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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종영된 <베이비 시터>에 이어, kbs2는 또 다시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를 편성했다. 김용수 감독의 예술적 미장센으로 화제를 모았던 <베이비 시터>, 하지만 그 제 아무리 김용숙 감독의 독보적 예술은 주연 배우들의 미흡한 연기로 인해 드라마의 완성도를 갉아먹었고, 거기에 4부작=땜빵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한 채 3%대 시청률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베이비 시터>에 이어 다시 한번, 미니 시리즈와 미니 시리즈 사이에, 퐁당퐁당 편성된 <백희가 돌아왔다>는 실험작이었던 <베이비 시터>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작품성과 재미, 그리고 시청률까지 세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더불어, 4부작 드라마는 '땜빵 드라마'라는 오명을 벗고, 드라마 형식의 새 장을 안착시킨다.
<베이비 시터>의 실험, <백희가 돌아왔다>로 안착하다.
<베이비 시터>는 자체의 역량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도 좋지 못했다. 전작 <무림학교>가 웬만해서는 조기 종영 카드를 꺼내지 않는 kbs2에서 결국 20부작을 16부작으로 마무리하는 4~5%의 시청률로 고전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동시간대 상대작들도 sbs의 <육룡이 나르샤>, mbc의 <화려한 유혹>으로 버거운 상대였다. 하지만 비록 낮은 시청률이었지만, '예술주의' 드라마라는 측면에서 <베이비 시터>는 장편 드라마에서는 욕심내기 힘든 시도를 감행했다.
그에 반해, <백희가 돌아왔다>는 전작인 <동네 변호사 조들호>가 동시간대 1위를 고수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작들이 비록 1위라지만 내내 <동네 변호사 조들호>에 밀리다가, <백희가 돌아왔다>에 겨우 0. 몇 프로 내의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몬스터>와 4부작 <백희가 돌아왔다> 조차 버거운 <대박>으로 도토리 키재기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백희가 돌아왔다>의 성취는 그저 동시간대 경쟁작들의 미미한 성과로 퉁치기엔 작품의 깔끔한 만듬새가 돋보였다.
드라마의 시작은 흡사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 <드레스 메이커>를 연상케 한다. 영화 <드레스 메이커> 속 케이트 윈슬렛은 25년전 억울한 사건의 범인으로 쫓겨나다시피 고향을 떠난다. 그랬던 그녀가 이제 화려한 디자이너가 되어 금의환향한다. 마찬가지로 <백희가 돌아왔다>의 백희(강예원 분) 역시 18년전 '빨간 양말'이라는 미성년자 추문 비디오로 인해 도망치다시피 고향을 떠났다가, '홈쇼핑 젓갈 완판 여왕이자 자연요리 연구가 양소희가 되어 고향 섬월도로 돌아온다.
영화 <드레스 메이커>의 케이트 윈슬렛이 다시 돌아온 고향 마을에서 재봉틀 대신 총을 들고 '화려한 복수'를 시작하는 반면, 양소희, 아니 양백희는 조용히 살고 싶어하지만 하나뿐인 딸이자 트러블 메이커인 18살 옥희(진지희 분)로 인해 이야기는 <맘마미아> 식 아빠 찾기로 변화한다.
좋은 배우들,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
여기서 등장한 세 아빠 후보, 우범용(김성오 분), 차종명(최대철 분), 홍두식(인교진 분)와 과거의 백희와, 현재 옥희를 둘러싼 해프닝들은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맘마미아> 이상의 재미를 준다. 1,2회 돌아온 백희, 그리고 과거 천방고 백희파 창단주였던 전설적 인물 백희, 그리고 이제 핏줄이 땡긴 아버지들의 혈육 찾기를 둘러싼 포복절도할 코미디로 달렸던 드라마는 3회, 백희와 범용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사연이 풀어져 가면서 감동적인 순애보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4편 전편에 걸쳐, 옥희의 아빠 찾기라는 흥미로운 미스터리와, '백희를 떠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빨간 양말' 비디오에 얽힌 스릴러가 종합 선물세트처럼 빼곡하게 4편을 채운다.
이렇게 잘 버무려진 연기와 스토리만이 <백희가 돌아왔다>의 다가 아니다. 18년전 일진이었던 백희, 홈쇼핑에 나와 젓갈을 팔지만 고등학교도 채 나오지 못해 '무식'이 들통난 백희지만, 알고보니 18의 나이에 고등학교를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 없게 아이를 가졌고, 그 아이를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미혼모의 의연한 삶이 담겨있다. 거기에 호시탐탐 섬을 떠나 가수의 꿈을 키우려하는 백희를 꼭 빼닮아 천방고 18대 일진이 된 딸 옥희의 아빠 찾기와 숨겨진 엄마 사연을 안 이후의 반응은 18살 나이에 용감하게 딸을 키운 엄마 백희 만큼 당당하다. 미혼모였던 엄마를 부끄러워 하지 않고, 오히려 어떻게든 딸을 위해 도박꾼 남편이라도 붙들고 살려했던 엄마를 대번에 이해하는 당찬 품성을 지닌 것이다.
흔히 숨겨진 출생의 비밀과 그 속에 숨겨진 한 여성의 비극사를 다룬 드라마들이 쉬이 '신파'로 경도되는데 반해, <백희가 돌아왔다>는 감동적인 순애보의 순간에도, 숨겨진 출생의 비밀의 순간에도, 감동의 온도를 '신파'로 휘젓지 않는다. 오히려 내내 도박으로 백희를 괴롭혀 왔던 남편이 18년전 백희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주범이라는 걸 안 이후, 진짜 '백희'가 돌아오며 유쾌, 상쾌, 통쾌한 응징으로 캐릭터의 일관성을 멋들어지게 승화시킨다. 4부의 못다이룬 백희와 범용의 순애보와 나머지 두 아빠의 후일담은 사족 그 이상의 훈훈함으로 드라마를 마무리한다. 그 과정에서 때론 아빠 후보로 갈등하며, 때론 첫사랑을 못잊은 순애보로 쩔쩔매다, 이제 돌아온 백희파로 한 몫을 하는 세 아빠 후보생들의 열연이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백희가 돌아왔다>는 4부작 드라마로 스토리와 재미, 그리고 연기의 삼합을 잘 이루어 10%가 넘는 시청률적 성취를 도달함으로써 땜방 드라마 이상의 가능성을 확고히 했다. 무엇보다 잘 만들기만 한다면 4부작이라는 형식적 한계도, 스타급이 아닌 배우들이 주연을 하더라도, 충분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는 점에서 그 성취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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