼을 것이다. 하지만, <신서유기>를 통해 달라진 캐릭터로 돌아온 강호동은 동물 그 자체에 대해 '원시인'이나 다름없는 존재임을 피력하며 가장 보살피기 쉬우면서도, 서로의 이질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는 아기 고양이를 맡았다. 기사들은 강호동과 아기 고양이 토토의 미친 캐미를 운운하지만, 방송을 보면 알지만, 다른 출연자들이 동물들을 케어하기 위해 같이 놀아주고, 동물들의 똥과 오줌을 치우고, 심지어 산책까지 시키느라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할 시간에, 강호동은 그저 먹고 잠만 자는 아기 고양이와 함께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함께 모인 자리에서도 좌충우돌하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강호동의 품 안에서 자는 아기 고양이를 내보이며 자신이 프로같다고 했지만, 막상 프로그램을 보면 그게 얼마나 웃픈 상황인지를 알게 된다.
하지만 거저 먹기라도 강호동의 주먹만한 고양이와 덩치 큰 강호동이 보이는 조합은 그 이전 힘 자랑을 하던 강호동과는 차별된 신선함을 준다. <아는 형님>도 마찬가지다. 마치 그 예전 <무한도전>이 초창기 <무모한 도전> 시절이었던 때처럼 시청자들이 보내준 각종 요구들을 마냥 해대는 이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은 그리 나서지 않는다. 여전히 먹방에 등장하지만, 그 덩치 큰 강호동을 빼빼마른 민경훈이 제쳐버린다. 그리고 그 광경은 흡사 아기 고양이 토토와 강호동의 캐미와 같은 분위기를 낸다. 또한 예전 같으면 게임에서 쉽게 제쳐지지 않을 강호동은 은근슬쩍 뒤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이수근과 김영철이 메운다. 그들은 개그 콤비의 조합으로, 그리고 온갖 슬랩스틱의 상황의 궃은 상황을 도맡는다.
이렇게 강호동을 내세웠지만, jtbc의 새 예능에서 강호동은 그 이전 그가 해오던 식의 프로그램을 그 자신의 카리스마로 제압하고 동료들과 후배들을 이끌어 가는 캐릭터 대신, 동물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저 낯설고 어설픈 존재로, 그리고 이젠 까마득한 왜소한 후배한테 먹방조차 밀리는 채 나이만 먹은 형님으로 등장한다. 바로 그 세월의 무색함이 새로운 예능에서 강호동의 존재감이다.
과연 강호동이어야 할까?
그런데, 한편에서 이런 강호동의 새로운 캐릭터가 주는 신선함과 함께 문득 드는 의문점이 있다. <신서유기>라는 23부작의 가벼운 웹 예능이 아닌, 매주 찾아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과연 이런 캐릭터가, 대표적인 예능 캐릭터가 될 수 있을까? 즉, 엄밀하게, 프로그램 자체의 성격 상 <아는 형님>과 <마리와 나>에서 강호동은 꼭 있어야 할 존재일까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비록 <슈가맨>이 시청률면에서 고전을 하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두 mc 유재석과 유희열의 절묘한 시너지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방송을 타는 예전 가수들을 물만난듯이 놀게 만드는 유재석의 신기에 가까운 진행 능력에 감탄을 발하게 된다. 그에 반해 <아는 형님>과 <마리와 나>에서 주된 내용을 이끄는 것은 강호동이 아닌 다른 출연자들이다. <아는 형님>의 먹방에선 민경훈이, 추위에 견디는 게임에선 이수근과 김영철, 황치열, 서장훈이 고군분투한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 한 시간여의 시간에, 과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이런 게임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프로그램의 의미가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 <마리와 나>의 솔직히 케어하는 연예인 출연자들이 에너자이저 라쿤 두 마리와 네 마리의 강아지, 그리고 사랑에 빠진 돼지 한 마리와, 그냥 가만히 놔둬도 귀여운 아기 고양이에게서 나온다.
아니 무엇보다, 야심차게 준비한 새로운 예능이라고 하지만, 그 예전 <무모한 도전>이 연상되거나, 심지어 아침 교양 <동물 농장>의 한 코너가 떠오르는 <아는 형님>과 <마리와 나>의 뻔함과 진부함이 과연, <신서유기>를 통해 새롭게 돌아온 강호동의 화려한 부활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을 지 미지수다.
현재 jtbc 예능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일요일 밤 방송되는 <김제동의 톡투유>이다. 위로을 찾기 힘든 시대, 그저 함께 모여 시청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서로 위로하는 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검색어 수위에 오를만큼 인기가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프로그램은 예능국이 아닌 보도국 제작이다. 정작 예능국은 한때 <톡투유> 만큼은 아니지만, 신선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았던 <속사정 쌀롱>을 딱히 뚜렷한 이유도 없이 끝낸 후, 그 예전 어디선가 본듯한 <아는 형님>과 동물들을 앞세운 <마리와 나>로 돌아왔다. 뉴스를 통해 신선한 이미지를 쌓아가는 jtbc로서는 진부하고 안이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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