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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기준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전세계 540만 명을 넘었다. 아직도 '코로나 팬데믹'의 파고는 끝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코로나와 같은 '야생'으로 부터 인간을 급습한 인수공동 감염병이 여기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중국 윈난성이 온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곳에 서식하는 박쥐 배설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일치하는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 바이러스, 그 시작을 제공한 건 바로 윈난성의 박쥐였다.
박쥐 때문? 아니 인간 때문
그런데, 우리가 주목한 건 여기까지였다. 윈난성의 박쥐가 코로나를 퍼뜨렸다. 그런데 왜? 야생의 동굴 속에서 서식하는 박쥐가 전세계인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릴까?
윈난성의 시장 토막난 박쥐들이 요리로 한창 만들어지는 중이다. 모든 것을 요리로 만드는 중국인들, 박쥐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중국인들의 식습관 때문일까? 중국인들이 박쥐를 먹어서? 물론 안먹은 건 아니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설명하는 건 또 하나의 '오리엔탈리즘'일 수 있다. 오히려 그보다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 ebs다큐프라임- 여섯 번째 멸종 5부 멸종위기종 인류>는 말한다.
포츠담 기후영향 연구소는 20세기 초부터 기후학적 조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더워진 지구가 박쥐의 서식지를 넓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남아시아에서 낙엽활엽수림과 사바나 지역까지 서식지를 옮겨간 박쥐는 그곳의 야생 동물과 접촉하며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 에볼라 등 300여 종의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상하는 건 박쥐만이 아니다. 브라질 임산부들이 소두증 아이를 출산해서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지카 바이러스는 우간다가 고향이다. 우간다가 고향인 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건 흰줄숲모기이다. 이 모시 역시 온난화로 북상 전세계로 퍼져나가며 지카 바이러스를 비롯, 댕기열, 황열병 등을 옮기고 있다. 비행기바퀴에 알을 낳고, 화물을 통해 옮겨지는 모기 알, 2019년 우리나라 영종도 인근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더워진 지구,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인도에는 니파 바이러스가 퍼져 엎친데 덮친 격이 되었다. 1998년 말레이시아 니파에서 시작된 니파 바이러스 역시 나무 열매와 꽃을 먹고사는 과일 박쥐가 숙주이다.
깊은 숲속에 사는 과일 박쥐, 하지만 인간이 숲을 농지로 만들고, 산림을 마구잡이로 벌채하며 박쥐가 사는 곳과 사람이 사는 곳의 경계가 무너졌다. 박쥐만이 아니다. 박쥐로 부터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대표적인 중간 숙주가 '천산갑'이다. 멸종위기종 천산갑, 그런데 이 천산갑이 '스태미너식'이라는 이유로 전세계에서 빈번한 밀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비늘은 약재로 쓰인다. 인간이 자처해서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온난화로, 그리고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동물들의 지리적 분포가 변화되고 있다. 인류에 해로운 병원체를 가진 바이러스가 무차별적인 종간 이동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신음하고 전세계, 하지만 언제라도 또 다른 코로나가 우릴 찾아올 수 있다.
폭주하는 지구
다큐는 환경주의자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멸종>을 주목한다. 2021년 발간 전세계적으로 경종을 울린 이 책은 기후가 1도씩 오를 때마다 지구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가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지구의 온도가 1도 오르면 가뭄이 지속되고 사막화가 진행된다. 그로 인해 일부 동식물이 멸종된다. 2도가 오르면 기후 시스템이 붕괴되고 대홍수, 대가뭄이 빈번해지고 그린란드가 녹기 시작한다. 3도가 오르면 강력한 허리케인이 등장하고 식량 생산이 급감하며 지구의 심장인 아마존 우림지대가 파괴된다. 4도가 오르면 남극 빙하와 시베리아 동토층이 녹아내리고 기후 재난으로 인한 이재민들이 넘쳐난다 등등.
마크 라이러스는 말한다.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에 대해, '숙제 좀 안한다고 큰 일이 날까?' 이런 식으로 대응한다고. 사람들이 안한 숙제는 어떤 결과를 낳고 있을까?
실제 2021년 독일은 사상 최악의 홍수를 겪었다. 러시아 남부의 가뭄은 해마다 악화일로이다. 호주의 산불은 우리나라 보다 넓은 면적을 폐허로 만들었다. 가뭄, 홍수, 산불 등 예측한 속도보다 더 폭주하며 지구가 변하고 있는 중이다.
러시아 야쿠티아는 영하 50도 아래로 내려가는 시베리아 동토층이다. 그런데 올여름 내내 건조한 날씨에 기온이 42도까지 오르며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잦은 폭염과 건조한 날씨, 동토층은 점점 녹고 있다. 동토층의 해빙은 지형을 변화시킨다. 깊이 100m, 길이 1km에 이르는 거대한 싱크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62년에는 그저 골짜기에 불과했던 이 곳이 불과 20년 사이 3배 이상 커져버렸다.
문제는 수만년 동안 얼었던 곳이 녹아내리며 빙하기 때 멸종된 코뿔소, 매머드 등그 속에 잠들어 있던 오래된 생물들이 귀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연구소는 시베리아에서 3만년된 피토 바이러스 시베리쿰을 발견했다. 인플루엔자의 70배가 넘는 위력을 가진 '자이언트 바이러스'이다.
실제 방목 중이던 순록들이 감염된 탄저균이 유목민에게 옮고, 이로 인해 사망자가 났다. 시베리아에 탄저균이라니! 오래된 영구 동토층에 얼려있던 탄저균이 이상 기온으로 인해 물과 흙으로 그리고 이걸 먹은 순록에서 인간으로 전염된 것이다. 동토층이 녹는다는 건 그저 얼어버린 땅이 녹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이 지구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히고 있다는 것이다.
IPCC(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의 지구 환경 보고서에 다르면 지난 2000년간 지구의 온도가 1도 가량 상승했다고 한다. 겨우 1도? 하지만 지난 만년간 지구의 온도 변화는 1도 미만이었다. 화석 연료의 무분별한 사용과 발전, 인간의 문명이 낳은 재앙이 폭주하고 있는 중이다. 매년 수만 종의 동물들이 멸종하고 있다. 과연 '숙제를 미루고 있는' 인간종의 미래는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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