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의 외연은 확장 중이다.

처음에 '핸드폰, 텔레비젼, 컴퓨터 없이 살기'로 시작해서, '자동차없이 살기', '돈없이 살기' 등의 ~없이 살기로 시작된 미션은 '산지 음식만 먹고 살기'를 넘어 '진짜 친구 찾기'란 미션으로 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처음 ~없이 살기란 부정적 미션을 앞에 내걸은 <인간의 조건>이 그로 인해 캠페인성 성격은 분명하게 드러냈지만, 제한된 미션 영역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운명 자체가 시한부가 아니겠느냐는 중론이 일었을 때, <인간의 조건>은 과감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미션 '산지 음식만 먹고 살기'로 '건강한 먹방'의 신세계를 도출해 냈다.

즉, 그저 맛있게 먹어대는 것이 '먹방'이 아니라 - 도무지 어디서 만들어 졌는지, 어떤 원료로 만들어 졌는지 정체 불명의 음식이 아니라, 믿고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진 것이 진짜 맛있게 먹기 위한 - 전제 조건이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그저 서로 먹어대기 급급했던 '먹방' 경쟁에 일침을 놓았달까.

이런 산지 음식만으로 먹고 살기를 통한 건강한 먹방을 만들어 냄으로써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이, <인간의 조건>이란 프로그램이 꼭 ~없이 살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내었었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자신감으로 한 발 더 나아가, 어쩌면 어느 프로그래에선가 보았던 것같은 상투적인 듯한, 하지만 사실은 막연하기도 한 '진짜 친구 찾기'란 미션이 부여되었다.

 

 

(사진; 매일경제)

 

그런데 지금까지 그래왔듯 <인간의 조건>의 친구 찾기 미션이 다른 프로그램에서 꽤나 보았던 그 친구찾기인데도 색다른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은 지금까지 늘 <인간의 조건>이란 프로그램이 주어진 미션의 영역을 넘어 늘 진지하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질문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핸드폰, 텔레비젼, 컴퓨터 없이 살기란 미션에서 부터 그랬다. 문명의 이기를 없앤 불편함도 불편함이었지만, 오히려 그를 통해 문명에 길들여진 삶을 들여다 보는 반사 효과가 더 컸었다. 그리고 거기서 시작된 '아날로그적 삶'의 온기는 '자동차 없이 살기'를 통해 더더욱 확산되어 갔다.

문명의 이기가 없어진 순간 삶은 불편해 지지만 예상 외로 소박해진 삶 속에서 잃어가고 있던 인간 본래의 모습을 잠시나마 되찾게 되는 시간을 함께 누리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거리를 걷다 문득 눈물을 흘리던 김준현의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조차 낯설지 않게.

'돈없이 살기' 역시 마찬가지다. 어찌보면 자신의 직업을 통해 먹고 사는 방법을 빼앗는 어거지 미션 같아 보였지만, 그 과정을 통해 힘들고 지겨워졌을 자신들의 직업이 얼마나 많은 것을 제공해 주는가를 역으로 깨닫는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100인의 입술 도장을 받아내야 하는 우격다짐 친구찾기가 또 어떤 깨달음을 줄까 자연스레 궁금해 지는 것이다.

 

(사진; tv리포트)

 

그런데 벌써'진짜 친구 찾기'란 미션이 주어진 1회 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친구'에 대한 많은 물음표를 던진다.

진짜 친구를 찾으라니까, 진짜 친구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란 질문을 꼼꼼한 박성호는 스스로에게 던진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일생을 쭈욱 적어보고, 시기별로 진짜 친구들의 목록을 작성해 본다. 그에 반해 친구가 진~짜 많다는 김준호는 명쾌하게, 진~짜 친한 친구, 친한 친구, 그저 친구의 영역이 분류되어 있다. 이렇게 멤버 별로 진짜 친구에 대해 다르게 접근해 가는 모습 자체 만으로도 '친구'에 대한 화두는 충분히 제시되기 시작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친구를 찾으라니까 다들 어릴 적 친구를 찾느라 연연한다. 심지어 허경환은 멤버들은 사회 생활로 만난 것이니 친구가 아니라는 뉘앙스까지 풍긴다. 그러면서, 박성호가 누굴 찾지 하니까 이구동성으로 그의 매니저 '준석'을 불러댄다. 옆사람의 속사정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친구를 찾으라니까 일년 가야 한번 볼까말까한 사람들과 연락하느라 쩔쩔매는 아이러니라니!

물론 이 미션을 통해 그간 연락이 안되는 추억의 친구도 만나게 되고, 소원했던 친구와의 오해도 풀어가겠지만, 언제나 그랬듯 어쩌면 이번 친구 찾기의 여정도 저 멀리 돌고 돌아, 결국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깨닫는 소박한 삶의 철학으로 귀결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건 착각일까?

by meditator 2013. 5. 26.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