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없이 살기'의 일주일이 마무리 됐다. 6일차가 되는 날 쓰레기 없이 살기 미션을 끝내는 기념으로 <인간의 조건>의 여섯 멤버들은 쓰레기 배출량 '0'에 도전했다. 안타깝게도 라디오 방송의 작가가 건네준 종이컵에 담긴 차를 무심코 건네받은 허경환 덕분에 '0'의 달성은 실패했다. 그러나 주체하지 못하던 쓰레기를 이젠 '0'이라는 미션을 도전할 만큼 여섯 남자의 쓰레기 배출은 놀라보게 줄어들었다. 6일차의 실패도 의식적으로 만든 쓰레기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치면 엄밀하게는 실패가 할 수 없는 실질적 성공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션의 성공 유무와 상관없이 여섯 남자들의 쓰레기 없이 살기 일주일은 그 여섯 사람만이 아니라, 방송을 함께 보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함께 노력해볼 꺼리를 남겨준 시간이었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등장한 <인간의 조건>이 내건 첫번 째 미션은 핸드폰, 텔레비젼, 컴퓨터 없이 일주일 살기였었다. 단 한 시도 문명의 이기가 없이는 살 수 없을 거 같았던 여섯 남자들은 혹독한 문명의 금단 증상을 겪으며 '인간다운 삶'으로 되돌아 가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렇듯, <인간의 조건>이 내건 첫 번째 미션은 이 프로그램이 제목이 내거는 바, 이 프로그래이 지향하는 바를, 아주 단호하면서도 명쾌하게 증명해 냈다. 찌든 문명의 때를 벗어가면서 조금씩 잊었던 아날로그의 삶을 되찾아가는 여섯 남자의 일주일 간의 체험은 그 자체로 보는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두번 째 미션, '쓰레기 없이 일주일 살기'가 완료되었다. 첫 번째 미션이 인간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된 과제였다면, 두번 째 과제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삶의 조건을 들여다 보게 만든 미션이었다. 이렇게 <인간의 조건>은 '나'를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하여, '우리'를 돌아보는 것으로 진화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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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경쟁적으로 쓰레기 줄이기에 돌입한 여섯 남자들은 처음엔 가장 많이 쓰레기를 배출한 사람에 대한 벌칙으로 오밤중에 마당에 세워놓고 찬물 한 바가지 식의 여느 오락 프로그램에서 늘상 하던 식의 가학성 벌을 주었다. 하지만 차츰 '쓰레기를 줄여야 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퍼져가면서 벌칙을 위한 벌칙에서 가장 많은 쓰레기를 만든 사람이 거리에 나가 캠페인을 벌이거나, 쓰레기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방문하거나, 직접 쓰레기를 치워보는 식의 '논리적 인과 관계'를 가진 벌칙으로 자연스레 변화되었다.

또한 쓰레기 집하장을 가서 깨달은 바가 자연스레 가는 곳이 어디가 되었든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줄이자는 캠페인을 자발적으로 한 결과를 낳았고, 쓰레기를 줄이고자 마지 못해 쓰기 시작했던 '텀블러'를 나 하나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라는 '확산'을 낳았다. 그리고 꼼수이건 잔머리이건 쓰레기를 재활용한 각양각색의 방법들이 <인간의 조건>을 통해 소개되었다.

 

물론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일주일 동안 눈에 띄게 줄어든 여섯 남자들의 쓰레기 배출량이었다. 하지만 그건 한시적인 미션일 뿐이다. 미션을 마치고 발표한 소감에서 말했듯이 다시 돌아간 일상에서 경쟁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려고 했던 그 시간처럼은 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쓰레기 줄이기'라는 과제가 이제는 그들 삶의 일부분으로 둔중하게 자리 잡았다는 것을 여섯 남자 모두가 공감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실질적 결과인 것이다. 즉, 이제 부터가 진짜 '쓰레기 없이 사는 삶'의 진짜 시작이 된 것이다.

 

그리고 여섯 남자들의 일주일을 보고 배운 시청자들도 먹을 것을 남기는데 '저어하고', 재활용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옥죄어 오고 있는 우리 곁의 '쓰레기'에 대해 불편해 할 것이다. 김준현의 말처럼, 내 집안에 없으면 되는 줄 알았던 쓰레기의 '실존'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얼굴에 붙인 테이프를 지적하던 김준호에게 쓰레기 없이 미션이 공통 과제 였음을 따끔하게 지적했던 박성호처럼, 이것이 '우리가 함께' 해나가야 할 과제라는 인식이 자연스레 심어졌다.

그저 매 주말 여섯 남자의 '쓰레기를 부등켜 안고' 쩔쩔 매는 일상을 들여다 보았을 뿐인데, 여섯 남자가 이뤄낸 일주일의 고군분투는, 김준호 회사나 개콘 회의실의 텀블러 사용처럼, 어쩌면 우리도 노력하면 할 수 있는, 해야 할 무엇에 대한 과제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과제가 안해가면 손바닥 맞은 엄격한 숙제처럼 다가오지는 않는다. 몇 번의 실패 끝에 폐지로 투박한 종이를 만들어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던 양상국의 무모한 노력처럼, 그 촌스런 집념이 괜히 한번 따라해 보고 싶어지니까.

by meditator 2013. 2. 24.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