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발매된 아이유의 앨범 <chat-shire>와 관련된 뜨거운 논쟁이 이제 한 고비를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당사자 아이유도 사과를 했고, 아이유 앨범의 곡 제제와 관련되어 이의를 제기했던 출판사 동녁도 자신들의 생각이 짧았음을 사과했다. 이 일련의 사태를 시작한 당사자와, 관련자가 사과를 했고, 포털에 넘쳐나던 아이유와 관련된 많은 게시글들도 한 풀 꺾여가기 시작한 모양새다. 이 시점에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 내는 것은 무리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글은 아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솔직히 아이유의 소속사 '로엔'의 주식이 여전히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고, 당사자 아이유가 더 이상 '로리' 컨셉을 자신의 영업 전략으로 쓸 수 없는 건 당사자들의 문제가 생각한다. 아이유가 그가 이번 앨범에서 주장하듯이 진짜 아티스트라면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터이고, 대기획사 로엔은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낼 테니까. 오히려 불쾌하다면, 국정교과서 반대 '민중 총궐기'를 들고 일어나는 시점에 대중들의 눈과 귀를 엉뚱하게 휩쓸리고만 그 기묘한 '해프닝'이 불쾌할 뿐이다. 어쩌면 각종 정치적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맞춘 듯이 기가 막히게, 그 정치적 이슈의 강도에 맞추어 연예가의 각종 사건들이 여러 포털과 대중들의 눈과 귀를 장악하고야 마는지, 그 절묘한 인연(?)에 어쩌면 우리는 그리도 무기력한지, 그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자유'를 주장하며, '다른 생각'을 폄하한 평론가들
정작 이야기 하고픈 것은 이번 아이유 해프닝과 관련하여, 언제나 대중들의 입과 귀가 되어 가장 열렬하게 싸움을 해왔던 대표적인 '키보드 워리어'이자, 대표적 오피니언 리더들이었던 진중권, 허지웅, 윤종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이유의 새 앨범에 대해 출판사 동녁이 문제 제기성 글을 올리자, 이에 대해 이 세 사람은 각자 자신의 의견을 표명했다. 허지웅은 '출판사가 문학의 해석에 있어 엄정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어 진중권은 '아이유 제제에 대한 해석을 출판사가 독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이 시대에 웬만큼 무식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망발이다'라고, 거기에 윤종신은 '나의 노래와 글을 읽고 내가 생각도 못한 감상과 느낌을 봤을 때의 경이로움은 창작 후 또 다른 쾌감, 그건 오해도 오역도 아니고, 그만의 상상 그리고 자유, 그의 머릿 속을 지배할 순 없어, 그의 표현까지도 듣고 읽어준 게 고마울 뿐. 이 수많은 창작물의 홍수 속에'라고.
이렇게 세 사람의 의견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들 세 사람의 의견은 일관된 논지를 가지고 있다. 즉, 이 시대 표현의 자유와, 해석의 자유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세 사람은 출판사 동녁을 아티스트 아이유의 자유로운 해석에 제재를 가한 출판 권력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이런 이 세 사람의 해석에 대해 또 다른 전문가와 많은 네티즌들은 반발한다. 세 사람은 아이유를 순수한 한 사람의 창작자로 본 반면, 그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가진 측은, 아이유를 한 사람의 아티스트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최대의 음원 사이트를 가진 거대 기획사 로엔의 대표 가수이자 상품인, 이미 미성년자 시절부터 일관되게 '로리' 컨셉을 주된 아이디어로 성장해온 또 하나의 연예 권력으로 바라본 것이다. 거기에 장사꾼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동녁'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아이유의 새 앨범만큼 이익을 보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출판 장사꾼의 의도라는 오명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거기에 세 사람이 창작의 자유 혹은 해석의 자유라는 입장에서 그 한계의 무한성을 주장한 반면, 그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자유가 아동인 한에서는 보호받고 제재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더더구나 그것이 문화적 상품으로 지속적으로 이용되어 왔다는 점에서는 더더욱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어찌보면 성글은 획일화된 구분 자체도 또 하나의 편견을 낳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입장을 대강 이렇게 나누어 볼 순 있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논점의 사안 각각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벌어지는 일련의 논쟁 과정에서, 많은 네티즌들이 진중권, 허지웅, 그리고 윤종신으로 대표되는 입장에 대해 실망을 표시하고 있는 것은 이들 세 사람이 노쟁 초반 자신의 sns를 통해 경솔하게 토로한 '폭력적'이기까지 한 언사들이 그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거나, 심지어 폄하하거나, 가르치려고 들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허지웅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표명한 이외수 작가에게 '자신의 작품이 박물관 유리벽 안에 박제되기를 바라는 모양'이라며 비아냥거렸다.
꼰대가 되어버린 삼촌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자유로운' 해석을 주장하면서, 그와 다른 사람들이 주장하는 자유로운 의견에 대한 '무시'내지는 '압살'을 했으며, 자신과 다른 의견을 '자유롭지 않은 편협된 시각'이라 무시했다. 여기서 그 시민 사회에서의 '자유'와 자유의 한계에 대해서는 무한한 논쟁의 주제가 될 수 있고, 여전히 sns을 비롯, 여러 학자와 강단을 통해 그 논쟁의 불은 여전히 지펴져 가고 있지만, 오히려 이 세사람과 관련하여 대중들이 실망한 지점은, 그들이 주장하는 바 '자유'에 대한 의견, 생각이라기 보다는, 그 '자유'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과정에서 보인, '꼰대'와 같은 태도인 것이다. 즉,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무시하고, 심지어 가르치려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지점에서, 늘 젊은이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심지어 그들에 앞서 '진보적'인 태도를 견지했던 이들에 대해 실망을 하고, 결국 이들도 다른 어른들과 다르지 않는 꼰대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저 '아이유'에 대한 경솔한 태도, 혹은 다른 생각이 아니라, 그런 문제를 대하고, 입장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보인 일련의 태도들이 이들 세 사람, 심지어 그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사실은 심각한 결과가 된 것이다. (엉뚱하게 삭제된 아이유 뮤비에 출연했던 유희열에게 까지 불똥이 튀는 식으로) 물론 이들이 아이유의 '로리'를 탐하거나, 즐겨왔다는 점에서는 지적은 또 다른 오독이라 본다. 지극히 원칙적인 '창작의 자유'를 주장했지만, 그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볼 지점에서는 생각이 얕았거나 편협했으며, 그걸 주장하는 과정이 자기 중심적이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이런 세 사람에 대한 일련의 감정적 반응이 그저 아이유란 한 가수에 대한 태도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 세 사람 중 윤종신이 트위터를 5년 9개월만에 닫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처럼, 세 사람의 전반적인 태도와 발언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들 세 사람이 그저 아이유에 대한 일만이 아니라, 대중 문화 전반, 심지어 그를 넘어 진보적 진영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도 그럴 것이 허지웅이나 윤종신은 어찌 되었던 문화계 전반에서 대중들이 생각하기에 '진보적'으로 보이는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꾸준히 표명해 왔던 인물이고, 진중권으로 말하면, 현재 정의당 소속 '노유진 정치 까페'의 팟 캐스트에서 열렬히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즉 대중들의 신망을 얻고 있는 나름 '진보적'인 문화 정치계 인사들이 일련의 과정에서, 경직되고, 심지어 대중들을 가르치려만 드는 '꼰대'들이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그저 세 사람에 대한 타격이 아니라, '진보'라는 색채에 대한 편견을 낳을 수 있는 사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라는 것에서, 좀 더 진중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1월 13일 jtbc <밤샘 토론>에 '노유민의 정치 까페'의 또 한 인물인 유시민이 출연했다. 유시민은 토론 과정에서, 상식에 어긋나는 우기기와 말 바꾸기를 되풀이 하는 권희영 교수 등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에 대해 시청자들이 '사리가 생기겠다' 걱정을 할 정도로 진중하게 들어주되, 자신의 발언에서는 정말 속이 시원하게 '대한민국은 입헌 공주제가 아니다', '사회를 멸균실로 만들지 말라' 등 명쾌한 정의를 내리며 답답한 시청자들의 속을 꿰뚫어 주었다. 명쾌하지만 결코 건방지거나, 오만하지 않았던 유시민 토론자에 대해 밤샘 토론을 본 사람들은 그 누구라도 '국정화 반대'의 입장을 수긍하게 만들었다.
바로 이렇게 유시민 모습이야말로 젊은이들이 본받고 싶은 '아는 어른'의 모습인 것이다. 물론 유시민 토론자 역시 한때는 그 누구보다 날선 언어로 상대방 토론자를 찌르는 것에 일가견이 있던 워리어였다. 하지만, 그 시절 유시민보다, <밤샘 토론>의 유시민이 훨씬 설득력이 있고 호소력이 있었다. 진중권, 허지웅, 윤종신, 이 세 사람도 이제는 더 이상, '키보드 워리어'로서 전투성만을 앞세운 열혈 젊은이들이 아니다. 자신들은 젊고 싶어도 세상의 젊은이들은 그들에게서 '어른'을 본다. 젊은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그리고 자신의 감성과, 감정에 책임질 줄 아는 우리 사회의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부디, 진중하면서도 다른 사람도 좀 헤아릴 줄 아는. 젊은이들이 본받고 싶은 속깊은 '어른'으로 거듭 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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