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스케치북>이란 프로그램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고품격 음악 방송'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 말을 진행자 유희열 자신이 할 때마다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처럼, 언제부터인가 '고품격 음악 방송'이란 접두어는 '라디오 스타'가 가져가 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니 이젠 방송 3사 아니 종편까지 포함해서 (케이블 엠넷에 윤도현의 MUST가 버티고 있긴 하다) 거의 유일한 고품격 음악 방송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다.

그런데 별일 없으면 방영되는(정말 별일 없으면이다. 명절이나 특집만 있으면 언제나 맡아놓고 결방한다), 열 두시에 한다고 좋아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제 아무리 불금이라지만 눈 비비고 기다려서 한 시나 되어서야 방영되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어느샌가 '은근'과 '끈기'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4주년을 맞이한 소감은 버텨줘서 고맙다!

 

그렇게 변함없이 4년을 버텨준 <유희열의 스케치북> 4주년의 특집은 릴레이 특집 ‘THE SONG – VOLUME 시리즈이다. 총 3주에 걸쳐 방송되는 이번 특집은 1탄부터 ‘러브레터’ ‘유&아이’ ‘라라라’로 각각 사랑, 이별, 그리고 위로의 노래들을 회당 10곡 씩, 총 30곡을 소개한다.

여기서 제법 음악 프로 좀 봤다 하는 사람들은 저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챘을 것이다. 비록 유희열이 '절대 없어진 음악 프로그램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러브레터'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전신이던 윤도현이 진행하던 음악 프로그램이었고, '유&아이’ 는 이효리와 정재형이 진행하던 SBS의 음악 프로그램이었고, '라라라'는 윤종신 등 많은 MC들이 거쳐간 진짜 MBC의 고품격 음악 방송이었다. 그리고 이들 세 프로그램은 이젠 모두 방송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은 사라진 프로그램들이다. 그나마 이문세, 노염심, 이소라 등 쟁쟁한 MC들이 진행해왔던 음악 프로그램의 전통을 지닌 KBS2만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라는 명맥을 유지할 뿐, '유&아이'와 '라라라'가 사라짐으로써 MBC와 SBS는 그나마 이런 류의 음악 프로그램 존립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주말이 되면 연이어 드라마를 몇 개씩이나 방영하면서, 연신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신인 가수들을 배출해내면서, 정작 '프로'가 된 가수들이 자신의 음악을 소개할 프로그램들은 사라지거나, 밀려나 버린 것이다. 덕분에 신곡을 들고나온 가수들은 좀 연배가 어리다 싶으면 '음악 중심', '뮤직 뱅크' 등에서 어린 아이돌들 틈에 끼어 자신의 노래를 홍보할 기회를 얻거나, 그나마도 아니면, '세바퀴'나 '라디오 스타'를 방문해 개인기에 곁들인 홍보를 해야 하는 처지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평균 시청률이 2.7%란다. (물론 한때는 6%를 넘보던 때도 있었다)그런데 그 요즘 인기있다는 아이돌들이 주로 출연하는, 금요일이나 주말의 황금 시간대를 차지한 '뮤직 뱅크', 'SBS인기가요','쇼 음악 중심' 의 평균 시청률이 월등하게 좋은가 하면 그도 아니다. 2%~3% 대의 도토리 키재기이다. 아니다. 오히려 그 늦은 밤 눈비기고 찾아보는 열혈 시청층을 감안한다면,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저력은 오히려 대단한 것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한때 <나는 가수다> 그리고 이제 <불후의 명곡>을 통해 지나간 음악을 제 편곡하여 들려주는 시도를 처음 한 것도 바로 <유희열의 스케치북>요, 이제는 유명 가수가 된 십센치와 아이유와 알리를 좋은 가수라며 소개해 준 것도 바로 이 무대였었다.

 

그래서 이제는 모두 사라진 그 기억을 되살리는 4주년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사라진 내 어린 날의 동네를 떠올리듯 애잔하지만, 추억만이 아니라, 당대의 치열한 음악 현장을 담아내는 '노고'의 시간이기도 하다. 특집으로 한 회당 열 곡의 노래를 채워넣기가 그리 버겁지 않을 만큼. 더구나 아이돌 음악이 정점을 지나고, 힙합, 인디 장르의 다양한 음악이 저변을 넓히고 있는 시점에서 더더구나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존재 가치는 배가가 될 것이다.

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아름다운 추억을 밀어내고 마구 부숴버리듯이, 시청률이라는 편의주의로 그나마 남은 이 추억마저 짓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통영 달동네가 한국의 몽마르트라 불리며 관광 명소가 되듯이, 오랜 전통을 지키며 버텨온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1박2일의 정희섭 피디를 맞이하여, 새롭게 그리고 풍부하게 우리 음악의 본령을 전달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3. 4. 20. 09:26
  • 익명 2013.04.20 10:39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meditator 2013.04.20 15:31 신고 EDIT/DEL

      마치 드라마가 그 주시청층인 아줌마들 취향의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듯이요 ㅎ 안그래도 영화도 주소비층이 높아지다보니, 그들이 편해하는 장르를 편식하는 거겠지요. 으휴, 나이든 사람들의 편박한 취향이 그저문제군요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