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 청소년들의 전유물인 아이돌로써 십년이 흐르면, 이제는 아이돌로써 그 생명의 절정을 다했다고 보아도 크게 무리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8월 9일, 잠실 종합 경기장 올림픽 주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여전히 이 자리를 채워준 팬들에게 수차례 감사하다고 말하는 jyj의 감사 인사는 그런 '의리'를 지속해준 팬들에 대한 인사 치례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다. jyj는 그 스스로 이번 앨범을 내면서 '왕의 귀환'이라고 선포했지만, 우리는 그 돌아온 왕을 방송을 통해 영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썰전>의 허지웅은 그래서, 그런 강력한 포스를 자랑하는 jyj의 귀환에 대해 어쩐지 서글프다는 표현을 썼다. jyj자신들도 마찬가지다. 뮤지컬, 드라마 등 각 분야에서 이제는 대표적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한 그들이지만, jyj로 돌아온 자신들을 보기 위해 과연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을 팬들이 채워줄까 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고민한다. 하지만,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 팬들은 여전히 jyj를 응원했고, jyj는 그런 팬들의 의리에 대한 보상 차원을 넘어, 아티스트로서 한 단계 도약된 무대를 선보였다. 



jyj가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것이 두 번째이다, 2010년 11월, 갑자기 몰아닥친 눈보라 등으로 좋은 콘서트 환경을 만들고자 야심차게 주경기장 위에 씌웠던 장막이 날아가고, 그로 인해 한 시간이나 지연된 콘서트를, 하지만 , jyj는 자신들만이 해낼 수 있는 음악과 퍼포먼스로 갑자기 몰아닥친 한 겨울 추위도 날려버렸었다. 
그리고 4년 후, '콘서트 하기 더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의 올림픽 주 경기장으로 다시 돌아온, jyj는 4년 전 그때도 좋았지만, 하지만 그때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위용과 능력을 자랑하며, 새롭게 선보인 정규 2집과, 1집의 음악 23곡으로 3만 여명의 팬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특히나 최근 새삼스레 음악 프로에서의 과도한 MR에 의존한 퍼포먼스만이 부각된 입만 뻥긋거리는 아이돌들의 출연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jyj는 정규 2집에 실린 '크리에이션(Creation)' '비 더 원(Be the one)' '바보 보이(BaBo Boy)'로 콘서트의 포문을 열며, 가창력과 퍼포먼스의 완벽한 조합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또한 이어진 멤버 개인의 무대를 통해, 김준수는, '7살' '타란텔라그라(Tarantallegra)' '턴 잇 업(Turn it up)+인크레더블(Incredible)'을 통해, 일반적으로 그를 지칭하는 '가창력 본좌'로서의 면모만이 아니라, 미친듯한 안무를 하는 가운데서도, 흔들림없는 라이브를 뽐내며, '사기가 아닐까 싶은' 불가능한 리얼리티를 증명해 낸다. 또한 개인 앨범을 통해 로커로서 변신했던 김재중 역시, 디어 J(Dear J)' '버터플라이(Butterfly)' '마인(Mine)'을 통해, 도무지 그 갸날픈 몸에서 뽑아져 나올 수 없을 것같은 끊이지 않는 고성을 뽐낸다. 최근 상영 예정작 <해무>를 통해 이미 개봉 이전부터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발군의 기대주로 손꼽히는 박유천은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한, '서른', '그녀와 봄을 걷는다', 'I love you'를 통해 감수성 넘치는 뮤지션이었음을 확인시킨다. 
굳이 입밖으로 구구절절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아도, 첫 번째 정규 1집을 낸 후 4년의 공백기동안, 여전히 jyj라는 존재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그리고 4년 만에 돌아온 그들이 4년 전 그들에 비해 한결 더 강력한 위용을 드러내 보이게 한 근저에, 바로 이렇게 각자의 열성적인 활동이 있었음을 드러내 보인다. 

그래서일까, 정규 2집을 내면서, jyj의 각 멤버들은, 언제나 늘 jyj로서 자신을 놓치지 않았지만, 유독 jyj로 다시 돌아온 이 시간의 소중함, 감사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완전체'로 돌아온 자신들을 보러 와준 팬들에게 새삼 감사하고 고마워 한다. 
아마도 그것은, 혹독한  연예계 생활 속에서, 홀로 jyj를 떠나 한 사람의 엔터테이너로 지내왔던 시간들의 고달픔에 대한, 자연스런 회귀 반응이자, 그렇게 각자가 일군 개인적 성취로 떠받쳐 온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뮤지션으로서 jyj가 설 수 있는 연예계 속의 협소한 위치에 대한 회한이자, 그런 자신들을 잊지않고 응원해 준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의 복합적인 반응일 것이다. 
실제 공연 중, 정규 콘서트의 마지막 곡, '백 싯(Back Seat)'을 소개하면서, 김재중은 뮤직 비디오 속 자신들이 새로운 아이돌처럼 신선했다고 했지만, 그 말끝에 그나마도 '방송 정지'를 받았다고 아쉬워 한다. 팬들 역시 한 마음으로 아쉬워하자, 다른 멤버 김준수는, 이 나이 정도 되면 '방송 정지'되는 노래 한 곡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느냐고 하면서, '어차피 방송에 나가지도 못할 거'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에 대해 또 다른 멤버 박유천은, '대신 콘서트를 통해 만나면 되지 않느냐고, 하고 , 김준수 역시 이에 맞장구를 치며, '유니크하다. 여기서 밖에 못보는 한정판 같은 거다. 좋게 좋게 생각하자'고 팬들을 다독였다. 


콘서트를 보고 돌아온 후 '동방신기' 세대였던 주변 젊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번 jyj 앨범을 들어 보았냐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기껏해야 뮤직 비디오로 나온 ''백 싯(Back Seat)' 정도를 들어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콘서트를 통해 증명되었지만, jyj의 음악은  이제 아이돌이라는 영역에 국한시키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어느 하나의 장르나 퍼포먼스로 규정지을 수 없는 뮤지션으로서의 폭넓고 깊은 음악적 역량을 선보인다. 댓, 유어 데어(Dad, you there)' '렛 미 씨(Let me see)는 아카펠라적 감성이 돋보이고, So So(소 소)' '는  전율을 느끼게 하는 발라더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레팅고(Letting Go)나, 발렌타인(Valentine)은 파퓰러 코드의 뮤직으로서 손색이 없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음악은, 관심이 있는 팬들이 아니라면 전해질 길이 협소하다. 음악 만이 아니다. 웅장한 메인 무대에, 80 m의 돌출 무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공연 중 돌출한 번쩍이는 무빙 프로그램 트러스에, 폭죽을 위시한 각종 효과들은, 팬이 아니라도 충분히 즐길 거리가 있는 한 판의 공연이었다. 볼거리 있는 공연, 좋은 음악, 멋진 퍼포먼스였기에, 그들을 가로막은 한계가 더 아쉬운 jyj의 공연이었다. 그래도, 부디 화무 십일홍 하지 않고, 마흔이 되어 춤을 추다 관절이 나가더라도, 음악을 즐기고, 그걸 팬과 함께 나눌 수 있는 jyj로 남아주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4. 8. 10.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