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sbs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2부작 특집 다큐를 마련하였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 최후의 심판>이 그것이다. 8월 15일 방영된 1부는 <엄마여서 미안해>, '위안부'라는 명칭조차 숨기며 살아왔던 '엄마'로서의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다룬다.
엄마, 아내, 그리고 위안부
정부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의 숫자는 238명, 하지만 실제로 추정되는 '위안부'의 수는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 만에 이른다고 한다. 알려진 '위안부'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홀로 '역사의 상흔'을 숨기며 살아가야 하는 역사의 희생자들이 더 많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저 무심코 '위안부'라 지칭하는 이분들에게는, 그 '위안부'라는 명칭 석자 만으로도 몸서리를 치는 상흔을 가진 가족들이 있다. sbs스페셜을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위안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자 하였다. 지난 3월 시작된 이 프로젝트, 하지만 찾아간 가족들은 제작진을 거부하거나 마다하였다. 광복 70주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그 상흔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위안부' 할머니들 중 생존해 계신 분이 몇 십 분에 지나지 않은, 그래서 아마도 일본은 그 위안부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기를 기다리는가보다 라고 절망하는 위안부 생존자들, 그분들에게도 가족이 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어머니가, 아내가 위안부였다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짐'이 된다. 마흔이 넘어서부터 신경 안정제를 먹어야 지탱하는 어머니의 숨겨진 비밀을 알고, 더 이상 한국 사회에 살기 힘들어 이곳을 떠나야 했다는 딸, 차마 직장에서 자신의 숨겨진 가족사를 알릴 수 없어 직장에서 멀러 떨어져 나와 인터뷰를 하는 아들, 임종의 얼마 안남은 이제야 회한에 잠긴, 한때는 '남의 남자랑 실컷 뭐 하던 걸 데려와 좋게 살지 못했던' 남편, 그들에게 '위안부'는 그저 지나간 역사가 아니다.
뒤늦게 회한에 쌓인 남편은 그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병상에 누운 아내는 남편의 마음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죽기 전에 쌓인 한을 풀어주고 싶지만, '일본의 사과'를 받기 전에 아내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나마 결혼을 하고 자식이라도 낳았으면, 277번 째 신고자 박숙이 할머니는 열 여섯 그때 자궁마저 들어낸 줄 자신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래도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이 혹시라도 자신으로 인해 상처를 받을까 그 아이들이 장성할 때까지 자신의 상처는 꼭꼭 숨겨야만 했다. 그렇게 위안부였던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상처가 직접 낳았든, 그렇지 않든 아이들에게 이어질까 가슴조리며 살아왔다. 한 달에 한번 대학생들을 만나 자신의 경험을 전하는 할머니 짱짱하게 일본의 만행을 전하던 할머니는, 손님들이 다 돌아가고 난 후 되살아난 그 시절으 ㅣ기억에 몸을 가누지 못한다.
그렇게 <최후의 심판-엄마라서 미안해>는 70년이란 세월이 대를 이어 이어지는 '위안부'의 고통을 다룬다. 일본이 기다리는 것처럼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신다고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엄마라서 미안해>를 보다보면 다큐를 통해 제작진이 결론을 낸,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서도 풀어내지 못한 응어리인 '일본의 사과'가 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사과를 하지 않는 뻔뻔한 일본만큼이나, '위안부'라, 혹은 '위안부'의 자식이라 드러내는 것이 수치가 되는 우리 사회는? 이라는 질문이 던져진다.
물론 70년이 지나도 여전히 제대로 된 '사과'한번 하지 않는 주범 일본도 문제다. 하지만, 시민 공원에 자리가 없다고 위안부 소녀상조차 설치 하지 못하게 하는 최근 부산시의 방침에서 보여지듯이,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기에 앞서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도 경계 밖의 존재로 대접받는 '위안부'의 존재를 집어보는 것이 <최후의 심판-엄마라서 미안해>가 드러낸 뜻밖의 진실이다. 엄마가 위안부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그래서 더 이상 한국에서 살 수 없었던 딸, 직장에서 어머니의 과거로 인해 눈치를 보는 아들, '너네 할머니는 일본 군인들하고 살다 온 창녀다'라고 아이들이 놀림받는 현실, 어쩌면 진짜 짚어보아야 할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녀상조차 설 곳이 없는 대한민국의 냉랭한 현실이 아닐까. '위안부 할머니'들이 '엄마라서 미안해'라고 말하게 하는 대한 민국 사회, 그런 면에서, 본의 아니게, <최후의 심판-엄마라서 미안해>는 시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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