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아서 키운다는 건 어떨까? 

더구나 그 아이가 첫 아이라면 아마 처음 부모가 된 누구라도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좋은 것을 내 아이에게 다 해주고픈 마음이야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늘 그런 바닷물이라도 다 퍼줄 수 있을 거 같은 부모의 마음을 가로 막는 건 현실이라는 장애다. 마음은 세상 모든 것을 다해주고 싶어도, 살아가는 형편이, 생활에 빼앗겨야 하는 시간들이 내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고픈 부모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늘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은 자신의 형편껏 해줘야 하는 처지가 한스럽고, 남들만큼 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그런 죄책감을 달고 살게 된다. 해줄 수 있는 절대치의 한계를 그 무엇으로 측정할 수 있겠는가마는, 대신 부모들은 죄책감의 기준을 남들 해주는 만큼으로 부지불식간에 정하게 된다. 남들이 해주는 만큼은 해줘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많은 부모들에게, 참 남들 해주는 만큼 해주지 못해 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마구마구 들게 하는 죄책감 양산 프로그램이다. 

몇 주째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ppl의 문제로 시끄러웠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휘재의 아내가 광고하는 화장품이 프로그램 중에 노골적으로 등장하고, 뜬금없이 놀이공원에서 갈아신는 신발이 구설수에 올랐다. 
하지만 그런 ppl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더 심각한 것이 있다. 아이들 교육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령별 가족들이 보여주는 교육 혹은 양육 과정이 자꾸 사행심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하루의 바이올린 선생님으로 규현의 친누나가 등장해 누리꾼의 시선을 모았다./KBS 2TV슈퍼맨이 돌아왔다
(사진; 스포츠 서울)

23일 방송에서 이휘재는 그의 아기 서언이를 데리고 오감을 체험하는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그 오감 체험 교육 과정의 내용이란게 밀가루를 만져보고, 밀가루 반죽을 주물러 보고, 뻥튀기를 만져보며 직접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밀가루와 뻥튀기라니! 굳이 그걸 문화센터에 가서 돌도 안된 아기가 직접 배워야 하는 과정일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라면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집에서도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더구나, 교육 과정에서도 나왔듯이, 서언이 또래 아이들은 육아 발달 단계 상 '구강기', 즉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서 확인하는 단계라 그것이 밀가루이든, 뻥튀기이든 우선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오감 체험이란 명목으로 밀가루나 밀가루 반죽을 쥐어주고, 그걸 입에 가져 간다고, 수십 번을 '안돼'라고 제지하는 걸 과연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어린 시절부터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따끔하게 제지하는 것은 원칙적 방식이긴 하지만, 어린 시절 끊임없이 안돼라는 부정적 단어에 노출된 아이는 심리적으로도 위축된다는 교육적 입장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명한 결론은 부모된 입장에서 필요한 자세는 가급적 '안돼'라고 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굳이 밀가루를 쥐어주고 끊임없이 '안돼'라고 하는 식의 방식이 교육적인지 의문이 든다.

더구나 충분히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오감 체험이나, 체조들을 아직 사회성이 발달되지 않은 아기들을 모아놓고 하는 교육이 과연 효과적일까도 의문이 든다. 그것 역시 우리 사회에서더 어린 나이로 자꾸 자꾸 내려가고 있는 조기 교육의 과열 증상의 한 예가 아닐까 싶은 우려가 드는 것이다. 

조금 더 큰 하루네도 마찬가지다. 
매주 하루와 하루 아빠는 하루의 장래 희망 찾기 프로젝트라는 명목 하에 온갖 프로그램을 찾아다닌다. 발레를 배우는가 하면, 마술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다가, 이젠 바이얼린을 사줬다. 연어 낚시나, 딸기 따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지만 뭐 하나 지긋이 하는 것도 없이 이번 주는 이거 해보다가, 다음 주는 저거 해보는 식이 과연 하루란 어린 아이의 교육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의심이 든다. 더우기 보기가 불편한 건, 하루와 하루 아빠가 돌아다니며 하는 그 모든 것들이 결코 적은 비용으로 가능한 것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평범한 부모가 아이들이 관심있어 한다고 덥석 바이얼린을 사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전공으로 하려고 배우는 학생조차 그 비용이 비싸서 임대해 쓰는 것이 바이얼린 등의 악기인데 말이다. 

이휘재의 아기들이 자주 찾아다니는 교육 과정, 그리고 하루와 하루 아빠가 참가하는 프로그램으로 보자면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문화 센터에 있는 모든 프로그램, 체험 학습의 모든 것들을 섭렵할 야심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게 된다. 
물론 돌도 안된 아기나 이제 서너 살 된 아이와 아빠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예능 프로그램화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매주 새로운 내용으로 그것을 채워가야 한다는 부담도 크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매주 이곳 저곳을 섭렵하는 그런 시도들이, 그 방송을 보는 어떤 부모들에게는, 우리도 내 자식에게 저 정도의 경험을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배려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겨우 너무 없는 듯이 보인다. 

(사진; 엑스포츠 뉴스)

게다가 정작 한참 교육을 스폰지처럼 받아들일 나이의 준우, 준서네 부자가 대부분의 시간을 아빠가 직접 요리를 해주고, 자전거를 가르쳐 주고, 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보내고 있다.그런데 그에 비하면 그보다 어린 아직 무언가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기엔 어려 보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 저곳을 배우러 다니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올바른 방식인가란 생각도 들뿐만 아니라, 과잉이란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이가 한글을 배우거나, 놀이방을 가는 것 외에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는 것과 비교해 보면, 부모들의 교육적 입장의 차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미 <아빠 어디가>를 통해 보통 사람들의 현실에 비하면 과분한 아빠와 아이들의 사치스런 여행이 문제제기 된 바 있었는데,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또 여전히 그런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매주 바뀌는 교육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이휘재네 가족과 하루네 가족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그 또래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요 라는 식의 고도의 교육 ppl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재롱과,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아빠의 순수한 모습에 행복해 할 수 있는 시간을, 내 아이도 저런 걸 시켜줘야 하는 건가라는 부담의 시간으로 전가시키는 일이 적어지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4. 3. 24. 02:33

기나긴 추석 연휴가 지났다. 

언제나 그렇듯 명절 연휴를 앞두고는 명절 스트레스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화제에 오르고 늘 수위에 오르는 것 중 하나가, 관심인지, 잔소리인지 모를 어른들의 한 마디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짜증이 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결혼 언제 할래?' '결혼 안하니?' 라는 건 이제와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다. 그 말의 대상이 되는 사람 입장은 늘 명확하다. 결혼 안하고 싶아서 안하나, '꽃보다 할배'의 마흔을 한참 넘은 노총각도 마음만 앞서는게 결혼 아닌가. 결혼을 해도 문제다. 할말 없는 어른들의 어설픈 말 한 마디처럼 지나칠 수 조차 없는 시댁에서, 처가에서 추석 지내기란 현실적 문제가 떠억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인륜지대사 통과 의례들이 우리 사회에선, '스트레스', '증후군'이란 말과 동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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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 경제)

하지만 차로 꽉 막힌 교차로 같은 현실들이 텔레비젼 화면 안으로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개임'이다.
추석이 지난 9월23일 오늘의 검색어 중 하나는 '준수 호박'이다. <아빠 어디가>의 꼬마 출연자 준수가 자기 덩치만한 호박을 뜰고 쩔쩔 매는 모습이 대견하고 귀여워 사람들의 관심을 끈 거다. 단지 오늘 만이 아니다. 언제나 <아빠, 어디가>가 방영되는 시간 이래로, 하루가 지날 때까지 검색어 중 일정 부분은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의 몫이다. 
<아빠, 어디가?>란 프로그램 속 아이들은 우리가 흔히 조우하는 식당에 가서 뛰어다니고, 음식 가지고 떼를 쓰는 그런 아이들이 아니다. 복스럽게 음식을 먹는 수준을 넘어, 심지어 동생이 흘린 국수가락을 집어 먹고, 마음 씀씀이나, 생각의 품이 어른을 뛰어넘을 때가 다반사다. 어른 말에 따박따박 말대꾸 따위나하는 되바라진 친척 꼬마들이 아니다. 버릇없는 동네 아이들만 보면 찡그려지던 이마의 주름살이 텔레비젼 속 남의 집 자식들에 저절로 펴지고, 나도 저런 아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이들의 '종류(?)'도 다양하다.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이 이제 좀 뻔하다 싶으니, 조금 다른 아이들이 나타났다. 이제 생후 4개월에서 부터, 초등 4학년까지, 취향 껏 골라잡을 수 있는 또 다른 아이들 군단이 등장한 것이다. 
한때 '바람'이란 별칭으로 불리던 개그맨은 마흔이 넘은 늦깍이 아빠가 되어 아이들이 아프자 응급실 행의 호들갑을 떨며 눈물 바람을 하며 아이들을 돌본다. 그래도 너무너무 행복하단다. 화면 속 아빠들은 비록 제한된 시간이지만, 열심히 아이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씼겨주고, 보살펴 주고, 물고 뜯으며 행복의 비명을 지른다. 
희한하게도 현실의 아빠들은 아이들과 조금만 함께 있으면 텔레비젼 채널을 두고 아이처럼 같이 싸우거나, 아이들의 울음과 짜증에 자기가 먼저 짜증을 부리거나, 똥이라도 쌀라치면 저만치 줄행랑을 치는데, 화면 속 아빠는 서슴없이 아이의 똥덩이를 만지고, 치워주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남의 신랑인데, 내 신랑 같고, 남의 아이인데 내 아이같은 공감을 가지고 미소를 지으며 화면 속에 빠져들게 된다. 

어린애들만 자식이 아니다. 
최근 종편임에도 공중파의 시청률을 넘보는 jtbc의 <유자식 상팔자>에서는 사춘기와 청년기의 부모 자식이 '대화'라는 걸 한다. 
말이 안된다 하면서도 부모들은 화를 내지 않고, 비밀이다 하면서도 자식들은 속사정을 털어 놓는다. 두어 마디가 넘으면 잔소리에, 가시 돋힌 말대꾸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시기의 내 자식 속사정이 궁금한 부모들은 <유자식 상팔자>로 채널을 돌려 화면 속 웃으며 '대화'를 하는 남의 집 부모 자식을 '벤치마킹'할 밖에. 

(사진; 뉴스엔)


부모 자식만 있는게 아니다. '백년 손님'이라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사위도 텔레비젼 속에선 '신식'이 됐다. 
장모에게 친엄마처럼 '반말지꺼리'를 하는가 하면, 장모 얼굴을 걱정하고, 함께 앉아 음식을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반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고부 사이는 <고부 스캔들>(jtbc)에 모여 앉아 속을 터놓는다. 텔레비젼이 해결하기 시작한 건 고부 문제 만이 아니다. 부부 문제는 이미 아침 토크쇼로, 심야 예능에,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까지, 엎어치고 메치고, 텔레비젼이 해결사가 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자기야>라는 포맷이 진부하다 하여 <백년 손님>으로 신장 개업을 했을까. 

가족 관계만이 아니다. '집밥'이 그리우면 텔레비젼을 켜면 된다. 집에서는 먹어보지도 못한 음식들로 한 상 떠억 벌어지게 차려놓고, 이게 바로 집밥 이라며 서로 경쟁이 붙는다.  (<맨발의 친구들>, <집밥의 여왕>)
 그뿐이 아니다. 가정과 가족을 챙기는 것도 모자라, 홀로 사는 사람들의 '싱글 라이프'까지 책임지겠다고 나서고, 유사 가족을 만들어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나 혼자 산다>, <인간의 조건>) 군대까지 대신 가주기도 한다. 

그저 우리들은 소파에 앉아 리모컨만 있으면 된다. 이쁜 아기를, 귀여운 아이를, 듬직한 자녀를, 자상한 사위를, 맛있는 집밥을 .......원하는 곳으로 리모컨만 돌리면 된다. 점점 더 현실에서 누리기 힘든 것들이, 결핍으로 이어지는 모든 것들이 텔레비젼 화면 속에서 밝게 빛나며 우리를 반긴다. 어서와, 가정이 그리웠지, 따뜻한 가족을 원하지. 라며. 


by meditator 2013. 9. 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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