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성폭행 피소'라는 jtbc 뉴스룸 보도는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도 같았다. '성폭행'이라는 종소리가 울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언론들은 질주하는 그레이하운드 경주견처럼 서로 뒤지기라도 할 듯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박유천'이란 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 전력 질주를 했다. 




공정보도의 대표주자라는  jtbc 마저 
무엇보다 제일 먼저 아쉬운 점은 그간 '종편'임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언론'이라는 평판을 얻은 바 있는 jtbc가 사실 여부의 진원지를 분명히 하지도 않은 채 '공인'이라는 잣대를 들이밀며, '확정되지 않은 범죄'의 혐의만으로 그 흔한 A군, B군이라는 이니셜도 아깝다는 듯이 '박유천'의 실명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더구나, 소속사의 공식적 발표를 보면, 검찰로 부터 공식적 조사 통보조차 받지 않은 사안임에도 도대체 그 기사의 출처가 어딘지 불분명한 기사를 '공신력있는' jtbc가 섣부르게 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jtbc가 레이스의 서막을 알리자, 이후의 사태는 그간 우리 사회에서 보인 황색 언론의 행태를 고스란히 답보한다. 13일 jtbc의 보도 이후, 6월 15일 피해자라 알려진 여성의 고소 취하에 이르기 까지, 언론은 박유천이란 한 사람의 인격 모독을 넘어, 인격 살인에 해당하는 행태를 되풀이 했다.

우선 '성폭행' 사실 여부에 대한 고소 여부조차도 본인이 통보받기 이전 이미 언론은 '성폭행'을 기정 사실화하면서 기사를 써내려 갔다. 소속사는 고소와 관련된 그 어떤 공식적 통보도 받지 않았다고 발표하고, 이와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했으나 이미 먹잇감을 문 언론에겐 역부족이었다. 모두들 '박유천 성폭행'이라는 선정적 문구를 경쟁이라도 하듯 내걸었으며, 누가 더 자극적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까 경쟁이라도 하듯, 이와 관련된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의 경과 과정에서 소속사의 발표처럼 '성폭행' 사실 여부가 불분명해지자, 이후 언론은 박유천이 '공익'의 신분으로 '술집'에 간 사실을 물고 늘어졌다. 심지어, 개인적인 질병으로 인해 현역으로 입대하지 못한 박유천이 법적 테두리내에서 '병가'를 낸 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았으며, 사실 여부조차도 분명하지 않은 술집과 술집의 접대비, 화대, 그리고 박유천이 냈다고 하는 지갑 속의 돈 액수까지 언론에 오르내렸다. 한 술 더 떠서, 채널 a는 이 문제를 가지고 특집을 꾸리고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반응까지 묻는 해프닝을 벌었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가쉽성 기사에 대중은 쉽게 반응했다. 각 인터넷 사이트는 박유천과 관련한 그간 '루머'들이 사실처럼 도배되었고, 몇몇 네티즌들은 마치 '셜록'이라도 된 것처럼 박유천이 출입했다는 술집과 그 관례, 그리고 이 사건의 진행과 관련된 '가설'들을 진짜처럼 올렸고, 박유천을 그 어떤 법적 구속력있는 절차를 밟기도 전에 이미 대중에 의해 파렴치범으로 낙인을 찍었다. 



박유천을 둘러싼 언론의 이율배반적 태도 
그런데 이 과정에서 너무도 아이러니한 것은 박유천, 그리고 그가 소속된 jyj라는 그룹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이율배반적 태도이다. 세월이 흘러, 아니 하도 언론 등을 통해 외면받아 이제는 얼마나되는 사람이 알까 싶지만, 박유천은 과거 sm 소속의 동방신기라는 아이돌 그룹 소속이었다. 하지만 박유천을 비롯한 김재중, 김준수 등은 소속사 sm의 불공정한 계약을 문제 삼아  2009년 전속 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벌였다. 그리고 그 탈퇴와 소송 이후로 jyj는 그룹으로서든, 개인으로서든 방송에서 보기 힘든 존재가 되었다. 법은 한번도 sm의 손을 들어 준 적이 없으며, 2015년 11월 30일 '제 3자의 요청에 의해 정당한 사유없이 특정인의 방송 출연은 금지하는 불공정행위를 못하도록하는' 일명 jyj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이들에게 방송은 높은 벽이다. 

박유천, 김재중등은 가수로서의 방송 출연이 막히자, 연기자로 방향을 틀었지만 주중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의 존재에도 그들이 출연하는 드라마 외의 방송에서 그들을 보는 것은 희귀한 일이었다. 심지어 마치 박유천이 볼드모트라도 되는 듯 주인공을 배제한 출연자들의 인터뷰가 연예 프로를 통해 방영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이 비일비재하였다. 

과연 이번에 박유천 사건으로 특집까지 다룬 채널 a가 그간 단 한번만이라도 그룹 jyj 혹은 박유천 그리고 그들이 지난 시간 벌인 지난한 싸움에 대해 언급이라도 한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박유천은 2014년 해무로 신인상을 받으며 수상 소감으로 자신은 그저 노력했을 뿐 자신의 이름을 '기자'들이 찾아주었다고 했지만, 그와 그가 소속된 그룹이 지난한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그들의 노력에 이번 가쉽성 사건만큼 관심을 가졌는지 묻고 싶다. 제일 먼저 보도한 jtbc 뉴스를 비롯한 공중파 뉴스들은 박유천을 비롯한 jyj의 불공정한 처우에 대한 보도를 한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그렇게 언론과 방송이 외면하는 가운데에서도 박유천을 비롯한 jyj 세 사람은 각자 혹은 그룹으로 음악과 드라마, 영화 등의 분야에서 걸출한 활약을 선보였고, 현재 공익으로 방송 활동을 하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중국 인기 챠트에서 존재감을 보이는 성취를 보였다. 하지만, 그런 이들, 혹은 박유천의 노력은, '성폭행'이라는 가쉽성 기사 앞에는 무기력했다. 

물론 최근 우리 사회에서 '성'과 관련된 범죄가 문제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촉각'을 예민하게 건드린 사안임에는 분명하다. 더구나 '공인'을 처신해야 할 '한류 스타'의 성추문이니 더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dna검사 결과가 나온 신안군 사건의 범인도 그 이름이 밝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박유천은 확인도 되지 않은 고소장 접수만으로, 대중들의 손아귀에서 파렴치범이 된 것은 너무 가혹하다. 더구나, 그간 그와 그의 그룹이 지난한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연예계 관례'라는 이름을 빌어 외면했던 언론의 낯 바꾸기는 더더욱 불공정하다. 

더구나 이렇게 한 연예인 개인의 가쉽성 기사에 목을 매는 과정에서, 정작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제반 정치적 사회적 사안들은 무관심의 대상이 일쑤이다. 과연 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반응까지 궁금해 하며, 공공장소인 강남구청까지 카메라를 쳐들고 들어가던 언론이, 사람들의 관심을 호소하며 몇 백일의 고공 농성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저 백주대낯에 사람이 죽어가고, 젊은 청춘들이 다치고, 죽어 나가야 잠시 잠깐 시선을 돌리고, 그 조차도 사연이 길어지면, 세월호처럼 외면하고 심지어 어떤 세력으로 치부해 버리는 그 '관성'의 황색성은 도대체 요지부동이다. 

결국 사안은 소속사의 발표대로 '경찰의 무혐의'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미 피해자는 고소를 취하하며 이 사건이 한 개인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듯 보인다. 하지만, 이미 단 며칠동안 언론과 그 언론이 뿜어내는 가쉽성 기사에 함께 춤춘 네티즌들은 박유천 한 개인을 '범죄자' 이상으로 농단했다. 고소 취하 사실이 보도되자, 마치 성폭행범이 아닌 게 억울하기라도 한듯, 박유천 개인의 실수를 부풀리고, 역시나 또 확인되지 않은 물밑 합의 등으로 루머를 양산할 뿐이다. 이제 그 조차도 아닌 것이 되면, 언론이나 네티즌들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아님 말고'라며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른 만만함 먹잇감을 향해 눈을 돌릴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되어 개인적 모멸감은 물론 그 소위 사람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공인'으로서의 실추된 명예를 떠앉은 박유천에 대한 사과 따위는 없이. 그리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듯 박유천이란 이름 하나 만으로 자신들의 알고 있는 그 '루머'의 이름표를 붙일 것이다. 

by meditator 2016. 6. 15.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