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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드라마의 이름을 검색하면 그 드라마의 '드라마 갤러리'가 연관 검색어로 등장할 만큼, 디시인사이드의 드라마 갤러리(이하 드라마 갤)는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더 이상 생소한 인터넷 문화가 아니다. 새롭게 드라마가 시작되고 나면 그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상에서 함께 자신들이 즐기는 이 드라마에 대한 소감을 공유할 공간으로 드라마 갤을 생성하고자 하는 것이 자연스런 반응이 되었고, 이런 팬들의 소원(?)을 모아 디시인사이드에 청원을 넣으며 새로운 드라마의 갤러리가 탄생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드라마를 응원하는 팬들은 자신들이 즐겨보는 드라마에 대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하고, 그 마음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물질적 선물로 이어지며 여기서 이른바 '조공 문화'가 탄생되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조공 문화'의 시작은 아이돌 스타에 대한 팬들의 물질적 사랑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인터넷 상에서 다양한 분야로 이어졌고 드라마 제작진에 대한 '조공' 역시 그 흐름의 연관 선상에서 등장하게 되었다.
드라마에 대한 조공 문화는 다양하다. 드라마를 방영하는 중간에 시간에 쫓기며 촬영을 이어가는 제작진에 대한 응원차 '밥차'를 비롯한 음료수, 간식 거리 제공에서 부터, 드라마 종영 후 감사의 표시를 각종 리뷰와 응원의 글을 모은 글모음집이나 드라마 캐릭터 클레이 혹은 케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서로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익명의 사람들이 가상의 인터넷 공간에서 모여 함께 드라마를 즐기는 공간이 가지는 불가지, 불특정의 특성이 조공 문화의 폐해를 낳기도 한다.
특히나 조공 문화의 경우, 누군가 적극적인 사람이 나서서 이른바 '총대'가 되어 그런 일정을 진행해야 하기에 그 부작용의 가능성이 더 커진다.
최근 새로이 시작된 모 드라마의 경우 자신의 푸드 트럭을 알리고자 하는 업자가 드라마 갤의 팬인 양 행세하면서 자신의 업체를 조공에 이용하면서 문제가 되었다.
애초에 이 드라마 갤러기 조공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 된 것은 사람들이 돈을 모은 것에 비해 형편없이 초라하게 보내진 조공 물품에서 비롯되었다. 투명한 비닐 팩에 담긴 낱개 껌 하나, 레모나 2개, 사탕 2개, 핫팩 1개 등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초라한 물품에서 비롯된 이 드라마의 조공 사건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즉, 그 초라한 물품보다, 함께 들어간 '떡꼬치' 등의 분식 차가 문제가 된 것이다. 화장품 냄새 등으로 그날 제공한 분식의 상당 부분을 먹지도 못했다는 후문이 전해진 이 분식 차의 주인공은 알고보니 가장 적극적으로 총대를 맸던 '조공'을 진행했던 장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추적을 해보니 이 사람은 이 드라마 갤 뿐만 아니라 다른 드라마 갤에서도 이런 식으로 총대를 메고 자신의 업체를 조공 과정에 끼어넣는 전횡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단지 이 드라마 만이 아니라,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에서 부터 최근 종영한 드라마까지 몇몇 드라마에서 발생했던 일이라는데서 그 심각함은 더해진다.
팬들이 드라마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조공'을 하고자 하지만, 개인의 이해를 숨긴 업자가 팬인양 드라마 갤러리에서 활동하며 그런 팬들의 순수한 정성을 자신의 업체를 홍보하거나 이윤을 남기는데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 갤러리라는 곳이 개인의 신상을 드러내고 가입을 하는 곳도 아니고, 드라마가 방영하는 동안 한시적으로 열렸다가, 드라마가 끝나면 그 드라마 갤러리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방치되고 마는 한정적인 공간이기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 개인적 이해 관계로 진행하거나, 금전적 이익을 남긴 '총대'에 대해 어떤 법적인 제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런 '총대'의 경우, 배우 개인의 팬들이 강력하지 않은 드라마만 찾아다니며 그런 일을 벌이니 더더욱 추적이나 응징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드라마를 좋아하는 마음 자체를 이른바 '물질적으로 승화시킨' 조공 문화 자체에 대한 반성도 이어진다. 물론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정도전>의 경우, 팬들이 이 드라마를 응원하고자 음료수 트럭을 현장에 보내 응원하였을 때, 그런 문화에 생소했던 배우들이 이 트럭 앞에서 서로를 찍으며 좋아했던 사진들이 드라마 갤에 올라오면서, '응원'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도 한다. 실제 밥때조차 놓치며 촬영에 매진하는 제작 현장에서 팬들이 보내주는 작은 성원하나가 어렵게 일하고 있는 스텝들의 기운을 담뿍 불어넣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하지만 실제 당회분 드라마를 그 바로 전주에 찍어 올리는 급박한 한국 드라마 현실에서, 시간에 쫓기는 촬영 일정 가운데, 팬들의 '조공'을 끼워넣는 것도 만만찮은 노릇이다. 실제 모 배우 팬들의 경우 어렵게 조공을 준비했다가 일정이 취소되어 물질적 손해를 입은 경우가 있기도 하다. 또한 앞의 사건에서 처럼 생각지도 못한 업자가 등장하여 조공 자체를 훼손하거나, 팬들의 성의를 모은 '조공'을 자신의 능력인 양 행사하여 눈길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존재하니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이 그저 개인의 취미를 넘어 함께 즐기는 문화가 되어가는 이즈음, '조공 문화' 역시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심지어 타 드라마에서 이렇게 조공을 했는데 라며 비교까지 하면서 '남이 하니 나도 할 수 밖에 없는' 의무가 되고마니, 결국 이렇게 개인 업자가 전횡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시청률이 좋으면 좋으니, 시청률이 나쁘면 그래서 더 응원을 하기 위해서 라는 물질적 호혜의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제고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개인 업자의 전횡이 역시나 같은 디시 인사이드의 게시판을 통해 밝혀지고, 개인 업자의 신상조차 분명하게 명시되며 이후에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 정화를 하고자 하지만, 그 드라마를 사랑하여 호주머니를 털은 팬들의 상처받은 마음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누군가 나서서 고소를 하지 않은 이상 법적인 제재 조치가 불가능한 것이 인터넷 상의 제약인 것이다. 실제 문제가 된 드라마에서는 '법무팀'을 모집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이번 기회에 '조공' 자체가 '누구의 떡이 더 큰가'라는 경쟁 문화가 아닌, 선의의 응원이 되기 위해서라도 보다 적절한 대책 마련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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