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방', 섣부르거나, 혹은 버거운
하지만 발빠른 트렌드의 선점에도 불구하고 '집방'은 쉬이 '먹방'같은 붐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것은 '불황'과 '실업', '비정규직'와 가족 해체의 시대를 섣부르게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헤아리려 한 탓이 클 것이다. 즉 2인 가구중 저소득층 비율이 10%를 상위하는 반면, 1인 가구 중 저소득층은 45%에 육박한다. 즉, 1인가구는 늘어났지만, 그 과반에 해당하는 층이 저소득층으로 '집방'에 집을 열만한 여유가 없는 계층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연령별로 2~30대 1인가구가 직장에 따른 이른바 '싱글족'에 해당한다지만, 그들 중 상당수가 불안정한 고용으로 '집방'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현실이다. 심지어 저소득층 1인 가구 중 60% 이상이 60대 이상의 노인 1인 가구라는 점에서, 이 시대의 1인 가구, 집방'을 섣부른 '장미빛' 환타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지난 해까지 주류를 이루던 '먹방'이 혼자 고시원에서 '먹방'을 보며 위로를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면, 최근 조장하고 있는 '집방'은 1인 가구 중 아직은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경제적 안정을 누리는 젊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구매성' 상품이기에 쉬이 '호응'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말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한 셀프 인테리어지, jtbc의 <헌집 줄게 새집다오>나, tvn의 <내방의 품격>이나, 결국은 집을 멋지게 꾸미기 위해서는 멋지게 보일 무언가를 사들여야 한다는데, 이 프로그램들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심지어, 집을 위해 꾸미는 제품들은, 우리가 '먹방'을 위해 슈퍼에 가서 구입하는 계란 한 줄 정도와는 상대가 안되는 가격이라는 것이다. 2014년 12월 문을 연 세계적 홈 퍼니싱 브랜드 '이케아'같은 경우, 개장 100일 만에 누적 방문객 22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정작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이케아' 식으로 만들어진, 실제 이케아 가격에 몇 분에 일에 해당하는 가격의 모조품이다. 즉, 예능 프로그램은 100만원 한도내에서 방을 꾸민다 하고, 명품을 그래도 싼 가격에 사서 집을 꾸몄다고 하지만, 만원짜리 이케아 모조품이 유행하는 세태엔 '가랑이 찢어지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스테디셀러 '가족' 예능
쉬이 붐을 타지 못하는 '집방', 그리고 이제 한 고비를 넘긴 '먹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꾸준한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은 '가족 예능'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삼둥이'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추사랑, 서언, 서준에 뒤를 이어 '대박'이를 비롯한 이동국네 자녀들이 인기의 바통을 이어가고, 거기에 기태영, 유진의 아기가 합류함으로써 자칫 느슨해질 수도 있는 흐름을 바투 잡는다.
그런가 하면, 새롭게 선보인 가족 예능도 있다. 매주 목요일 밤 11시10분 mbc를 통해 방영되는 <위대한 유산> 역시 가족 예능의 새로운 버전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4년 방영된 역시나 mbc 예능 <사남일녀>의 또 다른 버전이다. <위대한 유산>에 출연 중인 mc그리의 아버지인 김구라의 첫 리얼리티 예능이었던 <사남일녀>는 김구라, 서장훈, 김재원, 이하늬, 김민종등의 연예인을 '가상 가족'을 꾸려 부모님이 계신 시골에서 생활하게 했던 프로그램이었다.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채 19부로 조용히 마무리된 이 프로그램이, 아동 버전으로 새로이 등장한 것이 바로 <위대한 유산>이다. 김구라의 아들 mc 그리를 비롯하여 고 최진실의 아들 최환희, 홍성흔의 자녀 홍화리, 홍화철, 현주엽의 자녀 현준희, 현준욱이 함께 모여 가상의 남매가 되어 '가족'으로 울고 웃고 부대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물론 처음부터 <위대한 유산>이 이런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처음엔 김태원이 그의 '자폐'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등, 평소 적조했던 연예인 가족들의 동행 프로그램이었던 이 프로그램은, 반응이 여의치 않자, 트렌디 콘텐츠인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들을 '가상의 가족' 코스프레를 하게 만들며, 거기서 빚어지는 불협화음을 예능의 대상으로 삼았다. 심지어, 아직도 그 아픔이 먼저 떠올려지는 고 최진실의 아들 환희의 속내마저 예능의 내용이 되었다.
또한 시청률과 무관하게 화제를 끌고 있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은 tv 조선의 <엄마가 뭐길래>이다. 10대 자녀와 엄마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관찰 리얼리티 예능으로 새로이 등장한 이 프로그램은, 매회 10대가 되도록 한국어로 대화조차 못하는 최민수의 자녀들이나, '자식이 원수'인지, '부모가 원수'인지 매회 새로운 갈등을 빚어내는 조혜련네 식구들로 인해, ''노이즈 마케팅'을 톡톡히 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대놓고 쇼윈도우 부부 행세를 해서 오히려 화제가 된 김숙 윤정수 부부의 <최고의 사랑>이나, 애견 프로그램인 듯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60일 바라보는 주병진의 가족 만들기인 < 개밥 주는 남자>도 동물 예능보다는, '가족 예능'의 또 다른 변형으로 보여진다.
2015년 가장 화제가 되었던 <삼시 세끼> 만제도 편이 인기있는 이유 중 하나는 차승원, 유해진의 가상 부부 코스프레와, 손호준, 그리고 동물까지 어우러진 '가족'연하는 분위기에 있다. 또한 결국은 '남편 찾기'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응답하라 1988>을 이끈 것은 '쌍문동 골몰길'의 가족 공동체였다. 그렇게 2015년 우리를 울리고 웃긴 것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족'이었다. 그리고 2016년, 예능은 여전히 그 '가족'을 다른 버전으로 끌어 가고자 한다. 거기엔 여전히 보호해야 할 아이들과, 서로 막말을 해도 되돌아 서면 보다듬을 수 밖에 없는 부모와 자식, 심지어 개, 그리고 부부가 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족'이란 이름 앞에서 서로 부등켜 안는 존재들인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유산>이 유치원생에서 부터 10대까지 아동, 청소년들을 모아놓고, 가상의 가족 공동체를 만들려 애쓰는 그 시간, , jtbc <썰전>은 최근 벌어진 부천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을 다루었다. 가부장적이지만 자신의 감정조차도 조절할 수 없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에게 스톨홀름 증후군처럼 얽매인 어머니, 그 사이에서 죽어간 아이, <썰전>은 말한다. 아이의 학대와 방치가 언론에서 이슈화시키듯 계모와 계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보다, 친부모에 의해 벌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장관까지 나서서 재발 방지를 장담하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눈물 콧물을 쏙 빼고, 하하 호호 거리며 '가족'이 최고라는 tv, 하지만 현실에서는 붕괴되는 '가족', 결국은 스테디 셀러인 가족 예능은 이 시대 사라져 가는 '가족'에 대한 '노스탤지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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