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기준 한국의 다이어트 관련 산업은 3조원에 육박한다. 그 '다이어트'의 강박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국내 비만 인구는 오히려 1.6배 늘어났고, 그중 초고도 비만 인구도 2배 넘게 증가했다. 2025년이 되면 인구 17명 중 한 명이 비만이 될꺼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만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비만'과 '비만'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의 부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오죽하면 '비만은 전염병'이며, '비만세' 도입이 현실화되고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여러 시사 프로그램이 '건강' 혹은 '다이어트'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1년 사이 여러 다큐 프로그램들이 이와 관련된 내용을 방영했지만 그 중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것은 <mbc스페셜>과 <sbs스페셜>이다. 이들 다큐는 기존 우리가 건강과 건강 관리에 대해 가졌던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기획을 통해 우리 사회 건강이데올로기의 새 장을 열었다. 첫 포문을 연 것은 sbs였다. 



비만의 주범, 얼굴이 바뀌다.
2015년 9월 <콜레스테롤을 허하라>라는 획기적인 기획으로 기존 건강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렸다. 기존 건강에 대한 상식은 단적으로 '기름진 음식에 대한 극단적 터부'였다. 건강 검진 기록부에 등장하는 총콜레스테롤, HDL, LDL, 중성 지방 등은 비만의 지표였고, 그로 인한 부작용의 증거였다. 하지만, 미국 식생활지침 자문위원회가 콜레스테롤을 우려 목록에서 제외한다는 발표에 근거하여, 이 다큐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과 혈중 콜레스테롤 사이에는 연관이 없음을 주장했다. 그에 따라 그동안 콜레스테롤의 주범으로 몰린 '계란, 버터' 등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유도했다. 
이렇게 포문을 연 SBS에 맞대응한 것은 11월 <MBC스페셜-채식의 두 얼굴>이다. 역시나 비만을 피하기 위해 선호되는 '채식'에 대해 '건강식'이 아니며 오히려 몸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주장을 방영했다. 
이렇게 기존의 건강관에 의문을 제기한 다큐는 2016년 4월 <SBS스페셜-설탕 전쟁>과 마찬가지로 4월에 방영한 <MBC스페셜-밥상을 뒤집다. 탄수화물의 경고>로 이어지면, 기존 비만의 주범이라 여겨졌던 콜레스테롤 등 대신 '탄수화물'과 '당'이라는 새로운 주범을 찾아냈다. 이들 다큐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비만의 원인은 바로 혈중에서 지방으로 전환되는 '당'에 있다고 지적한다. 즉 우리가 '과다'하게 섭취하는 당은 몸안에서 뇌와 에너지를 위해 쓰여지는 약간의 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방이나 콜레스테롤로 바뀌는데, 이 과정에서 과중한 '당'의 섭취를 소화해 내기 위해 과도한 인슐린 분비 등의 몸의 호르몬 체계가 무너지고, 그 결과 당뇨 등의 합병증이 생겨난다고 이들 다큐는 밝히고 있다. 즉 그동안 우리가 알던 비만의 주범, 그 얼굴이 바뀌는 순간이다.  



호르몬이 문제라는데
다큐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지난 7월 방영된 <SBS스페셜-다이어트의 종말, 마인드 풀 이팅>은 호르몬에 집중한다. 즉 과도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몸의 호르몬 체계를 파괴하여 제 아무리 식단을 조절해도 살이 찌는 최악의 요요를 불러오며, 결국 자신의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신체의 균형을 맞춰가는 호르몬 조절 다이어트를 주장한다. 이런 몸의 균형, 나아가 먹는 것 자체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한 SBS와 달리, 지난 19일에 이어 26일 방영된 < MBC스페셜-밥상 상식을 뒤집다, 지방의 누명 1,2부>는 역시나 파괴된 호르몬 체계를 되돌리는 다이어트 방식으로 '고지방 식이요법'을 주장한다. 

이 다큐가 주장하고 있는 다이어트 방식은 스웨덴 국민 20%가 실천하고 있다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식(LCHF)이다. 즉 몸에서 지방으로 축적되는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제한하거나 먹지 않고, 그 반대로 유일하게 먹어도 혈당이 변화하지 않는 지방을 통해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는 것이다. 이 다이어트의 장점은 그간 '다이어트'라면 굶거나 식단을 조절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동반했던 것과 달리,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것 외에는, 버터를 듬뿍 넣어 고기를 볶고, 국에 치즈를 더하는 등 포만감을 충족시키는 다이어트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1년간 양 방송사를 통해 방여되었던 다큐는 그간 우리 사회에서 신봉시되었던 콜레스테롤에 대한 신앙에 대한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비만의 원인에 대한 새로운 조명,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서의 몸의 균형, 호르몬의 균형과 조절을 내걸며, 탄수화물이나, 지방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고하고자 한다. 



백가쟁명의 귀결점, 그 아쉬움
이를 위해 다큐는 문제를 제기하고, 이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 해결책에 의거하여 비만한 사례자들의 다이어트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 제기 방식이 옳았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한결같은 방식을 전파한다. 심지어 <밥상을 뒤집다>는 그간 신봉되어왔던 심장병 발병 원인 데이터가 편의적 결과물이었음을 밝히고, <콜레스테롤을 허하라>는 세계적 의약품 1,2위를 다투는 심장병약 스타딘의 음모론을 제시하며 기존의 '건강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짚는다. 

문제 제기와 해결책 제시, 그 해결책에 따른 사례자의 성공이라는 방식을 공통적으로 답보하는 건강 다큐들이 이제 도달한 '호르몬 균형 및 조절'을 위한 심리 치료나 고지방식이라는 지점은 신선하지만, 그 역시 되돌아 보면 또 다른 다이어트의 도정이다. '콜레스테롤을 허라라'라는 문제 제기에서부터 '고지방식'까지 불과 1년의 과정에서 의견은 일취월장하고, 그 해결책은 '백가쟁명'이다. 어찌보면 건강한 문제 제기이지만, 하버드식 건강 식단에서부터, 호르몬 조절 요업, 그리고 이제 고기를 기름에 찍어먹는 과격한 고지방식까지 저마다 유일한 해법인 양 제시하는 것들이 완벽한 마침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날씬한 건강'을 원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건강 요법'을 제시하는 다이어트가 등장할 때마다 솔깃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드는 의문점, 결국 문제는 탄수화물, 혹은 당의 과도한 섭취로 인한 비만이라는데, 과연 그간 우리가 알아왔던 풍족한 식생활과 그로 인한 비만을 '탄수화물'탓으로만 돌리는 것이 옳을까?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년에 고기 한 두번이나 먹을까 말까 하던 식생활이 상다리가 부러지게 떡 벌어진 진수성찬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탄수화물' 탓이라는 지적은 어쩐지 자가당착이란 물음표가 뒤따른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사나바의 원시인을 운운하기 전에, 무엇을 먹더라도 '과잉'이 된 현대인의 딜레마가 문제가 아닌 건지. 

뿐만 아니라, <지방의 누명> 등에서 제시된 새로운 식이요법의 방식도 그렇다. 추어탕에 밥 대신 집어넣는 치즈 몇 장, 그리고 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녹아내리는 버터 등, 외국에서 실용화되고 있는 식재료들을 '다이어트'의 명약인 양 보여주는 그 '무신경'이 안타깝다. 최근에야 우리에게 알려진 카카오닙스니 코코넛오일에서 부터, 브로콜리, 버터, 치즈 등, 우리 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건 들기름 밖에 없다. 우리 조상들이 먹던 먹거리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 식재료들이 오늘의 비만을 구하는 전도사들이라니, 어쩐지 또 따른 '황제 다이어트'를 보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담론, 그것을 발빠르게 소개해야 하는 사명감, 그리고 그에 발맞춰 변화하는 검색어, 하지만 이제 추어탕에 치즈를 넣어먹는 방식을 권장하는 기괴한 만병통치식 식이요법 대신,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가 쉬이 찾을 수 있는 것들에서 건강의 전도사를 찾아봄이 어떨까? 스웨덴이나, 미국의 명성에 기대기전에. 


by meditator 2016. 9. 27. 1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