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이 단어는 이제 현대 사회를 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상'의 단어가 된지 오래이다. 아직 성장기에 있는 학생에서 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까지, 아름다운 몸매를 위해서부터, '건강'을 위해 저마다 모두들, 실천과 별개로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을 지닌다. 21세기의 사회에서 '다이어트'는 그 누군가의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현대인의 대표적 증후군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남의 일처럼 여기지 않고 있는 '다이어트'가 별 의미가 없다면? 


그간 현대인의 건강 문제와 관련하여, '설탕'과 '소금'등 우리 곁의 친숙한 것들에 대해 '메스'를 꺼내들었던 sbs 스페셜이 '다이어트'의 고정관념에 대해 해부하고자 한다. 



'다이어트의 95%는 5년 내에 실패한다'
다이어트란 단어와 파트너가 되는 것은 '요요 현상'이다. 대부분 급격한 다이어트를 실천했던 사람들은 저마다 '요요 현상'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사회의 속설은 이 '요요 현상'이 대부분 다이어트 실천자의 '의지 부족'으로 해명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의지'를 가지고 '다이어트'에 도전하고, 다시 '요요 현상'에 시달리고. 

7월 3일 방영한 <sbs스페셜-다이어트의 종말-몸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다이어트의 종말)>은 바로 그 '의지 부족'의 요요 현상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들어간다. 그래서 찾아간 사람들은 '리얼리티 쇼'에 나와서 극한의 의지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던 사람들. 불굴의 의지로 엄청난 감량에 성공하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사람들, 하지만 몇 년 후에 다큐가 찾아간 그들의 모습은, 참혹하게도 리얼리티 쇼 출연 당시보다 더 '비만'한 상태다. 6개월 동안 108g을 감량하여 '다이어트 영웅'이 되어 책도 내고, 각종 강연을 했던 대니 케이힐, 그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체중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쇼에 출연했던 출연자 14명이 요요 현상을 겪고 있다는 기사가 지난 5월 뉴욕 타임즈에 실렸다. 한국의 살빼기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참가자들도 몇 명을 제외하고 예외가 아니다. 

스탠포드 대학은 다이어트 인구 중 95%가 5년 내에, 그리고 99%는 10년 내에 다이어트에 실패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 우리 몸의 반격이다. <다이어트의 종말>이란 책을 내놓은 신경 과학자 산드라 아모트는 체중 감량에 실패한 원인을 뇌에서 찾는다. 대부분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우리 몸의 신호를 무시한 채 배고픔을 견딘다. 그리고 그것이 올바른 다이어트 방식이라 현대의 다이어트 산업 혹은 이데올로기는 전파한다. 하지만 그런 우리 사회의 다이어트에 대한 통념에 우리 뇌는 강력하게 저항한다. 즉 식욕 관련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 대사율 자체가 떨어져 적게 먹어도 살이 찌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급격하게 살이 찌고 있는 대니 케이힐의 부엌에는 인스턴트 음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가 먹는 것은 단호박, 각종 과일 등의 건강한 음식들 뿐이다. 하지만 그의 살은 계속 찌고 있고, 그는 자신의 몸이 어디까지 갈 지 두려워 하고 있다. 

즉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한 급격한 살빼기는 대사 증후군을 유발한다. 보다 빨리, 보다 많이 살을 빼면 뺄수록 우리 몸의 신호 체계는 무너져, 몸의 반격을 불러온다. 즉 다큐는 현대 사회의 대표적 산업인 다이어트 산업이 '요요'를 필연적으로 동반한 블랙홀임을 증명한다.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렇다면 '다이어트'는 불가능할까? 다큐가 주목한 것은 우리 몸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이다. 허기를 참고 굶주리며 살을 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먹고 사는 방식에 대한 '철학적 문제 제기'인 것이다. 

바쁜 생활에 쫓긴 현대인은 자신의 먹거리를 돌아보지 않는다. 당연히 자기 몸이 보내는 신호에 무감하다. 그러기에 진짜 자신이 배가 고픈지, 어느 만큼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는지 모른다. 바로 마인드리스 이팅(mindless eating)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인드 풀 이팅은 바로 이런 질문에서 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이 방식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자기 몸, 그 중에서도 음식물이 담겨지는 그릇인 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위의 상태를 느끼고, 음식물이 들어갔을 때 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느 만큼 채워졌을 때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지 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음식물이 앞에 있으면 허겁지겁 먹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자신이 먹을 그것을 응시하고, 조금씩 음미하며 먹는 것으로 섭취 방식을 바꾼다. 

따라서 다이어트는 다큐에 등장한 걸그룹들이 섭취하는 극한의 칼로리의 풀떼기들이 아니라, 그 무엇을 먹든, 자신의 몸에, 위의 반응에 집중하여 먹는 것으로 바뀐다. 그리고, 규칙적인 식사,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회복하여, 망가진 호르몬 체계 회복에 집중한다.

이에 따라 다큐는 강남 세브란스 안철우 교수팀과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요요 현상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몇 명의 출연자들 대상으로 마인드 풀 이팅과 호르몬 체계를 위한 2주간의 실험에 돌입한다. 자기 몸의 목소리, 위의 신호를 알아차리기 위한 명상, 음식을 두고 음미하며 먹는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 방식으로의 유도가 이 신선한 다이어트 방식의 전부다. 



하지만 결과는 네 명의 출연자 중 2주 후에 호르몬 체계가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인 것은 단 한 명일 뿐이다. 역시 또한 '의지'의 문제였을까? 네 명의 출연자 중 가정 주부였던 출연자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되찾을 수있었다. 하지만, 밤샘 근무를 하는 간호사나, 식구들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참가자, 혹은 늦은 시간 겨우 동료들과 끼니를 때우는 배우 지망생의 경우는 그의 삶이 먹거리를 위한 여유를 허락치 않았다. 심지어 바뀐 생활 디름에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출연자도 있었다. 

먹거리에 대한 철학적 패러다임을 도입한 마인드 풀 이팅에 근거한 호르몬 체계의 변화는 신선하다. 그저 백미터 달리기처럼 도달해야 할 지점이 되었던 체중 감량의 허상을 밝힌 것만으로도 그 성취는 충분하다. 쳇바퀴같은 현대의 다이어트 산업에 대한 가장 원론적인 문제 제기는 파격적이다. 하지만, 다큐에서 보여지듯, 그 원론은 언제나 '현대 사회'라는 현실의 장벽 앞에서 쉽지 않은 싸움이 된다. 결국, 밤샘 근무가 없어지고, 끼니를 제때 먹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 한, 이 다이어트 유심론은 '이상주의'로 남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비록 이상주의지만, 때우는 끼니 대신, 내 몸의 목소리에 기울여 나의 먹거리를 들여다 볼 여유의 환기는 주목할 만하다. 
by meditator 2016. 7. 4. 1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