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mbc다큐 스페셜은 요즘 우리나라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협동 조합' 운동에 주목한다. 이름하여, '함께 쓰는 성공 신화, 협동 조합'이다.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이후 5000개가 넘는 협동 조합이 만들어졌다. 이탈리아 등지에서 서민 경제의 단단한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협동조합이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mbc다큐 스페셜>이 몇몇 협동조합을 사례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운동의 성취를 알아본다. 


다큐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것은 발레를 하는 사람들이다. 발레를 하는 사람들이 협동 조합이라니?
무대 위에서 한 마리의 백조같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직업으로서 발레리나들은 고달프다. 국내 민간 발레단 50여곳 중 월급과 4대 보험을 지급하는 곳은 단 두 곳뿐, 대다수의 발레단이 월급 대신 약간의 공연비만을 지급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은 무대에 서기 위해, 그리고 생계를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열악한 발레인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다섯 개의 발레단이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만들고, 협동조합의 이름으로 공연을 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공연 요청도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왜 협동조합인가?
앞서 발레인들의 협동조합처럼, 열악한 자신들의 처우를 모두 다 힘을 합해 개선해 나가고자 한것이 대부분 그 첫번째 취지이다. 
완주에서 한우를 키우다 한 달 사료값조차 감당하기 힘든 열악해 지는 축산 환경에, 많은 한우 농가들이 더 이상 소 키우는 것을 포기하려 할 때, 자력 구제의 수단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완주 한우 협동 조합이다. 
대기업 프렌차이즈 빵집의 공습으로 고사되어 가던 대구의 동네 빵집들이 모여 만든 서구 빵맛 협동 조합도 취지가 같다.

조금은 멀리 내다보며 경쟁과 성공이 아니라 천천히, 하지만 모두 함께 가고자 만들어지는 협동 조합도 있다. 
안산에 사는 주부 6명은 함께 모여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반찬 만드는 일에서 부터 시작한 '찬찬찬' 협동 조합을 만들었다. 하루에 네 시간씩, 큰 보수는 아니지만, 자신들과 같은 처지의 주부들 50명에게 일자리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것이 이 협동 조합의 취지이다. 
2000 여개가 넘는 제주의 폐가를 소생시켜 '갤러리' 펜션'등으로 지역 문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주 폐가 살리기 협동 조합'도 있다.
중소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협동조합으로 변신한 회사도 있다. 

협동조합의 성과는 고무적이다. 
완주 한우 협동 조합의 경우, 생산에서 부터 유통, 판매까지를 책임진 협동조합 덕분에, 소를 파는 과정에서도 제 값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스스로 운영하는 한우 직판장에 몰려드는 손님들 덕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리 위에서 자살을 고민하던 대구의 빵집 사장님은 이제 밤을 세워 협동조합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빵을 만들기 위해 고심한다. '서구 맛빵'이라는 각자의 몇 십년간의 노하우가 모인 협동조합의 브랜드는 열렬한 호응을 얻었고, 이제 협동조합 명의의 직판장까지 열게 되었다. 

대기업과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협동 조합으로 변신한 중소기업 주주 회의의 풍경은 색다르다. 직원들이 모두 참여한 주주 회의에서, 회사 운영을 위한 각종 안건이 공개되어, 직원들의 선택을 받는다. 기업주의 '독단적인' 경영에 익숙해진 우리 기업 문화에서, 그런 방식이 어쩌면 느리고 불합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중소 기업으로서 소속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감을 배양시키는데 있어, 협동조합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고, 이제는 협동조합의 한 일원이 된 전직 기업주도, 직원도 자신한다. 
이렇게, 모두가 함께 모여 만들어 가는 협동 조합은, 느리지만, 모두 함께 라는 취지를 놓치지 않는다. 덕분에, 완주 한우 협동 조합에서 60이 넘은 농부가 고기를 팔고, 협동 조합의 대표가 처음으로 고기를 써는 칼을 잡았다. 소파 귀신이었던 주부는 찬찬찬 협동 조합의 주부는 이제 자신이 갈 곳이 생겨 행복하다.


하지만, 모든 협동 조합이, 장미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5000 여개의 협동 조합이 생겼지만, 그중 이미 문을 닫은 곳도 있다. 대구 맛빵 협동 조합 관계자는 말한다. 협동 조합은 철저히 개인의 필요와 이해에 근거해야 한다고, 각자의 이해 관계들이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추진될 때, 그때서야 비로소 협동조합 운동은 자기 추진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몇몇 대표적인 협동조합 사례들을 통해 본, <mbc 다큐 스페셜>의 '함께 쓰는 성공 신화, 협동 조합'은 다양한 협동 조합의 사례와, 그 배경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몇몇 사례들의 나열만으로, 현재 우리나라 협동 조합 운동을 조망하기엔 어쩐지 아쉬운 시간이기도 했다. 더구나 마지막 열풍의 과정에서, 상당수의 협동조합이 부침을 겪고 있는 과정을 그저 한 마디의 언급으로 지나가고 있는 점 등은, 더더구나, 현재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아쉬운 한계를 남긴다. 그저 '성공'에만 촛점이 맞춰지지 않은 열풍의 협동조합 운동에 대해 조금 더 천착하는 기획이었으면 좋았을 듯 싶다. 


by meditator 2014. 7. 15. 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