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능 전쟁의 첫 테이프를 4월 4일 밤 10시 <미스터 피터팬>이 끊었다. 

<미스터 피터팬>은 영원한 피터팬을 꿈꾸는 철부지 중년 스타들을 담은 신개념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내걸었다. 

영화 <후크>에서 네버랜드를 떠나 어른이 되어버린 피터 배닝은 피터팬이었던 시절의 자신을 잃고 세속의 어른으로 살아간다. 그러다, 자신의 아이들이 후크 선장에게 납치된 걸 구하기 위해 네버랜드로 가면서, 그 시절의 피터팬으로서의 자신의 기억을 되찾아 간다.


그렇게 영화 <후크>처럼 <미스터 피터팬>은 신동엽, 윤종신, 한재석, 김경호, 정만식 등 중년의 남자 다섯 명을 주인공으로 한다. 그들은 연예인이라지만 대부분의 시간 일을 하고, 기껏 여가가 나면 친구들과 함께 술 마시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을 잃어버린 또래 남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중년의 스타들은 서먹서먹했던 것도 잠시 함께 할 아지트를 꾸미며 그 시절 자신들이 즐기던 음악 등을 통해 공감대를 쌓아간다. 그리고, 영화에서 처럼 팅커벨 최희가 나타나, 어린 시절의 추억 상자를 열어 보이며 그들도 피터팬이었던 시절의 기억을 살려내기 시작한다. 

상자 겉면의 고두심 등의 당대 스타들을 추억하면서 시작된 추억 여행은, 상자 속에서 등장한 딱지, 팽이 등을 돌려보며 절정에 이르른다. 팽이 줄 감는 것을 어려워 하는 것도 잠시 그 시절의 감각을 살려내며 중년의 남자들은 서로의 장기를 신기해 하며, 그것에 질세라 자신들도 해보며 피터팬이 되어간다. 

그렇게 피터팬이 된 중년의 스타들이 그들의 청춘을 되돌릴 방법으로 제시된 것은, 풀잎 피리 불기, 싱프로나이즈드 스위밍, 철봉묘기, RC카 등의 동호회였다. 그리고 그것들 중 다섯 명의 중년들이 선택한 첫번 째 피터팬이 되는 길은 바로, RC카, 자신들이 몰았던 첫 차를 추억하며, 어린 아들과 함께 나눌 기억에 설레이며 다섯 남자들은 RC카를 몰기(?)위해 달려간다. 

<미스터 피터팬>의 면면은 신선하다. 
이미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신동엽이지만 늘 스튜디오에서만 진행만 하던 그에게 리얼 버라이어티란 따라다니는 카메라에 당혹스러워 하고, 설치된 카메라와 대화를 시도할 정도로 낯선 장르이다. 그런 익숙하지 않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의 신동엽스러운 재치가 여전한 그의 모습은 또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토크쇼를 통해 걸쭉한 입담과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김경호나 정만식의 합류는 절묘하다. 지방색이 뚜렷한 사투리로 통하지만, 화장품 냉장고와 거기에 담긴 화장품, 화초를 가지고 나타난 김경호와, 연장같은 칼에, 양은 냄비를 들고 나타나, 김경호 등이 즐거워하는 음악에는 문외한이라 소외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정만식의 대비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볼거리가 되었다. 전혀 예능에 어울리지 않은 여전한 중년의 꽃미남 하지만, 팽이부터 시작해서 운전까지 그 무엇하나 거침없이 해내는 한재석의 반전 매력도 기대된다. 어디를 가도 윤종신인 윤종신의 캐릭터는 진부하지만,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는 프로그램과 동료들에게 어울려 들어가는 윤종신 특유의 친화력, 그리고 그간 예능의 경험들이, <미스터 피터팬>에 해가 될 듯이 보이지는 않는다. 

<미스터 피터팬>이라는 새로운 작명을 들고 나타났지만, 중년 남자들의 리얼 버라이어티라,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렇다. <남자의 자격>이다. 평균 나이 40세를 넘긴, 역시나 중년의 남자들이 미처 다하지 못했던 101가지의 미션들 중 동호회의 성격을 띤 것들이 특화되어 <미스터 피터팬>으로 등장한다. 허긴 그렇게 따지고 보면, 그 중, 인간다운 삶을 위한 슬로우 라이프는 그간 <인간의 조건>을 통해 새롭게 우러내어 지기도 했었다. 또한 그렇게 따지자면, 언젠가, <미스터 피터팬>의 소재가 고갈될 그날, 그리고 멤버들의 리액션이 뻔해지는 그날 여성판 <미스, 미즈 피터팬 아니 웬디>가 등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KBS2 파일럿 '미스터 피터팬' 방송 화면 캡처
(사진; 텐아시아)

무엇보다 <미스터 피터팬>은 지금 우리 사회 속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다양한 동호회의 활동등을 눈썰미 좋게 받아들여, 그것을 예능 프로그램화 살려냈다는 데 의의가 있겠다. 이미 첫 방송에서도 보여졌듯이 철봉이나 풀잎 피리처럼 기상천외한 동호회 들이 존재하는 걸 보면, 이 프로그램의 소재는 무궁무진해 보인다. 

하지만, 초반에는 신선한 동호회들을 소개하는 화제성으로 갈 수 있겠지만, 결국 프로그램의 관건은 제작진의 만듬새이다. 첫 회, 어린 시절 사진을 배경으로 자신이 어린 시절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말해주는 멤버 각자의 소개에서 부터 시작하여, 먹방의 정만식, 예상 외의 능력자 한재석 처럼, 개별 캐릭터를 재빨리 파악하고, 그것들을 맛깔나게 전달하는 모양새가 섬세하다. 그들과 어우러진 신동엽의 예의 19금 캐릭터나, 윤종신의 뻔한 설정도 진부해 지지 않았다. <미스터 피터팬>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by meditator 2014. 4. 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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