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데이즈>는 암살 위기에 몰린 대통령(이동휘 분)과 그를 지키는 경호관(한태경 분)의 이야기라고 서두를 떼었다. 지지율이 급감하다 못해 이제는 탄핵 위기에 몰린 대통령이라, 그의 정치적 포지셔닝은 분명 드라마적 요소가 극명한 캐릭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대통령이 주인공이라고 했을 때, 청와대라는 특정한 공간을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이는 대통령이 박진감넘치는 스릴러의 주인공의 한 축으로는 너무 정적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고, 경호관인 한태경이 종횡무진 액션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것과 달리, 또 다른 축인 대통령은 역시나 운신의 폭이 적었다. 청수대로 여행을 가고, 특검을 만나러 간 잠행 길에 사고를 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늘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통령의 특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대통령이 달라졌다. 자신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태경에게 더는 경호관이 아니라며 그를 제지하고 직접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그는 김도진을 찾아가 말한다. 다시 팔콘의 개가 되겠다고.
액션 스릴러 등의 복합 장르물을 내걸고 있는 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오히려 등장인물들의 심리이다. 때로는 설명적이다 싶게, 자신들이 어떤 행동에 이르게 된 입장을 드라마는 나열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드라마적 장치가 미흡해서가 아니다. 2014년의 <쓰리데이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입장, 그래서 극명하게 대립되게 되는 그 서로가 서있는 자리의 차이, 또 그래서 서로가 함께 하게 되는 그 과정을 <쓰리데이즈>는 주목한다. 기꺼이 드라마가 늘어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하고자 하는 말을 숨기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저 여느 장르 드라마와 비교할 수 없게 만드는 드라마 <쓰리데이즈>의 한 특성이다.
(사진; osen)
9회 말, 기밀 서류를 비밀리에 꺼내오기 위해 비밀리에 윤보원과 함께 재신 그룹에 잠입했던 한태경은 모니터를 보다 자신이 비밀리에 그곳에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뛰쳐 나간다. 그 이유는 바로 그가 그 누구보다도 믿었던 동료 이차영(소이현 분)이 재신 그룹 회장 김도진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경호실장의 암살 음모조차 단번에 간파해 낼 정도로 냉정한 이성을 가졌던 한태경이지만, 자신이 믿었던 동료 이차영의 배신(?)에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분노한다. 그리고 그런 한태경을 보며 이차영은 고통스러운 눈물을 삼킨다.
그리고 10회, <쓰리데이즈>는 장황하게 이차영의 배신을 끌고가지 않는다. 한태경의 주변 사람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김도진 선언의 첫 번 째 예라도 되는 듯이, 대통령 기자 회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모험 끝에 어렵게 신규진 비서실장의 비밀 서류를 손에 넣은 이차영을 차로 밀어버린다. 사고롤 사경을 헤매는 이차영, 그녀를 간절하게 바라보는 한태경을 배경으로 그간 이차영의 사연이 드러난다.
법무팀장으로서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던 서류가 잘못되었음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이차영은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무기력할 수 없는 대통령의 위치를 알게 된다. 자신이 제대로 직무를 수행했다면 대통령을 그렇게 고립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차영은 자신이 그 서류를 찾아오겠다고 각오를 밝힌다. 그리고 동료 한태경을 속이면서, 그리고 결국 이철규 소좌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대통령의 기자 회견을 무위로 만들면서까지 신규진의 개인 척 이중 스파이 노릇을 했다.
앞서 <쓰리데이즈>가 골몰하고 있는 것이 심리라고 했지만 좀 더 정확하게는 직업적 사명감과 소명 의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 사회에서 모든 어떤 일을 한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회가 굴러나간다. 하지만, 과연 그 일을 하며 자기가 하는 일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대다수가 그 일의 목적이 '돈'이라고 자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기가 십상이지 않을까.
하지만, 김은희 작가는, 바로 그 '직업'과 '일'의 의미를 논한다. 당신이 하루하루 그저 살아가는 그 '일'과 '직업'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사회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대통령이든, 일개 경호관이든! <쓰리데이즈>는 정치 드라마가 아니다. 정치가 직업인 사람들의 일 이야기이다. 사람을 지키는 일이 직업인 경호관처럼. 그런데 그 직업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정치가 달라지고, 나라가 뒤짚어 지는 것인 되는 것이다.
<쓰리데이즈>가 방영되기 전까지 경호관이란 직업은 그저 그림자와 같은 것이었다. 항상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존재. 그런데 이 드라마를 통해 보니,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직업적 소명 의식이란게 만만치 않다. 만류하는 대통령에게 이차영은 말한다. 자기도 경호관이라고. 하는 일이 법무팀장이란 영역일 뿐이지, 본질은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재신 그룹의, 신규진의 스파이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힌다.
그런 이차영의 선택은, 10회 마지막의 이동휘의 선택으로 치환된다.
이차영의 선택은 그 수를 읽는 김도진에 의해 실패로 끝이 난다. 그런 이차영을 목격한 한태경은 신규진의 방을 엎으며 대통령에게 원망을 쏟아붓는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왜 그렇게 무기력하냐고. 왜 일개 경호관에게 그 모든 짐을 지웠냐고. 하물며 한태경 자신이 도울 수 조차 없도록 만들고.
그런 한태경에게 대통령 이동휘는 말한다. 자신은 대한민국의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하는 대통령이라고. 법과 질서를 지키는 대통령이기에, 그들과 똑같아 질 수 없다고! 까짓 대한민국에서 법과 질서가 얼마나 우스워질 수 있는 단어라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드라마 속 고지식한 대통령은 거기에 매달린다. 대통령으로서의 자신의 소명을 쥐고 놓지 않는다.
그러던 대통령이 마지막 김도진을 찾아가 딜을 한다. 팔콘의 개가 되겠다고. 대신 탄핵을 면하게 해달라고.
(사진; tv리포트)
대통령이 그런 과정에 이른 것을 설명하는 장면은, 드라마가 끝나고 덧붙여진 에필로그이다. 대통령 관저의 한 사무실을 가득 메운 채 열렬하게 정책에 대해 토론하던 한태경의 아버지 한기준, 신규진, 그리고 다른 비서실장들, 그리고 그의 옆을 거닐며 그를 지키던 함봉수 비서실장과, 그의 부름에 아이처럼 달려오는 한태경. 그의 주변을 메웠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그들을,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이동휘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힘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한태경이나, 이차영같은 젊음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또한 김도진 일당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비극으로 몰아넣는 시도를 막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니까.
10회에 이르른 <쓰리데이즈>는 어쩌면 이제 좀 뻔해져 보이기도 한다. 깜짝 쇼인 듯 하다가, 바로 다음 회가 되면, 사실은 이랬어 하는 것이, 결국은 장황한 설명조로 끝나는 드라마적 구조가 때론 지루하기도 하다. 하지만, 행위 그 자체보다, 그것에 이르는 의도가 중요하다고 방점을 찍은 작가의 입장이니 그것도 처분에 맡깉 수 밖에.
겨우 윤보원과 한태경만 함께 했을 뿐, 10회에서 보여지듯이, 아직도 뜻을 같이 할만한 사람들은 저마다 속내가 복잡하다. 대통령에게 까지 악다구니를 하며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저돌적인 한태경과 달리,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아들처럼 그를 바라보던, 그래서 그런 그의 희생을 막고싶은 이동휘의 속내는 더더욱 헤아릴 길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지 않기에, 그들의 그 소명이 함께 하는 물줄기는 합쳐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각각의 물줄기가 거친 물살이 되어 비극을 막아내는 그 감동을 위해 조금 더 인내하는 수 밖에. 이것이 <쓰리데이즈> 의 개가 된 자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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