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sbs스페셜>은 체인져스에 대해 다뤘다. 여기서 말하는 체인져스란, 혁신을 바탕으로 돈버는 판을 뒤집어 바꾼 사람들이란 말로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각종 '스타트업' 기업을 만든 사람들을 통칭한다. 특히 나날히 극심해져가는 취업난, 거기에 어렵사리 직장을 구해도 다시 돈 걱정을 해야 하고 '미래'를 꿈꾸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2014년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늘어난 30세 미만의 창업자들, 과연 이들 '체인져스'의 '인피니티 스톤'은 무엇일까? 



 

단군이래 가장 돈벌기 좋은 시대
'단군이래 가장 돈벌기 좋은 시대', 자영업을 하는 34살 주인규 씨가 이 시대를 정의내린 말이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런 그의 정의에 부합하게 경제 방송 피디를 하던 그가 월 7천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말이 경제 전문 방송 피디지, 자신이 분석하는 경제 상황, 눈 앞에서 몇 천억이 오고가는데도 정작 그가 받는 월급은 170만원 남짓이었다.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돌파하고자 창업을 생각했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까 하고 고민하던 그가 찾아낸 건 바로 이 시대 고객들의 니즈(needs), 사람들이 검색하는 제품과 그에 걸맞는 상품 정보량을 비교하여, 상품에 비해 검색량이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성공 메뉴얼을 자신의 중학교 친구였던 정재민씨를 비롯하여 온라인에 공유하였다. 예전만 해도 쇼핑몰을 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하는데만도 돈이 들었지만 이제 그런 초기 비용조차 들지 않는 세상, 누구라도 자신만의 사업에 도전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만의 쇼핑몰 사업을 하는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세포 증식하듯이 증가한다 하여 이른바 '세포마켓'이다. 

 

 

이 시대 체인져스들의 인피니티 스톤? 
다큐는 그렇게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성공한 이들의 인피니티 스톤, 즉 성공 요인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4년전만 해도 스위스 로잔 공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던 서찬수 씨, 그때까지 그의 삶은 대학을 가고, 대학원을 가고, 교수를 꿈꾸는 공학도의 루트를 따라가는 삶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지도 교수와의 사이가 틀어지고 학교에서 짤리게 되면서 서찬수씨의 인생 궤도는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스위스 유학을 오면서 공부하는 틈틈이 가이드 일을 하던 그는 그 가외로 하던 가이드 일에서 자신의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여행 까페를 운영중인 그는  평균 월 3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가 돈버는 방식이 지금까지 '자본주의적' 방식과 좀 다르다. 파리 에펠탑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서찬수 씨 까페의 회원들에게는 전문 사진사가 무료로 '작품'같은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그런 사진사에게 지불되는 비용은 500만원. 500만원을 주고, 무료로 사진을 찍어준다니? 그렇다면 서찬수씨의 이익은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무료로 사진 서비스를 받은 이들은 까페에 솔직한 후기 4개를 남겨야 한다. 그렇게 솔직한 후기를 보기위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바로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가 서씨에게 돌아가는 이윤 창출의 통로이다. 

이처럼 이 시대 체인져스들의 이윤 추구 방식은 지금까지 자본주의적 방식과 다르다. <SBS스페셜>의 취재 작가로 직접 체인져스의 대열에 뛰어들어 '문구' 쇼핑몰을 연 박해인 씨 30일 기준으로 월세 35만원을 감당할 만한 이익을 목표로 뛰어들었지만 고전하는 중, 그런 박씨의 쇼핑몰에 멘토로 나선 주인규 씨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하라는 조언을 한다. 

생후 20개월된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 정지예 씨는 회사 화장실에서 육아 고퉁을 해결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직장맘들의 고민을 접하다 베이비시터 중계 플랫폼을 창업했다. 기존의 베이비시터에 더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대학생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베이비 시터 공급 시스템을 원활하게 한 덕에 창업 3년, 매해 두배가 넘는 수익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

<마켓 컬리>의 김슬아 대표의 경우도 직장인이었던 자신에게 필요한 새벽 배송을 찾다가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을 찾은 경우이다. '다이어트 코칭', '개인 라디오' 등 그저 돈을 벌어야지가 아니라, 목적과 가치 판단이 분명한 아이템들이 이 시대 '체인져스'들의 인피니티 스톤이다. 이처럼 이 시대 새로운 스타트업에 도던하는 고객들의 변화하는 '니즈'에 집중한다.

물론, 다큐는 무조건 극찬만 하지는 않는다. 월세 35만원을 목표로 쇼핑몰을 창업했던 박혜인 작가, 기한이던 30일의 중반이 지나도록 주문량 0의 고전을 면치 못한다. 성공 사례자인 주인규씨의 도움을 받아 심기일전 홈페이지부터 바꿔 주문은 늘었지만 30일의 기한이 되었을 때 벌어들인 돈은 15만4천원, 순수액은 매출의 10%인 15000원을 겨우 넘겼다. 결국 쇼핑몰 대신 자신이 원래 하던 작가의 일로 돌아선다. 주인규 씨 역시 창업 첫 해 1000만원의 수익도 못올렸다며 생각보다 스타트업 창업에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단 점을 강조한다. 

 

 

벤처 붐에 이은 스타트업 붐? 
여기서 최근 활성화된 스타트업 창업 시장과 관련하여 김대중 정부 시정의 벤처 기업 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IMF외환 위기 이후 무너진 시장 경제를 다시 일으켜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김대중 정부는 벤처 기업 육성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거기에는 외환 위기 이후 오늘날처럼 심각해진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이라는 필요성도 함께 했다. 정부 주도의 벤처 기업 육성 제도 정책에 힘입어 1998년 7만 6000명이던 벤처 고용인구가 2001년 31만 6000명까지 급격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20002년 32만 여명으로 줄었고, 오늘날 당시에 출발했던 네이버, 다음, NC등 몇몇 기업들만 이제는 네임드한 거대 기업으로 승승장구한 반면, 팬택, 드림위즈 증 수많은 '벤처'에 명운을 건 기업들이 사라져 갔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벤처 버블 가운데 수많은 기업들과 사람들이 도태되었다. 

다큐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한 서찬수씨는 이런 스타트업 창업을 낯설지만 새로운 인생의 오솔길이라 칭한다. 새로운 길이지만, 그 길은 사람들이 쉽게 갈 수 없는 낯선 외로 난 길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큐에서 등장한 여러 성공한 스타트업의 사례는 '대박' 아이디어 이지만, 또 한편에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 힘든 '특별한' 사례이기도 하다. 물론 벤처가 그렇듯, 2019년의 스타트업이 불황과 실업에 몰린 이 시대 젊은이들의 생각 가능한 선택지라는 점에서는 유효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그건 공부만 하던 이들이 갑자기 예체능 도전을 하듯 생각만큼 쉬운 길이 아닌 듯 보인다. 

게다가 그들이 창업한 '아이템'들 대부분이 '소비' 중심이라는 점에서, 장기 불황이 예고되고 있는 우리 경제 상황에서는 더더욱 위험 부담이 커진다.  과연, 그 '특별하고도, 특수한' 오솔길에 자신을 던질 용기, 안그래도 하루하루 살기도 힘든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그건 또 다른 '무모한 도전'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그 체인져스의 인피니티 스톤은 어쩌면 이 시대의 또 다른 '벤처 버블'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내포한다. 

by meditator 2019. 9. 9.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