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롭게 선을 보이고 있는 kbs예능의 화두는, 교양과 예능의 콜라보레이션인 듯 하다. 얼마 전 선을 보인, ,<발칙한 사물 이야기>를 통해, 인문적 상식과 토크쇼의 조화를 추구하더니, 1월2일 파일럿으로 새롭게 선보인 <나비효과> 역시 아예 대놓고 예능과 교양의 접목을 내세운다.
부제도 거창하게, 미래 예측 버라이어티라 내세운 <나비 효과>는 도무지 무엇을 보여주려는 프로그램인 지 예측할 수가 없다.
오히려 이 정체모를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것은 애초에 이 프로그램의 mc로 예정되었던 김구라가 건강 상의 이유로 프로그램이 출격하기도 전에 mc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는 가쉽성 기사였다. 그것 외에는, 이른바 스타 mc의 출연도 없이, 화제성있는 패널의 등장도 없는 무엇을 하겠는지로 모를 <나비 효과>는 '오리무중' 그 자체였다.
첫 회, 김구라의 퇴진으로 '어부지리'로 mc자리를 꿰어 찬 최동석 아나운서와 박지윤 전 아나운서의 mc 조합이 화제에 오를 때까지도 이 프로그램의 정체는 모호했다.
<비정상회담>의 구도를 떠올리게 하는 양 측으로 늘어선 채 마주 보는 패널들, 거기에 한 쪽은 이른바 의사, 변호사, 심리상담가, 미래학자까지 전문가군은 종편의 흔히 보는 토크쇼 패널을 연상시키고, 맞은 편의 봉만대, 레이디 제인, 사유리, 미노 등은 케이블의 19금 상담 프로를 떠올리게 한다.
거기에 드디어 등장한 첫 번째 '나비 효과', 익숙한 성우의 목소리에 실린, '남자가 집안 일을 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식의 단호한 귀납적 정의는, <스폰지>을 통해 익숙한 '화법'이다.
이렇게 어디서 본 듯한 구도와 구성과 달리, <나비 효과>의 내용은 신선했다. 말 그대로 '나비효과', '남자가 집안 일을 하면'이라는 예상 외의 조건이, '집값이 떨어진다'라는 뜻밖의 결과를 낳는 행간을 연예인 패널과 전문가의 해석이 곁들여져, 황당한 정의가, 풍성한 상식으로 이어진다. 도무지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아먹지 조차 못해 애를 쓰는 미노의 난처함과, 오랜만의 예능의 당황함을 고스란히 드러낸 붐의 여전한 예능감에, 19금을 불사하는 사유리의 당돌한 발언, 그리고 전혀 19금스럽지 않은 말을 해도 19금이 되는 봉만대 감독의 해석, 그리고 그런 봉만대 감독과 이미 영화 프로그램을 통해 호흡을 맞추어, 갑론을박의 묘미를 살려내는 전문가 그룹의 김태훈에, 아직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전문가적 식견을 넘어, 패널로써의 묘미를 살려낼 가능성을 제시한 전문가 그룹들이, 황당한 나비효과 명제들을 예상 외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덕분에 '남자가 집안 일을 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를 통해 천편일률적인 부부 역학 관계에 대한 모색은 물론, 거기서 더 나아가, 성적 매력과, 친밀도라는 19금을 넘나드는 남녀 사이의 미묘한 관계까지 짚어보고, '샤워를 오래하면 벌레 버거를 먹게 된다'를 통해서는 뜻밖에도 지구 온난화에 대한 실감나는 고뇌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 '남자가 스키니를 입으면 남성이 멸종된다'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힘도, 권위도, 심지어 성적 능력에 있어서 조차 무기력해져 가는 남성에 대한 공감을 공유하는, 그래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한 명의 여성을 포함한 전문가 그룹의 강한 반대를 낳는 전혀 전문가스럽지 않은 결과로, 프로그램은 교양을 넘어 예능으로의 가능성을 살려낸다.
뜻밖의 결과를 낳는 명제를 제시하며, 거기에 행간을 메꿔가는 이 프로그램은,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이미 <스폰지>를 통해 익숙한 예능 화법이다. 거기에, 종편과 케이블에서 이미 검증된 패널과 구도를 더해, 새로운 <나비 효과>라는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스폰지>의 깜짝쇼같은 일상의 경이로움이, 이제 문화적 트렌드를 타고, 인문, 시사 영역으로 그 범위를 확장한 듯한 모양새다. 이런 익숙함을 넘어, <나비 효과>가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결국, 새롭게 판을 짠, 연예인과 전문가 패널의 신선함과, 매력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김구라 개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아직은 예능의 초보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진부해지는 김구라 대신, 부부가 함께 시작한 최동석, 박지윤의 진용은 신선하다. 최동석의 미흡함은, 오랜 자숙 끝에 돌아온 붐의 매끄러운 진행 능력으로 이미 충분히 보완되는 듯하다.
거기에, 박지윤의 아줌마스러움은, 뜻밖에도, 이미 영화 프로그램을 통해 합의 묘미를 보여준, 봉만대와 김태훈의 조합이 뜻밖에도 19금스러운면서도, 19금스럽지 않은 풍부한 상식의 토크로 보완해 간다. 아직 채 시동을 걸지 않은 가능성으로 잠재해 있는 전문가진용이 그들의 능력을 한껏 발휘할 때까지, 두 사람의 활약은 돋보일 듯하다. 하지만 이미 첫 회에서, 전문가 이상의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졌다.
연예인 패널도, 연예인이라는 비전문가 영역을 넘어 오히려 전문가같았던 이현이나, 그저 4차원을 넘어선 시선을 제시한 사유리의 활약이 돋보였다. 하지만, 끝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조차 힘들어 하던 미노와, 동문서답의 김태원의 존재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보아 할 듯하다. 또한 '미모'만으로 버티기에 에릭남 역시 버거워보인다. 최소한 토크쇼라면, 연예인 패널에서도, 대화나 토론이 가능한 상대가 등장해야 할 듯하기 때문이다.
스타 MC나 뻔한 신변잡기류의 토크쇼를 넘어, 이미 KBS가 전통으로 가지고 온, 교양과 예능의 콜라보라는 영역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신선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시도가 반갑다. 부디, 이런 프로그램들이 잘 정비되고, 다듬어져 정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높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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