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방송사업자의 임직원 이외의 자의 요청에 의하여 방송프로그램에 출연을 하려는 사람과 방송사업자 이외의 자 사이의 가처분 결정, 확정판결, 조정, 중재 등의 취지에 위반하여 방송프로그램 제작과 관계없는 사유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을 하려는 사람을 출연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를 방송법상 금지행위로 새롭게 규정, (방송법 제85조의2 제1항 제8호 신설). 만약 방송사가 이를 위반할 경우 방통위는 방송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매출액의 2%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위의 내용은 11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 내용이다. 지난 4월 8일 최민희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된 이 법은 그간, 그룹 jyj가 이전 소속사 및 사업자단체의 사업활동 방해 행위로 인해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게 된 사례 등에서 드러난 대형연예기획사의 ‘갑질 횡포’를 막기 위한 것으로, 일명 jyj법으로 불리워졌다. 2009년 당시 동방신기 소속이었던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 세 사람이 '노예계약'을 문제시삼아 당시 소속사였던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한지 6년만에 전 연예인의 권리를 내용으로 한 보편적 권익법으로 jyj법으로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jyj법이 무색한 현실
하지만, 국회에서 통과된 jyj법이 무색하게 2015년 새해 벽두부터 jyj를 가로막고 있는 현실의 벽은 여전히 두텁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월 14일 치뤄진 서울가요대상 무대에서, 최다 득표로 인기상을 쟁취하고도 시상 무대에서 김준수가 배제된 것이다.
심지어 서울 가요 대상 측은 '유료' 투표인 인기상 수상 후보로 김준수를 올려놓고, 정작 팬들이 47일간의 대장정으로 성취한 인기상 1위의 결과를 무시한 채 김준수 소속사와의 협의를 핑계대며 그의 시상식 참여를 배제했다. 심지어 이를 주관한 '문화체육 관광부' 측은 조직위가 김준수 소속사와 협의를 했지만 원활하지 않아 결론적으로 출연하지 않을 걸로 해명했다며, 그 과정에서 sm측의 압력은 없었고, 그러나 원활하지 않은 과정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최민희 의원실) 마치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은 누군지 분명치 않다는 우리가 익히 보던 사건 조사서의 한 줄과 같은 해명이다.
이에 jyj법을 발의한 최민희 의원 측은 부당한 이유로 방송 출연을 하지 못하게 되는 jyj법의 직접적 내용은 아니지만, 김준수가 부당하게 서울 가요대상에 출연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이 역시 jyj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므로 그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함께 jyj법을 발의한 진성준 의원이나, 박원순 서울 시장의 경우도 이 사태에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다.
주최 측은 최민희 의원측에 이날의 시상식이 본상 시상자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다고 했지만, 정작 이날의 시상식에선 인기상 김준수를 제외한 해외 인기상의 수상자 전원이 참석하여 상을 타갔다. 물론, 그깟 시상식 참여, 개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지만, 수상이 예정된 시상자에게 출연 여부조차 요구되지 않는, 하지만 팬들의 '고혈'을 무한하게 요구하는 유료 투표의 인기상은, 거의 '사기'에 가까운 횡포가 아닐까 싶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최근 시상식에서 번번히 지적되고 있는 '장사'가 된 인기상은 또 다른 측면에서 짚어보아야 할 문제이다.
심지어, 방송 출연이 암묵적으로 배제된 jyj인 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사례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직 시한을 정하고 그 시한을 넘기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법을 통과시키자, 보란듯이 그 시한 안에 비정규직 사원을 잘라 버리는 노동 현실의 관행과도 같은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야비한 처사다. 심지어, 벌써 햇수로 7년, 이젠 소송을 함께 제기한 나머지 두 멤버가 국가의 부름을 받은 처지가 될 시간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jyj를 둘러싼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는데 현실은 더 비극적이다. 오죽하면 팬들이 아티스트를 무대에 한번 올리고자 자신들의 지갑을 47일동안 터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일까?
아티스트와 팬이 전우가 되는 오르막길
이런 서울 가요 대상의 비겁한 배제에, 김준수는 자신의 인스타를 통해 '마음이 아픕니다. 전 아무래도 괜찮지만, 여러분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면, 그 정성과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는 제가 너무 밉습니다. 아무 것도 못하는 무능력함에 가슴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호소했다. 또한 수상이 진행되는 그 즈음 소속사의 실시간 인터넷 방송인 v앱을 통해 못다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준수는 지난 6년의 시간 동안 팬들과 함께 한 오르막길에서 스스로 이제는 많이 무뎌진 자신을, 그리고 그렇게 무뎌져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복잡함에 대한 감정을 전하며, 하지만 이미 6년 전에 끝났어도 괜찮았을 상황이 방송 출연한 번 하지 못한 현재에 이르러서도 '인기상'을 수상할 수 있는 팬들의 성원에 행복하다는 것을 전했다. 또한 이렇게 7년이 되도록 변함없는 외압의 상황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싸워 나갈 것 역시 다짐하며, 자신을 무대에 한번 올리고자 애쓰고 그래서 다쳤을 팬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오랫동안 상처를 받아 이제는 군살이 생긴 아티스트가, 그 아티스트를 위해 애쓰다 전사한 팬들을 부추켜 세우는 '전우애'의 순간이다. 가장 상처받은 자가 사과하고, 가장 상처받은 자가 자신만큼 상처받은 대중마저 부등켜 안고 여전히 아득한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 상황은 쉬이 나아지지 않았다.
이렇게 의연한 아티스트와 그 팬들과 달리, mbc의 <라디오 스타>는 최근 김준수의 연인으로 밝혀진 하니를 출연시켜 언제나 그렇듯 그들의 연예를 희화화시켰다. 물론 누군가의 가쉽이 <라디오 스타>를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떡밥임에는 분명했지만, 정작 출연조차 할 수 없는 그 누군가를 밥상의 제물로 삼는것은 잔인한 처사였다. 잔인한 처사는 시상 당일에도 이어졌다. 시상식 mc였던 전현무는 아이러니하게도 당일 시상식 mc가 된 김준수의 연인 하니에게, '준수하니'등의 농담을 던지다 하니의 울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sm 소속이란 이유만으로 <라디오 스타>에서 김준수가 언급되는 내내 고개를 수그리고 한 마디도 안했던 규현이나, 역시나 smc&c 소속으로 시상식에 참석못한 김준수를 농담의 대상으로 삼은 전현무나, 해프닝으로 지나치기엔 씁쓸한 상황이다. 예능의 우스개 떡밥으론 가능하고, 시상식에는 불러올 수 없는 방송의 얍삽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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