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정치연합의 윤후덕 의원의 로스쿨 출신의 딸의 대기업 취업 청탁이 이슈가 되었다. 윤의원만이 아니다. <pd 수첩>이 찾아본 사례에 따르면 여당 의원, 장관, 대법원 등 정가와 법조계 등 다양한 곳의 명사들이 로스쿨 출신 자신들의 자녀들을 자신의 '인맥'을 통해 '취업'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네이버의 경우, 지난 해 5월 인턴으로 뽑혔던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의 딸을 같은 해 11월 변호사로 정식 채용했다. 그 과정에서 변호사 채용 공고는 없었다. 네이버는 자신들이 채용한 변호사가 이주영 의원의 딸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이의원의 딸이 채용되는 그 시점에 네이버와 이주영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있던 해양 수산부 사이에 '해양 수산 콘텐츠 공동 활용'에 대한 포괄적 업무 협약(MOU)를 체결했다. 이외에도,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의 아들 역시 2013년 정부 법무 공단에 특혜 채용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로스쿨, 개천의 용인가? 희망의 덫인가?


현대판 음서 제도 로스쿨

불거진 몇몇 의원 자녀들의 취업 특혜는 어쩌면 로스쿨 제도가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우리 사회 가진 자들의 계층 아니 이제는 계급이 되어가는 에스컬레이션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 할 수 있다. <PD 수첩>은 왜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 제도'가 되어가는지, 그 입학과 졸업의 전 과정을 샅샅이 훑어본다. 


아이러니하게도 로스쿨 제도를 추진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이다. 2009년 사법 개혁의 차원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을 전문성 있는 변호사로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늘날 일반 대학원의 두배인 연간 2000만원의 등록금을 내야 갈 수 있는 로스쿨은 로스쿨이 주장하는 바 다양한 장학금 등의 제도에도 불구하고,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제도가 되어가고 있다.


입학 과정에서의 진입 장벽은 비단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다. 경제적 장벽을 감수하고 로스쿨에 지원하는 학생들, 그들 대부분의 성적은 로스쿨의 기대치에 맞춰 비슷한 수준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비슷한 성적 수준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결국 당락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은 '면접'과 자기 소개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과정에서 각 개인이 가진 배경, 집안, 인맥 등이 로스쿨 당락의 주요 요인으로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PD수첩>은 밝힌다. 심지어 아버지가 교수로 있는 학교에 아들이 입학을 하는 '로사부일체'의 웃지 못할 사례로 비일비재하다. 성적이 안되더라도 유력한 인물이 자녀를 거부라는 건 불가항력이다. 


로스쿨, 개천의 용인가? 희망의 덫인가?


'금수저'만이 아니다. 실제 서울 지역에 위치한 로스쿨의 경우, 대부분이 이른바 SKY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서울 지역 로스쿨 학생들의 거주 지역을 보면, 강남 3구가 다수를 차지한다. 높은 등록금, 불평등한 입학 사정 제도는 결국, 가진 자들의 계층 상승 과정으로서 로스쿨 제도를 안착시킨다. 


입학 이후에는 더더욱 문제가 된다. 상대 평가 중심의 평가 제도, 그리고 평가를 로스쿨이 책임지기에 절대적일 수 밖에 없는 교수의 권한 속에서, 입학 과정에서의 불평등은 오히려 확산되거나 양산된다. 교수의 자녀는 순탄하게 변호사를 따고 유력한 로펌에 취업을 하게 되고, 심지어 유력한 인사의 자녀는 로스쿨 1년차에 벌써 취업이 결정되어 버리는 웃지 못할 사례도 생겨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네이버와 해양 수산부의 업무 협약에서도 보여지듯이, 거대 로펌의 경우, 앞날을 위한 '보험'의 성격으로 대기업 자녀라든가, 고위 공직자, 고위 검사의 자녀는 없는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받아들에게 되는 것이다. 


로스쿨, 개천의 용인가? 희망의 덫인가?


로스쿨 관계자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 제도'의 오명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입학에서 부터 교육 과정, 그리고 이후 졸업과 변호사 자격 취득, 취업에 이르기까지, '음서 제도'로 오인받을 수 있는 여러 제도적 헛점들을 가지고 있고, 이것들을 애써 해명하거나 개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한에서 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된다면, 변호사, 검사, 판사 등 법률적 직위들은 그간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 '계층 사다리'의 최소한의 가능성마저 걷어차여진 채, 철저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것이라는 것이 22일 <로스쿨, 개천의 용인가, 희망의 덫인가>의 결론이다. 


하지만, <PD수첩>의 결론에 더더욱 암울한 것은 로스불의 개혁만으로 쉬이 개선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현실이다. <PD수첩>이 암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법 시험의 존치론은, 결국 왜곡된 결과를 낳게 되었지만 이미 노무현 정부시절 그 이전부터, 이미 계층 상승 사다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법률 마피아라는 패권 세력을 양산하는 주요한 통로이기도 했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스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경제적 부담을 지고, 상대적으로 덜 금수저들의 음서 제도로서의 역할을 한다지만, 이미 우리나라 사시 합격자의 대다수가 또 다른 '금수저'들이라는 것은 통계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미 대학 입학자, 그리고 그중 이른바 명문이라는 SKY 합격자의 상당수가 강남 3구와, 이른바 명문이라 불리워지는 학교들 출신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로스쿨은 이미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고착된 계급 구조의 일각을 일깨워 준 것에 불과한 것일 지도 모른다. 그것은 사법 개혁으로 시작된 로스쿨 제도가 결국 가진 자들의 음서 제도로 귀결된 현실이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5. 9. 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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