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놓친 축구 유망주들에게 다시금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화제가 되었던 청춘 fc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또 한 편의 '청춘' 프로그램이 찾아왔다. 앞서 청춘 fc의 화제성을 이어받기라도 하듯, 이번에는 청춘 익스프레스다. 청춘 fc가 꿈을 다시 찾아주겠다고 했다면 이번엔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겠단다. 이삿짐이라도 날라주며 그들의 짐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그렇게 한바탕  이사 소동극을 벌이고 난 11시 50분이 되면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 2015가 찾아온다. 역시나 여기도 청춘, 그러나 꿈을 위해 유보된 삶을 사는 청춘답지 않은 청춘에 대한 이야. 이번 회는 2014 극본 공모 우수작, <노량진 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로 노량진 고시촌을 배경으로 유예된 삶을 사는 공무원 준비생과 시한부 삶을 사는 스무 살 청춘의 짦은 만남을 그린다다.  tv는 열심히 애써 이 시대 삼포, 오포 세대라 불려지는 청춘의 고통을 이해가고 함께 나누려고 한다.

 

 

 

 

청춘 익스프레스- 과연 이삿짐으로 청춘의 짐이 덜어질지는 미지수?

마치 청춘 fc의 계보라도 잇는 듯 청춘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3부작 <청춘 익스프레스>청춘은 청춘 fc를 보며 기대했던 그런 청춘이 아니다. 심지어 방송의 양식조차도 리얼 버라이어티와 시트콤을 합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청춘 익스프레스>는 이삿짐을 날라주는 일반인들을 어거지로 '청춘'에 끼워 맞추며 이 프로그램이 청춘을 위한 위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가진 것을 드러내려 한다.


하지만, 무안하게도 방송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방송에 출연한 성규, 김뢰하, 윤다훈, 유민상 연예인들의 시트콤스러운 해프닝일 뿐이었다. 이삿짐 센터를 차려놓고 이사의 어려움을 겪는 청춘들을 '이사'을 도와 위로한다 하지만, 막상 방송에서는 그 '위로'가 잘 느껴지지 않거나, 굳이 위로를 해야 할까?라는 의문조차도 느끼게 만든다.


'청춘'으로 등장한 모델 김경진, 그녀는 20대 중국에서 잘 나가던 모델이었지만, 이어진 활동의 어려움, 과도한 체중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래서 몇 달 만에 체중을 23kg이나 감량한 그녀는, 이사와 함께 허슬 대회에 출전하는 등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위로받아야 할 청춘에 방점이 찍혀야 할 방송은 그런 그녀의 사연을 밑밥으로 깔고, 허슬 마니아 대회에 출전하는 미모의 모델에 집중한다. 허슬 마니아 운동복 차림으로 등장한 그녀는 다짜고짜 이삿짐을 도와주러 온 김뢰하 등에게 운동을 가르치는가 싶더니, 운동을 한답시고 해체할 침대에 앉아 민만한 포즈를 연출한다. 그런가 하면 다이어트를 거부하겠다는 유민상에게 다가가 배를 드러내며 무언가를 발라준다. 이 상황을 남녀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논란이 될 정황이지만 방송은 여과없이 여자 모델이 민망해 하는 유민상의 배를 문지르는 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낸다. 이어 일을 해야 하는 연예인들에게 음식을 해준다, 동료들이 찾아와 그녀의 짐 중에 맘에 드는 걸 가져간다 한바탕 소란을 벌인 끝에, 이날 이삿짐 도우미의 마지막은 김경진의 허슬 운동복 런어웨이로 마무리된다.


어려움을 겪는 청춘을 조금이라도 돕겠다며 이삿짐이라도 날라주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시트콤과 리얼 버라이어티의 아직은 어색한 동거가 과연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청춘'의 위로인지, 아니면 위로를 빌미로 삼아 새로운 예능을 시도해 보겠다는 것인지 첫 회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연 거실까지 딸린 화려한 인테이어의 모델이 이사를 도와야 할 '청춘'인지에 대해서도 역시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굳이 왜 청춘을 위로하는데 '이사'가 필요한 지 첫 회 <청춘 익스프레스>는 설득해내지 못한다.


 

 


소나기같은 만남을 통한 유예된 삶의 위로- <노량진 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이하 노량진 역....)>

시한부의 삶을 사는 소녀와의  꿈같은 만남은 일찌기 황순원의 <소나기> 이래 고전적인 러브 스토리의 클리셰다. 10월 31일의 드라마 스페셜은 이 고전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노량진 고시 학원이라는 현재성을 통해 부활시킨다.


공무원 고시 4년차의 모희준(봉태규 분)은 이번에도 1점 차로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다.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그는 노량진 철교 위에 올라가 눈물의 노래를 이를 악물고 부르는데, 유하(하승리 분)가 나타나 그 절망의 틈을 파고들어 버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우연한 만남, 다짜고짜 '아저씨'라 부르며 들이대는 그녀는 얼마 남지 않은 시험에, 그리고 오랜 고시생 생활에 찌들어 가는 그를 다른 세계로 불러낸다. 짜증내고 외면했지만 어느새 유하의 부름에 함께 공원을 거닐며 사진을 찍던 희준, 하지만 결국 두 달 도 채 남지 않은 시험이 두 사람을 멀어지게 한다.


시험에 합격한 희준은 유하를 찾지만, 찰라의 사랑 이야기가 그렇듯 유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노량진 역에는...>은 이런 뻔한 사랑의 클리셰를 현실의 유예된 청춘의 삶에 대한 위로로 인도한다. 불현듯 희준의 삶으로 뛰어 들어온 유하, 희준은 그녀를 앞날이 창창한 철모르는 갓 스무 살로 치부하고, 남들처럼 살기 위해 그녀를 외면해 버리지만, 그녀의 죽음 앞에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새롭게 바라본다. 시한부의 삶을 행복하게 마감하기 위해 '카르페디엠'을 외치며 노력하던 그녀를 통해, 지우고 싶기만 했던 노량진에서의 시간을 '헛되지만은 않은' 자신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부모님이 지워 준 '남들과 같은' 삶을 위해 놓친 것들의 소중함을 복기한다. '소나기'같은 비극의 사랑은, 유예된 청춘의 자기 정립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유하를 위해 보내는 마지막 희준의 인사, 시험 축하를 위해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노력을 해도 안되는 것이 있다며 부르짖는 희준의 모습에 '울컥 공감을 하면서도', 어쩐지 '위로'가 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드라마 스페셜은 지난 주 <짝퉁 패밀리>에 이어, <노량진 역에는...>을 통해 꿈이 유예된 청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과연 희준이 이번에도 공무원 시험에 떨다면? 혹은 <짝퉁 패밀리>의 은수(이하나 분)가 엄마의 돈마저 잃고 제주도에도 갈 수 없어다면 처럼, 우연처럼 찾아든 행운이 없었다면? 과연 이들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위로'가 유효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노량진 역에는...> 에서 같이 공부를 하던 윤철(김정운 분) 앞에 섣부른 위로를 하다 입을 다물고 마는 희준의 민망함을 보는 내내 떨칠 수 없다.


환타지처럼 가족을 다 버리고 제주도에서의 꿈같은 1년이나, 4년만에 그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에의 합격은 또 다른 '희망 고문'이 아니라,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이는 <청춘 fc>가 '위로'와 '희망 고문'의 달레마에 놓여있던 것과 궤를 함께 한다. 어쩌면 현실의 사회가 할 수 없는 위로를 드라마나 예능이 무슨 수로 그 이상을 할 수 있겠는가 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소재'를 넘어선 마음만의 위로라도 조금은 더 '천착'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by meditator 2015. 11. 1.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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