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방영된 2014드라마 스페셜 단막극 시리즈의 열 여덟번 째 작품은 2013년 kbs 드라마 극본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힌 단막극이다. 그래서일까?  <다르게 운다>는 제목에서부터, 마치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을 준다.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기 시작한다. 방벽에 우등상장이 즐비하게 붙어있는 방, 수학 문제를 풀던 지혜는, 그 매미 소리를 못견뎌한다.

지혜는 아버지와 이혼한 채 두 아이를 기르는 편모 슬하의 딸이다. 우등새인 지혜는 그래도 자기 앞가름은 스스로 하는 기특한 아이지만, 오빠는 다르다. 소년원을 들락거린 오빠는 지금도 여전히 짬만 나면 쌈박질에 파출소 행이다.

 

우등생에게 주어지는 해외 어학 연수 기회를 얻은 지혜는 다른 부모들과 달리 딸의 어학 연수보다 자신의 대학원 수업에 더 관심이 많은 엄마가 원망스럽다. 매사에 시끄럽게 싸워대는 엄마와 오빠가 흡사 지혜가 싫어하는 매미들같다. 심지어 우연히 전화통화를 하게 된 아버지의 잦은 전화조차, 매미소리처럼 지겹다. 차라리, 바퀴벌레처럼 조용하기나 하지.....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겨우 잔뜩 원성을 쏟아붓고 얻어낸 어학 연수의 기회마저 오빠의 폭력 사건으로 날리고, 지혜의 마음은 바뀐다. 이 집에서 자신이 그저 조용히 살아야 할 바퀴벌레 같다. 드러나면, 날라온 책에 얻어맞아 터져버리는 바퀴벌레처럼, 어학 연수 기호를 놓친 자신의 처지가 하염없이 원망스럽고, 그런 마음을 가감없이 가족에게 쏟아놓는다.

 

하지만 상황은 아버지의 생각지 못한 죽음으로 달라진다. 전화를 통해 암으로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며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아버지의 토로를 귓등으로 흘려 들다못해, 자신의 처지로 인해 귀찮게 여겼던 지혜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빛쟁이에 쫓기던 아버지였기에 장례식조차 갈 수가 없다. 오빠와 지혜가 할 수 있는 건  친권 포기 각서에 서명을 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냉정한 듯 보이던 가족들은, 마치 잔뜩 부풀어 오른 풍선이 터지듯, 결국 터져버리고 저마다의 울음을 토해 놓는다.

 

그리고 비로소 지혜는 안다. 매미가 한 여름 죽도록 울어대듯이, 그간 가족들이 저마다 다르게 울어왔음을, 자신은, 매미를 그저 지겨워 하듯이, 그렇게 가족들도 대해 왔음을.

 

(사진; 뉴스웨이)

 

벌레의 울음 소리를 매개로 열 여덟 소녀 지혜의 가족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들여다 보는 <다르게 울다>는 '가족의 발견'이라도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상징적 혜안이 돋보인 작품이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 시끄러운 가족들의 싸움 소리, 그 소리의 반대 편에, 항상 스스로 자기 일을 알아서 하는 조용한 지혜, 그리고 조용히 자기 살 길을 찾아 움직이는 바퀴 벌레 라는, 소리와, 무 소음의 대비를 통해, 가족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그리고, 시끄럽고 귀찮은 가족이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뿔뿔이 저마다 흩어져 있던 가족을, 하나의 공동체로서 느끼고, 관계 맺기를 회복하고자 한다.

 

글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런 <다르게 운다>의 통찰적 관점은 단편 소설적 매력을 지닌다. 하지만, 그것이 하지만 이 드라마의 단점이 되기도 한다. 벌레 울음 소리를 통한 가족 저 마다의 상징과 발견은, 무릎을 탁 칠 만큼의 혜안이지만, 동시에, 그 상징이, 드라마를 통해 잘 표현되었는가는 아쉽다. 결국 상황의 구상화를 통한 설득이 아니라, 지혜의 나레이션을 통해 설명할 수 밖에 없는 상징은, 평면적일 수 밖에 없고, 통찰은 이해가 되지만, 감동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지긋지긋하게 싸우던 엄마와 오빠의 그 모습이, 가을이 오기 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매미같은 또 다른 울음이었다는 해석은 탁월하지만, 그것이 나레이션을 통한 사후 해석이 아니라, 극중에서 좀 더 설득적으로 묘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가족들이, 그간 각자 다르게 울어왔음을 이해한 이후 급작스럽게 변화된 가족의 관계도 그렇다. 아버지의 죽음을 매개로, 각자 통곡을 하며 서로가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묶여 있음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인데, 어쩐지, 의례적인 결론 같아서 뻔하다. 각자 저마다 통곡을 한 후 각자 변화된 모습은 이제 '클리셰'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기 시절, 자신이 이 가족의 일원이 아니기를 바라는, 청소년기의 분리 정서의 뉘앙스를 고스란히 극으로 드러낸 점, 그리고 그것을 벌레 울음 소리를 통해 가족과 소녀의 관계를 정립하고 정리해 나가려 한 설정은, 최우수작에 걸맞는 성취이다. 하지만, 그런 빼어난 직관은,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 이후, 급작스러운 가족들의 변화와 어설픈 해피엔딩으로 맛을 잃는다. 여전히 다시 시작한 드라마 스페셜의 한 편의 완결된 드라마를 내보이겠다든 조급함이랄까, 어설픔이랄까 하는 것이 극복되지 않는다. 시나리오의 글맛이 더 나았을까? 아니면 시나리오가 너무 피상적이었나 하는 고민을 주는 드라마였다.

by meditator 2014. 10. 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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