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빨 로맨스>에 이은 <w>가 첫 선을 보이고, 새로운 수목 드라마 대전이 시작되었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던 <함부로 애틋하게>가 12.9%로 안정적으로 1위를 선점한 가운데, 이종석, 한효주 두 배우를 앞세운 <나인>의 송재정 작가의 야심작 <w>가 전작에 바통을 받아 8.6%로 희망적인 출발을 했다. 두 드라마 모두 장르는 다르지만 스타급 배우들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려가거나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드라마의 접전이 점쳐진다. 




그런 가운데, 그렇다면 새로운 수목 드라마 대전의 희생자는? 안타깝게도 '미스터리'한 구조에 있어 <w>와 시청층이 겹쳐있는 sbs의 <원티드>이다. 그간 7%대의 안정적 시청층을 유지하던 <원티드>는 7월 20일 5.4%로 내려앉았다.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유난히 7회 방영분이 재미없었던 것일까? 아니 오히려, '사랑' 놀음을 기대하기 힘든,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진실 찾기' 게임보다는 미스터리해도, 그래도 선남선녀의 '사랑'이 예고된 새로운 드라마가 더 구미가 당긴 것이리라. 

시청률은 떨어졌지만, 주제 의식은 명징
하지만 시청률의 급감에도 불구하고, 20일 방영된 <원티드> 7회는 어쩌면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을 가장 명징하게 드러낸 회차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대에 '공기'처럼 우리와 호흡하는 '방송'과 나아가 '언론'의 존재 이유에 대한 뼈아픈 질문이기도 하다. 

당대 최고 여배우 정혜인(김아중 분)의 아들 현우 납치 사건으로 시작된 드라마는 범인의 요구에 따라 실시간 생방송 리얼리티 쇼로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가정내 아동 학대로 시작하여,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임상 약물 시험 등 아동과 관련된 듯한 사건은,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하여, 드디어 7년전 정혜인의 전남편이자 sg그룹 막내 아들 태영의 죽음으로 모아진다. 그 과정에서 그와 관련된 조남철, 경찰청장의 죽음이 이어진다. 사건의 가닥은 잡혀가지만, 관련자들에 대한 폭로와 죽음이 이어지고, 정작 범인에 대한 추적은 모호해지며, 이제 8회를 앞두고 방송사 건물에서 한 여인이 떨어져 죽음으로써 이 사건과 방송국 내의 인물과의 관계가 좀 더 부각되어가고 있는 시점이다. 

사건만 보면 대략 이렇다. 하지만 정작 <원티드>라는 드라마가 생방송 리얼리티 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현우 납치 사건과 그 이면의 거대한 음모들을 밝혀가는 것과 달리, 이 드라마를 보며 시청자들이 미디어의 민낯이다. 



자신이 요구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리얼리티 쇼를 감행할 것을 요구한 범인은 시청률 20%를 마지노 선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현우를 찾고자 하는 정혜인 이하 방송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20%의 고지를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걸 위해 정혜인은 아들이 납치당한 상황을, 그리고 그 상황의 해법인 리얼리티 쇼를 홍보하기 위해 또 다른 리얼리티 쇼에 게스트로 참석하는 것은 물론,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리얼리티 쇼의 현우의 새아빠이자, 정혜인의 현 남편인 ucn의 사장 송정호(박해준 분)의 협조로 가능해진다. 거기에 합류한 정혜인의 지인인 ucn 드라마 국장 최준구(이문식 분), 방송국 파워 게임에서 밀려난 전직 피디 신동욱(엄태웅 분), 최고의 방송 작가 연우신(박효주 분) 등이 합류한다. 

괴물이 된 방송, 하지만 그 '괴물'을 키우는 건?
현우 찾기라는 의로운 목적으로 시작된 방송, 하지만 방송은 20%라는 시청률, 즉 시청자의 시선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괴물'로 변해간다. 아들을 잃은 엄마 정혜인은 아들을 찾기 위한 방송의 사활을 위해, 그룹은 물론, 이제는 검사까지 찾아가 sg그룹의 고문 변호사 자리를 놓고 딜을 하는 막후 교섭자가 된다. 방송을 책임진 신동욱 피디는 이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 잡기 위해서는 범인에게 인질로 잡힌 동료을 구하기 보다 카메라를 먼저 들이대는가 하면, 조남철이 죽은 현장조차 가감없이 방송을 통해 내보낸다. '현우'를 찾아야 하는, 그래서 범인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그 절박한 상황 속에서 방송에 참여한 저마다의 인간 군상의 민낯이 거침없이 드러난다. 그 속에서 <원티드>는 인질에 잡혔던 연우신을 통해, 그리고 가장 어린 스텝 박보연(전효성 분)의 갈등을 통해, 방송의 목적과 수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 의문은 7회에 드디어 직격탄으로 제시된다. 전국민의 관심을 받아 무난하게 시청률 20%를 달성했던 <원티드>,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이 터져나온다. 애초 방송 시작과 함께, 방송사 앞을 점거하며 왜곡된 수단으로써의 리얼리티 쇼에 대한 시위는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현우를 납치한 범인이 나수현(이재균 분)으로 드러나면서, 나수현에 대한 동조 여론은 이제 그를 '주군'으로 받드는 인터넷 모임까지 결성되며 뜻밖의 파문으로 번진다. 그간 <원티드>를 통해 보여졌던 범죄가 '유전무죄'라는 시민적 각성이 왜곡되어 드러난 현상이다. 그리고 그 파급의 결과, 7회 모방 범죄까지 저질러 지는 결과에 이른다. 

아니,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아이를 데려다 주려 유치원에 간 연우신이 목격한 아이들의 원티드 놀이이다. 시청률 20%, 어느덧 전국민적 방송이 된 <원티드>는 유치원 아이들조차, 범인으로 삼은 아이에게 밧줄을 묶어 꿇어 앉혀 놓고 재밌다고 웃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렇게 <원티드>는 지난 7회 현우 납치 사건과 그 사건의 미션으로 진행된 리얼리티 쇼 <원티드>를 통해 우리 사회 벌어지는 미디어의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방송을 이용하는 범인,  그리고 그 이면에는 방송이 아니고서는 그들의 사연이 밝혀질 수 없는 '유전 무죄'의 사회, 하지만 이런 비리와 모순이 방송이라는 '프레임'을 거치며 때로는 좀 더 자극적으로, 때로는 왜곡된 형태로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드라마 <원티드>를 통해 고발된다. 



하지만 <원티드>가 놀라운 것은 그저 방송 현실, 미디어의 속성을 '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오히려 <원티드>는 그렇게 '괴물'이 되어가는 방송, 미디어의 주체가 과연 누구인가 대한 의문을 남긴다. 시청률 20%를 제시한 범인, 그리고 그 범인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동료도, 잔인한 시신의 모습도, 절체절명의 순간도 방송으로 내보내는 제작진, 과연 그것이 가능한 전제 조건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말이다. 아들을 잃은 모성도, 매회 벌어지는 누군가의 목숨이 달린 미션조차도, 그제 '게임'처럼 소비하는 주체, 대중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한 아이의 생사가 달린 리얼리티를 대중은 그저 '쇼'로 소비한다. 드라마 속 거리의 소녀는 <원티드>를 '재밌다'고 반응한다. 모방 범죄에 가담한 자들 역시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 혹은 어줍잖은 흑수저의 분노로, 혹은 자신도 tv에 주목을 받고자 또 하나의 범죄를 모의한다. 방송 초반 진실을 폭로한 간호사의 목적이 알고보니 5억원이었다던가, 나수현의 반지를 제보한 사람이 보상금에 대한 요구를 당당히 하는 장면, 그리고 결국 아이들조차 '재밌다'고 원티드 게임을 하는 상황에 이르른 드라마 속 현실은, 클릭 수에 목매달아 '각종 찌라시성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과, 공공의 전파를 통해 아니면 말고 식의 '황색 보도'를 일삼는 방송들의 전제 조건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도록 한다. 


by meditator 2016. 7. 21.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