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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되었던 <인간의 조건>이 드디어 정규 방송으로 편성되어 돌아왔다. 박성호, 김준호, 김준현, 정태호, 양상국, 허경환 등 여섯 남자들이 일주일 동안 모여, ㅇㅇ없이 살아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1. 여섯 개그맨들의 성공적 활용법
실험적으로 겨우 단 몇 주만을 했을 뿐인데, 돌아온 여섯 남자들의 일상이 무척 반갑다.
단 몇 주 만에 이토록 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리얼리티라니!
일반적으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면 이질적인 멤버들을 모아놓음으로써 거기서 발생하는 물리적 충돌을 프로그램의 재미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예능적 이미지 소모가 적은 멤버들을 구하다 보니 2012년 방송 연예 대상 신인상을 타 분야에서 모조리 휩쓸어 가듯 이젠 가수니, 개그맨이니 영역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인간의 조건>의 선택은 남달랐다.
이미 개그 콘서트를 통해 일정 부분 대중들에게 검증받았던 친숙한 개그맨들을 모조리 구성원으로 충원했다. 친숙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예능 나들이가 잦은 김준호를 제외하고는 예능적 이미지 소모는 거의 없는 구성원들이기에 그들이 모여있을 때 주는 이미지는 신선함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조건>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저 이질적인 구성원들을 모아 놓아 그들이 캐릭터를 만드는 좌충우돌이 이미 또 하나의 트렌드로써 진부함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일정 정도 검증받은 이미지를 구축한 사람들, 또 이미 그들간에 어느 정도 위계 질서와 친숙함이 깔린 멤버들을 한 집에 모이게 함으로써 색다른 재미를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즉, 오랫동안 한 작품을 하면서도 서먹서먹했던 박성호, 김준호의 야릇한 선후배 관계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가 하면 화해의 계기가 되었고, 개그 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맺어진 '전우'와도 같은 친숙함이 <인간의 조건>을 버텨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거기에 방송 분은 4주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일주일이라는 기간을 함께 한 집에서 뒹굴었던, 더구나, 인간의 정신을 쏙 빼놓아 버리는 문명의 이기 없는 혹독한 조건이 역으로 그들간의 친밀도를 한껏 올리는 시너지까지 낳으니, 다시 돌아온 그들이 반갑지 않은 게 이상할 지경이다.
이런 <인간의 조건>의 인력 활용도는 새 프로그램을 만든다 하면 그저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에서 잠깐 나와 이벤트성으로 인기를 끌었던 타 분야의 스타들을 모셔다 놓고, 시너지는 커녕, 시청자들에게 그 어색한 부조화를 견디게 하는 타 프로그램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지점이다.
더구나 한 해에 수 십명씩 개그맨들을 뽑아 놓고는 그들의 밥벌이를 걱정하지만 말고, <인간의 조건>처럼 적극적으로 개발해 봄이 어떨지.
2. 쓰레기 리얼리티라니!
지난 파일럿 <인간의 조건>은 '3무', 즉 핸드폰, 컴퓨터, 텔레비젼이 없는 일상을 다룬 무공해 프로그램이었다. 들로, 산으로, 그것도 모자라 바다 건너 야생을 찾아 다니는 것으로도 한계를 맞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찾은 새로운, 하지만 적절한 모색이었고, 성공적이었다.
이제 정규 방송으로 돌아온 <인간의 조건>은 거기에 쓰레기를 얹는다.
<인간의 조건>이 바람직한 것은, 그저 일주일 체험으로 물질적 힐링을 경험해 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어서 이다. 다시 체험 공간으로 돌아온 여섯 명의 남자들은 자연스레 투명 플라스틱 상자에 그들의 핸드폰을 넣는다. 이전과 달리 그 집 안에서 이지만, 이미 체험해 본 경험들이 쌓이어, 거부감없이, 그러려니 하면서, 그리고 한번은 해봤으니 이제는 해볼만 하다는 듯이, 다시 '세가지가 없는' 생활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거기에 얹어 이번엔 쓰레기란다.
제작진의 기지가 돋보였던 것이 무조건 쓰레기를 없이 생활해 본다가 아니라, 하루의 시간을 주고, 여섯 명의 남자들을 따라다니며 그들이 얼마나 많은 음식물 쓰레기며 재활용 쓰레기를 방출하는가를 보여주고, 그것을 맞추어 보게 하고, 그 다음에 쓰레기없는 생활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단 하루였지만, 카메라를 통해 본 여섯 남자의 일상에서 무한대로 쏟아져 나온 쓰레기들은 곧 시청자 자신의 생활과 다르지 않았기에 '쓰레기없는' 일주일이 뻔하다는 느낌은 사라지고, 경각심을 가지고 그들의 일주일을 지켜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작된 '쓰레기없는' 생활, 텀블러와 수저를 사고, 음식물을 남기지 않으려 애쓰고,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면서, 때로는 '지렁이'를 사는 재치를 반짝이고, 때로는 땀내나는 손수건에 자신이 '쓰레기'가 되어가는 듯한 시간들이 핸드폰, 컴퓨터, 텔레비젼이 없는 생활과는 또 다른 역동적인 '힐링'의 시간이 될 듯한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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